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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Mar 17. 2023

일상이었던 '재우다 잠들기'

23.01.11(수)

아내가 무사히 교회에 갔을지 걱정이었다. 아이들 상태가 모두 완전한 정상은 아니었다.


“여보는 오늘 교회 가나요?”

“교회 왔어요”


무사히 교회에 가기는 했나 보다. ‘무사히’는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가긴 했나 보다.


아내는 교회에서 예배만 드리고 일찌감치 집에 왔다고 했다. 난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간에 퇴근했다. 집에 오기 전에 중고거래를 하나 했다. 시윤이 축구화를 하나 샀다. 새 축구화를 사 주기에는 발이 너무 금방 커지니 아까워서 적당한 중고를 찾았다. 시윤이도 굳이 새 상품이 아니어도 된다고 했다. 마침 시윤이 발에 딱 맞는 크기의 축구화가 떴길래 바로 가서 거래를 했다. 집에 오자마자 시윤이에게 신겨 봤다. 딱 맞았다.


“시윤아. 편해?”

“네. 딱 좋아여”


옆에서 보던 소윤이가 얘기했다.


“이번 주 토요일에 이거 신고 하면 되겠네”


토요일에 갑자기 일정이 생겨서 축구를 못하게 됐는데 아직 아이들에게 말하기 전이었다. 시윤이는 얼른 토요일이 왔으면 좋겠다면서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시윤아. 미안해. 이번 주 토요일에 같이 축구를 못해”

“왜여?”

“아, 아빠가 일이 생겨서. 금요일에 가서 토요일에 와”


시윤이는 이런 일에 생각보다 덤덤하게 반응한다. 오히려 소윤이는 이런 일이 생기면 바로 울고 크게 아쉬워 하는데 시윤이는 그렇지가 않다. ‘다음에 하면 되지 뭐’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아내는 적잖이 피곤해 보였다. 어느 정도 난이도(?)의 하루를 보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막 엄청 힘들어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요즘은 낮에 꽤나 힘들게 보내도 내가 잘 모를 때도 많은 듯하다. 저녁을 먹고 소윤이, 시윤이, 서윤이와 우노를 했다. 우노를 하고 나서는 빙고 게임도 했다. 동물 이름을 적어서 했는데 시윤이는 쓰는 데만 한 세월이었다. 이런 게 시윤이가 겪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다. 자기 생각에는 누나와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현격하게 차이가 날 때가 아직은 많다. 아내가 시윤이의 조력자로 함께 했다.


“어? 퇘지가 뭐지?”

“시윤아. 돼지 아니야?”

“아, 맞다. 그렇구나”


그래도 함께 빙고게임을 원활히 수행할 만큼 자랐다. 많이 자란 건 대견하고 덜 자란 건 좋고.


아이들을 눕히고 나서 아내는 안방에 들어가서 기도를 하겠다고 했다. 기도야 언제든 하는 거지만 집에서 이렇게 각(?)을 잡고 할 때는 뭔가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나로서는 ‘아, 오늘 낮에 많이 힘들었나’ 싶은 생각이 들고. 아내에게 그런 기운이 거의 안 느껴져서 ‘그냥 기도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아내가 안방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됐을 때 누웠던 서윤이가 울면서 나왔다.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 펑펑 울면서 나왔다. 낮에는 괜찮다가 밤에, 그것도 자려고 누웠을 때만 되면 배가 아프다고 하는 게 뭔가 수상했지만 단정 짓기는 어려웠다. 특히 서윤이가 아프다고 하면 아내나 나나 작은 말에도 신경이 곤두선다. 서윤이는 좀처럼 달래지지 않았다. 어제처럼 아내가 자기 옆에 가서 앉아 있으니 울음을 그쳤다.


“서윤이. 휴. 안 자네. 나만 계속 졸고”


아내가 메시지를 보냈다. 그게 끝이었다. 아내는 한참 뒤에 흐린 눈으로 방에서 나왔다.


“하아. 오랜만이네”

“그러게”


이사를 오기 전에는 숱하게, 아니 거의 매일 밤의 일상이었던 ‘재우다 잠들기’를 오랜만에 다시 경험했다. 오랜만이어도 허망한 기분은 여전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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