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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Apr 05. 2023

드디어 원래대로

23.01.17(화)

아내가 아침을 먹는 아이들 사진을 보냈다. 장모님은 어제 곶감을 비롯해서 무지하게 많은 과일과 식재료를 보내셨다. 덕분에 아이들은 아침부터 소고기를 반찬으로 먹었다. 시윤이도 잘 먹었다고 했다. 아내와 시윤이 둘 다, 오늘은 거의 정상이었다. 증상은 남아있어도 기운은 정상이었다.


“여보. 시윤이는 이제 다 나았나 봐요”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그렇게 봐도 무방할 만큼 평소처럼 짜증도 내고 고집을 부린다는 말이었다. 오후에는 한층 심화된 메시지가 왔다.


“여보. 난 시윤이랑 안 맞나 봐. 특유의 징징거림과 짜증을 조금도 못 참겠네”


다행인가 불행인가. 나은 건 다행인데 시달려야 하는 아내를 생각하면 불행이고.


평소보다 좀 일찍 퇴근했다. 아내는 서윤이와 함께 방에 있었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거실에서 놀고 있었다. 서윤이가 자다가 깼는데 막 짜증을 내고 다시 잠든 지 얼마 안 됐다고 했다. 아내도 곧 나왔다. 아내와 시윤이를 각각 살펴 보지 않아도 집의 분위기가 평소와 거의 비슷했다. 아내와 시윤이가 심하게 아팠을 때는 마치 병동에 온 것 같은 기운이 느껴졌다. 이제 그런 기운이 거의 없었다.


저녁에는 치킨을 시켜 먹었다. 반찬이야 얼마든지 있었다. 밥이 없었다. 밥도 하면 되지만 아내는 그럴 기력이 없었다. 몸이 회복된 것과 별개로 육아체력은 언제나 소진되는 법이다. 마침 선물 받은 쿠폰이 있어서 아내가 먼저 저녁으로 치킨을 제안했다. 시윤이는 자기는 치킨은 안 먹고 싶다고 했다. 평소에 치킨을 안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안 먹는 건 아니다. 나와 비슷하게 좋아하지 않는 음식 치고는 꽤 잘 먹는다. 밥이 있었으면 그냥 따로 차려줬을 테고, 몸이 조금 안 좋아 보였으면 밥을 해서라도 먹였겠지만 시윤이는 거의 정상이었다. 낮에 자행한 만행(?)을 봐도 그렇고. 양해를 구하고 오늘은 치킨을 먹자고 했다.


아내와 시윤이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생활했다. 먹을 때도 따로 먹었다. 그래도 오늘은 방이 아니라 거실이었다. 아내와 시윤이는 거실 소파 앞에서, 나와 소윤이와 서윤이는 주방 식탁에서. 많이 가까워졌다.


오늘도 저녁을 먹고 잠시 나갔다 왔다. 오늘은 아내를 위한 외출이었다. 맛있는 커피를 위해, 바깥 바람을 쐬기 위해. 그래도 아직 날이 춥고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니까 차를 타고 움직였다. 애석하게도 시윤이는 차에 타자마자 잠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 동안 침대에 붙어서 수시로 자다가 오늘은 아예 낮잠을 안 잤으니 피곤할 만 했다. 시윤이는 다시 집으로 올 때까지 계속 잤다.


오늘부터는 잠자리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내와 나는 안방에서, 소윤이와 시윤이와 서윤이는 작은 방에서. 다들 아쉬워했다. 시윤이는 엄마와 자지 못하는 것을,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빠와 자지 못하는 것을. 거기에 소윤이는 다시 2층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까지.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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