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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May 30. 2023

얼른 들어가서 자

23.01.27(금)

집에서 평소보다 많이 늦게 나왔다. 점심까지 먹고 나왔다. 덕분에 첫 끼니부터 무려 삼겹살을 먹었다. 아이들은 이미 아침을 먹은 뒤였지만 시윤이와 서윤이는 몇 번이나 와서 고기를 받아 먹었다. 대여섯 점씩은 먹었나 보다.


아내와 아이들은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항상 그렇듯 집에 있었다고 편하거나 수월한 건 아니다. 역시나 항상 그렇듯 아내는 무척 피곤해 보였는데, 오늘은 단순한 피곤을 넘어 약간 몸이 안 좋은 듯도 했다. 아니면 유독 지쳤거나.


“여보. 혼자라도 교회에 가서 기도 좀 하고 올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어봤다. 혹시나 마음의 위로와 분출이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아내는 괜찮다고 했다. 별 일이 없었기 때문에 원래는 교회에 갔을 테지만 소윤이도 몸이 조금 안 좋았다. 오늘은 집에서 쉬는 게 좋을 듯했다. 마음 같아서는 아내에게 자유시간이라도 주고 싶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이미 늦기도 했고.


아이들을 재우고 나니 아내의 피로가 더 극심해졌다. 피로인지 아픔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애매한 경계선 위에 있었다. 조금이라도 무리하거나(일상 자체가 무리의 연속이긴 하지만) 체력을 더 소진하면 바로 앓아 누울 듯했다.


“여보. 일찍 자. 얼른 씻고 자”


평소에 자녀들에게, 특히 밤에 잘 무렵에 이런 꾸지람을 많이 한다.


“얘들아. 꾸물거리지 말고 얼른 해. 지금 왜 자꾸 다른 걸 하려고 해”


아내의 모습에서 소윤이가 보였다. 일찍 자라는 나의 말에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 나서도 아내는 계속 뭔가를 했다. 바로 씻고 딱 들어가서 누우면 좋겠는데, 여기도 기웃 저기도 기웃거렸다.


결국 자정이 되어서야 들어갔다. 앞으로 소윤이에게 뭐라고 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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