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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Mar 10. 2024

너무 신기한 입덧의 세계

23.08.29(화)

드디어(?) 아내의 입덧이 시작됐다. 약간씩 속이 불편하다고 하더니 오늘 밤부터 본격적으로 증상이 발현됐다. 소윤이 때도, 시윤이 때도, 서윤이 때도 예외가 없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아이들이랑 있다 보면 원래도 제대로 못 챙겨 먹을 때가 많은데 입맛이 사라지니 하루 종일 거의 먹은 게 없는 듯했다. 먹은 게 없으니 기운도 없고, 기운은 없는데 속은 울렁거리고. 아이들은 입덧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했다.


“하루 종일 멀미하는 기분?”


아내가 예전에 이렇게 얘기했다. 물론 그것보다 훨씬 심하고 힘들겠지만.


마지막 오후 일정을 마치고 일찌감치 집에 왔다. 남은 시간은 집에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효율은 떨어지겠지만 임신 기간 전체 중에 가장 힘든 시기에 접어든 아내를 생각하면 효율 따위 포기할 만했다. 식탁에 앉아서 노트북을 펴고 일을 할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자녀들 사이의 평화가 유지된다고 하니 일찍 귀가했다.


저녁에는 시윤이 머리를 자르러 가야 했다. 원래 시윤이만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소윤이도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서윤이도 가고 싶다고 했다.


“서윤아. 서윤이는 엄마랑 집에 있어”

“나도 가고 싶은데”

서윤이 나름대로 꾹 참았지만 얼굴에 울음과 슬픔이 차오르는 게 보였다.


“그래. 그럼 서윤이도 가자”


일단 다 씻겼다. 다녀오면 바로 잘 수 있도록.


사실 셋 데리고 간다고 해서 엄청 힘든 건 아니다. 말도 잘 듣고 얌전하니까. 그래도 신경 써야 할 사람이 한 명 늘어나는 것 자체가 본능적인 부담이긴 하다. 혼자 열외 될 때마다 너무 슬퍼하는 서윤이를 감히 외면하기 어려워서 데리고 나왔지만, 또 막상 데리고 다니면 재밌기도 하다. 서윤이만 발산 가능한 특유의 밝은 기운이 있다. 나는 물론이고 언니와 오빠도 웃게 만드는.


아내는 밤이 되니 본격적으로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나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간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최소 12주다. 정말 신기하게도 임신 사실을 인지한 그때부터 곧장 입덧 증상이 나타났고, 거의 12주를 꽉 채워서 지속됐다. 이번에도 비슷할 거다. 나도 잘 버텨야 한다.


벌써 오늘만 해도 아내가 많은 부분, 육아와 살림에서 열외했다. 아내의 입덧이 원인인 만큼 감정적으로 힘들지는 않다. 그저 육체가 버거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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