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육아

20.04.16(목)

by 어깨아빠

밤잠이 녹록지 않았다. 밤새 수유와 수면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아내를 위해 매트리스에서는 아내 혼자 잤다. 난 바닥에서 소윤이, 시윤이와 함께 잤는데 난리도 아니었다. 셋 다 가만히 누워서 자는 유형이 아니라 서로 엉키고 밀치고. 소윤이는 새벽에 목마르다고 깨고. 시윤이는 수시로 매트리스를 탐하고.


'아, 알람 울릴 시간 거의 다 된 거 같은데'


라는 생각에 계속 쫓기면서 잤다.


코로나로 난리여도 꽃은 피고 봄이 왔듯, 알람은 울리고 아침은 왔다. 아내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나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피곤한 얼굴을 하고.


"여보. 롬이 먹였어?"

"응. 눕혀놨어"

"밤에는 비슷했어?"

"응. 한 세 번?"


아내는 미리 출근 인사를 건네고 방으로 들어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깨우지 않기로 했다. 어제 애들한테도 미리 얘기했다.


"소윤아, 시윤아. 이제 아빠 출근할 때 안 깨울 거야"

"왜여?"

"그 시간에 일어나면 너무 피곤하고 엄마도 밤새 수유하느라 너희랑 같이 일어날 수가 없어. 그러니까 아빠 출근해도 깨지 말고 좀 더 자. 알았지?"

"알았어여"


아내와 소윤이, 시윤이, 서윤이가 나 없이, 집에서 보내는 첫날이었다. 도우미 이모님도 계시긴 했지만 서윤이를 위해 오신 분이었고. 신경이 많이 쓰였다. 아직 온전키는커녕 어쩌면 출산과 육아의 모든 과정을 통틀어 가장 힘든 시기일지도 모르는 아내 걱정이 많이 됐다. 소윤이는 모르겠는데 시윤이는 아직 엄마의 사정을 봐주기에는 좀 어리니까.


점심 먹고 왔을 때 시윤이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어. 시윤아"

"아빠아 어디에여엉. 주짜하구 이떠여엉?"

"아니. 아빠 회사지"

"아빠아"

"어"

"끽뽀드 따고 지픈데 딸 뚜 이떠여엉?"

"킥보드? 킥보드 차에 있는데"

"아빠가 담깐 와더 꺼내두고 가믄 안 대여엉?"

"아, 그렇게는 안 돼. 아빠 회사가 멀어"

"왜 안 대여엉. 끽뽀드 따고 디픈데에"


오후에는 형님(아내 오빠)이 잠깐 와서 애들이랑 놀아준다고 했다. 시윤이는 삼촌이랑 놀러 나갈 때 킥보드를 타겠다는 얘기였다. 아마 나한테 전화하기 전에 아내한테 비슷한 요구를 계속했었나 보다. 아내는 그럼 아빠한테 전화해서 물어보고 안 된다고 하면 더 이상 얘기하지 않기로 조건을 걸었고. 사실 킥보드는 내가 회사에 가지고 온 차 말고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차에 있었다. 아내가 그걸 알면서도 안 된다고 하는 건지 아니면 몰라서 그러는 건지 확실하지 않았다. 아내에게 잠시 스피커폰을 해제하라고 한 뒤 얘기했다.


"여보. 그런데 킥보드 지하에 있어"

"아 그래? 알았어"


몰랐나 보다.


퇴근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때 아내가 사진을 하나 보냈다. 뭐 씹은 표정을 한 시윤이가 거실에 앉아 있는 사진이었다. 잠시 후에는 아내에게 안겨 잠든 사진. 원래 오늘부터 낮잠을 재우기로 했는데 시간이 안 맞았는지 아마 못 재운 듯했다.


집에 도착했더니 시윤이는 아내의 무릎에 앉아 안겨 있었다. 시윤이는 울고 있었고 아내는 울고 싶은 표정이었다. 하루 만에 풍경과 분위기가 이렇게 바뀌다니. 시윤이는 잠을 덜 자고 깨서 그런지 말이 안 통했다. 물론 오늘의 시윤이는 낮잠을 자지 않은 게 아주 큰 요인이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뭔가 마음의 구김이 있었을 거다. 아내나 나야 피곤과 지침에서 오는 스트레스지만 시윤이는 옅어지는 시선과 관심에서 비롯되는 마음의 싸움일 테니. 그런 걸 생각해서 최대한 시윤이의 마음을 공감하며 다가갔지만 이미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짜증이 시윤이를 집어삼킨 상태였다. 오히려 이럴 때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기만 하면 훈육이 잘 먹히기도 한다.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활활 타오르던 상태에서 조금 진화시키긴 했다.


아내는 눈물을 흘렸다. 또르르. 내가 집에 오기 전에 이미 정점을 찍은 거였다. 그건 고스란히 아내 혼자의 몫이었고.


부지런히 저녁을 차려서 아내와 아이들을 앉혔다. (서윤이는 계속 자고 있었다.) 아내가 기도를 하기로 했다. 아내는 기도의 첫마디를 떼고 또 울었다.


"하나니이히힘. 감사합니다하하합. 커헙"


슬퍼서 우는 것도 아니고 기뻐서 우는 것도 아니고 힘들어서 우는 것도 아니고 행복해서 우는 것도 아니고. 그냥 눈물이 나는 거다. 왜냐고 물어보면 아마 백이면 백 이런 대답이 돌아올 거다.


"몰라. 그냥 눈물이 나.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야"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엄마가 왜 우는지 설명하는 척하면서 '엄마는 아직 환자다. 아직 아프다. 그러니까 힘들게 하면 안 된다'라는 훈화 말씀을 전했다.


"여보. 나 낮에도 혼자 펑펑 울었잖아"

"왜?"

"어머님이 장문의 카톡을 보내셨더라고"

"아, 그래? 뭐라고?"

"어머니도 낮에 엄청 우셨다고"

"왜? 애들 없어서?"

"그것도 그렇고. 못 해준 것만 생각이 난다고 하시면서"

"그랬구나. 다들 난리네. 장모님도 저번에 애들 가고 우셨다면서"

"응"


눈물 유발자들이네.


"소윤아, 시윤아. 너네가 떠나기만 하면 다 우네"

"왜여?"

"파주 할머니도 너네 가고 나서 우시고, 신림동 할머니도 너네 가고 나서 우시고. 엄마도 병원에 있을 때 많이 울었어"

"아빠는여?"

"아빠? 아빠도 울었지. 그때 소윤이랑 영상통화할 때. 소윤이가 울 때"


진정한 눈물의 육아인가.


저녁먹이고 씻기고. 몇 개 되지도 않는 게 뭐가 그리 벅찬지. 다 끝내고 마지막으로 책을 읽어주는데 자꾸 헛소리가 나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마구 웃었다. 그래, 이렇게라도 웃길 수 있다면야.


아내는 서윤이랑 거실에 있었고 내가 애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오늘은 잠들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소윤이도 시윤이도 아직 잠들지 않았을 때 나왔다.


"소윤아. 아빠 나갈게. 얼른 자. 이따가 아빠가 옆에 누울게"

"시윤이도. 눈 감고 얼른 자"


둘 다 울거나 하지 않고 순순히 인사를 건넸다.


거실에 나와서는 설거지를 했다. 퇴근하면서 현관문을 열었는데 또 출근. 애들 재우고 방문을 열었는데 또 출근. 문을 열지 말아야 하나. 설거지 한 그릇을 건조대에 세우는데 갑자기 짜증이 나려고 했다. 이제 고작 이틀(세 녀석과 함께 지낸지)이라는 게 더욱 슬펐다. 마인드 컨트롤을 시작했다.


'그래.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낳아 놓고는 이제 와서 이러면 안 되지'

'누가 셋째 낳으랬나. 다 내가 저지른 일인데 지금 누구한테 짜증을 내려고'


늘 말하지만 난 양반이다. 아내는 오늘 출산 후 처음, 그러니까 12일 만에 머리를 감았다면서


"이제 좀 사람이 된 거 같네"


라고 얘기했다. 내가 그냥 커피면 아내는 티오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