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9(주일)
오늘은 서윤이의 웃는 아침을 함께하지 못했다. 웃는 아침은 고사하고 내가 일어났을 때는 애들이 아침도 다 먹고 난 뒤였다. 가장 늦게 일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교회에 갈 준비를 마쳤고, 아내는 가장 늦었다. 난 내 몸 하나만 챙기면 되지만 아내는 나 빼고 아니 때로는 나까지 챙겨야 하니까.
"여보. 애들 옷은 뭐 입혀?"
"여보가 서랍에서 알아서 꺼내 입혀도 돼"
"그래, 알았어"
3분 후
"소윤아. 아빠는 못 찾겠다. 이따 엄마 나오시면 찾아 달라고 해야겠다"
3분 후
"여보. 자동차 열쇠 어디 있지?"
"여보. 그 티셔츠 어디 있지?"
"여보. 내 지갑 봤어?"
"여보. 마스크 챙겼나?"
예배드리러 가서 서윤이를 꽤 오랫동안 안고 있었다. 아내는 자기가 안겠다고 했지만 사양했다. 아내가 편히 예배드리게 하고 싶은 것도 있었고,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안고 있는 게 좋기도 했다. 스르륵 눈을 감으며 잠에 빠지는 서윤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는 않으니까.
아내도 나도 아침을 굶어서 배가 고팠다.
"여보. 점심 뭐 먹지?"
라고 질문을 던지면서도 한 50% 정도는 예측을 했다. 원래 어제, 아내는 에그타르트가 먹고 싶다고 했다. 어제는 갈 여건이 안 됐고 "그럼 내일 가든지 해" 정도의 무게로 묻고 넘어갔다. 왠지, 아내가 오늘 거길 가자고 할 거 같았다.
"아니면 아예, 거기 갈 거면..."
"어디? 맑음케이크?"
"어"
역시나. 우리는 맑음케이크 근처의 분식집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맑음케이크에 가서는 에그타르트를 하나씩, 아내와 나만 먹은 게 아니라 소윤이, 시윤이까지 1인 1타르트로 먹었다. 항상 그렇긴 하지만 소윤이와 시윤이가 유독 잘 먹었다. 먹는 걸 보고 있는데 웃음이 절로 나오고, 나에게 할당된 에그타르트 하나도 나눠서 더 주고 싶었다.
"소윤아, 시윤아. 에그타르트 더 먹을래?"
"네. 더 먹을래여"
"아빠아. 더두여엉"
아내는 만류했다.
"여보. 먹어. 여보도 좋아하잖아. 애들은 하나면 충분하지"
아내와 나의 대화를 듣고 분위기와 의도를 감지한 소윤이는 곧바로
"아빠. 그건 아빠 먹어여. 우린 하나씩 먹었잖아여"
라고 말했다. 분위기고 의도고 뭐고 욕망에 사로잡힌 시윤이는
"더 머꾸 디픈데에에"
라며 미련을 가졌다. 그냥 내가 먹었다.
서윤이는 밥 먹을 때도, 카페에 있을 때도 잘 잤다. 카페에서는 중간에 깨긴 했지만 울지 않고 잘 놀았 아니 놀아줬다.
오랜만에 축구하러 가려고 어제부터 마음을 먹었는데, 어제 자기 전에 예보를 보니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했다. 예보와는 다르게 날은 흐려도 비는 오지 않았다. 오후에는 온다길래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오후가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나만큼이나 일기 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아빠. 비 온대여?"
"글쎄. 온다고는 하는데 어떨지 모르겠네"
"아빠. 그럼 일단 갔다가 비가 오면 다시 오면 되잖아여"
소윤이 말대로 일단 가 보기로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가서 물총 가지고 놀 생각에 신이 났다. 축구가 끝날 때까지 비는 오지 않았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엄청 재밌게 잘 놀았다. 축구가 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지만 소윤이와 시윤이의 외출욕, 야외욕,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노는 욕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고 돌아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시윤이가 갑자기 오줌이 마렵다고 했다. 집에 다 왔으니 좀 참아보라고 했지만 시윤이는 공포스럽게 말했다.
"아빠아. 못 짬께떠여어. 싸 꺼 가따여어"
잠시 길 한 편에 차를 세웠다. 먹고 버리지 않은 일회용 커피컵은 휴대용 요강이 되었다. 급한 불을 끄고 나자 시윤이는 졸음이 몰려오는지 막 졸았다. 다행히 집까지 얼마 안 남았을 때라 별로 못 잤다. 대신 자기 벨트 풀어주고 깨우는 누나한테 버럭 신경질을 냈다. 소윤이는 황당하고 벙 찐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시윤아. 누나가 너 깨워주려고 그런 거야. 소윤아, 고마워. 시윤이가 졸려서 그래. 신경 쓰지 마"
아내는 땀을 뻘뻘 흘리며 김치볶음밥을 만들고 있었다.
"여보. 오늘은 양을 충분히 했는데. 이거 말고도 더 있으니까 배불리 먹어"
육아일기가 또 다른 소통의 장, 마음을 전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뒷얘기가 궁금하신 분은 2020.07.14(화) 의 일기를 참고하시길)
부지런히 아이들을 씻기고 저녁을 먹었다. 김치볶음밥은 정말 맛있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찬사와 함께,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애들을 재우고 나온 아내는 오늘도 신이 나서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고, 코로는 흥겨운 가락을 흥얼거렸다. 아까 낮에 사 온 에그타르트 때문이었다. 커피와 에그타르트를 먹고 나오려는데 아내가 나에게 물었다.
"여보. 에그타르트 사 가도 돼?"
"어, 사. 뭘 물어봐"
그 에그타르트 덕분이었다.
(훗날의 정확한 회상을 위해 남기는 덧. 니들 엄마가 너네 재우고 빵이나 먹으면서 띵까띵까 놀기만 하지는 않는다. 거의 매일. 오늘도 에그타르트 먹은 건 잠깐이고, 나머지 시간에는 빨래 개고, 집 정리하고, 니들 먹일 반찬 만들고 그랬어. 별거 아닌 거 같지? 자기 직전까지 해야 하는 일들이란다. 너네 엄마 빵만 좋아하는 배짱이 아니야. 개미인데 빵을 너무 좋아할 뿐이지. 엄마가 게을렀으면 너네가 그렇게 크지 못했을 거란다. 미래의 삼남매 녀석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