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0(월)
알람을 5시에 맞췄다.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특별 새벽 기도 기간이다. 알람을 다섯 시에 맞추기는 했어도, 어제 자기 전부터 자신은 없었다. 온라인으로도 중계를 한다고 해서 가지 못하면 집에서라도 드리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물론 그마저도 자신은 없었지만. 어쨌든 일단 알람은 맞춰놨다.
5시였다. 5시. 6시도 아니고, 7시도 아니고 5시. 놀랍게도 소윤이는 그것보다 더 먼저 일어나서 날 괴롭혔다. 우리의 새벽이 고요하지는 않다. 일단 서윤이가 한 번 깨서 울고, 그럼 그 소리를 들은 아내가 일어나서 수유를 하는데 나도 거의 항상 같이 깬다. 일어나서 뭘 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의식이 돌아온다. 나도 이러면 애들도 비슷하겠지. 오늘은 소윤이가 너무 각성이 되었는지 그러고도 다시 잠들지 못했다. 혼자 조용히 누워 있으면 상관없지만 옆에 누운 날 계속 귀찮게 했다. 아니 잠을 방해했다. 아니 내가 천년만년 누워 있겠다는 것도 아니고 5시, 딱 5시까지만 자겠다는데 그걸 그렇게 훼방을 놓는다고 생각하니 막 짜증이 났다. 5시도 안 된 시간에 숙면을 방해하는 대상을 향해 말과 감정이 고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게 아무리 사랑하는 딸이어도. 딸이 옆에 누워서 사랑하는 아빠를 쓰다듬고, 뽀뽀하고 이런 게 아니다. 차라리 그런 거라면 좀 낫지.
"아빠. 내 베개 주세여"
"아빠. 내 이불 주세여"
"아빠. 여기 제 자리에여"
계속 이런 걸로 날 깨웠다. 깊고 거한 짜증과 함께 몸을 박차고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새벽 기도는 가지 않았다. 집에서도 드리지 않았다. 분을 삭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의 분노가 불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마음 한편에 찜찜함이 남았다. 이유야 어찌 됐든 아빠이자 어른인데 그걸 그렇게밖에 못 받아냈다는 불편한 마음이랄까. 아니 내가 잠도 못 자면서 이런 죄스러운 마음도 가져야 하고. 억울하다 억울해.
성경으로 마음을 다스리니 조금 누그러졌는데, 문제는 마음이 차분해지자 잠도 다시 찾아왔다. 소파에 누워 알람을 맞추고 쪽잠을 청했다. 덜컥. 이번에는 시윤이가 웃으면서 나왔다. 하아, 이것들이. 그래도 의지를 발휘해서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시윤이를 맞이했다. 맞이하면서 곧바로 들여보냈다.
"시윤아. 왜 벌써 일어났어. 얼른 들어가서 더 자"
도대체 꼭두새벽부터 이게 뭐 한 건가 싶은 마음과 함께 어느새 출근 시간이 임박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당연히 다시 자지 않았다. 출근하려고 신발을 신고 있는데 문을 열고 둘 다 나왔다.
"아빠. 잘 갔다 와여"
나도 나지만 소윤이도 그 아침 아니 새벽에 좋지 않은 소리를 잔뜩 들어서 서운했을 텐데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소윤이는 환한 미소로 날 배웅했다. 미안하게 말이야.
새벽에 소윤이가 있었다면 낮에는 시윤이가 있었다. 시윤이는 오늘도 여러 방법으로 아내를 힘들게 했다. 자세히 묻지는 않았지만 퇴근하고 마주한 아내의 얼굴에는 피로도 피로지만 분노와 냉소가 더 짙게 깔렸다.
'강시윤, 너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을래'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울 거 같은 표정이었다. 아마 하루 종일, 수도 없이 많이 시윤이의 깐족거림과 뺀질거림에 지쳤나 보다. 아내의 얼굴에 0.00001%의 웃음도 없었다. 서둘러 저녁을 먹고 잠(곧 퇴근)을 향해 달렸다. 덕분에 서윤이는 번갯불에 콩 튀겨 먹듯, 아주 잠깐 안아 봤다. 시윤이는 자기가 저지른 만행을 아는지 나한테 와서는 너스레와 애교를 잔뜩 떨었다.
모든 걸 마치고 다 함께 자러 들어가면 나와 소윤이, 시윤이는 바닥에 눕고, 아내는 매트리스 위에서 서윤이 수유를 한다. 불은 모두 끈 상태로. 아내는 보통 수유를 마치면 서윤이를 아기 침대에 눕히고 조금 더 기다렸다가 나가거나 아니면 바로 나간다.
"여보. 나가"
"어"
"여보. 아예 나가. 아예. 나갔다 와"
어둠 속에서, 서윤이의 잠을 방해할까 봐 속삭이면서 얘기했다. 육아 인스타툰을 그리는 어느 작가가 이런 얘기를 했다. 육아에 지칠 대로 지친 자신에게 남편이 건네는 최상급의 위로는 "나갔다 올래?" 라고. 나라고 다르지 않다. 지난 낮의 괴로운 향기가 여전히 공기를 타고 떠다니는 집을 벗어나, 잠깐이라도 바깥바람을 쐬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나갈 준비를 마친 아내는 소파에 앉아 내가 방에서 나오길 기다렸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잠든 걸 확인한 뒤 거실로 나왔고, 아내의 눈에서 울음의 흔적이 느껴졌다. 무엇 때문에, 왜, 얼마나 힘들었는지 굳이 캐묻지 않았다. 물어봐야 뻔하기도 하고, 물어봐서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나간 아내는 30여 분이 지나고 사진을 하나 보냈다. 커피와 빵, 잼이었다. 동네 카페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곧바로 아내의 카톡으 도착했다.
[합정이야]
아내는 뭘 하고 싶어서, 할 게 있어서 나간 게 아니었다. 그냥 좀 멀어지고 싶었던 거다. 멀어졌다 돌아온 아내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지난 낮의 시윤이의 만행(?)을 웃으며 되짚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아내는 새벽의 나와 비슷했다. 시윤이가 잘못을 하긴 했지만 거칠고 감정이 가득 담긴 말을 여과 없이 쏟아낸 걸 미안해했다. 그 당시에는, 아니 그 뒤로도 한참 동안은 '인간' 강시윤이 너무 밉고 짜증이 났다고 말하면서도.
나의 최상급 위로가 부디 오래도록 유효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