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사랑하지만 보고 싶은 건

20.07.21(화)

by 어깨아빠

아내는 파주에 갔다. 그러고 보니 아내가 애들을 데리고 파주로 간 건 오랜만이다. 내가 파주로 출퇴근을 하고 소윤이와 시윤이, 이렇게 둘만 있을 때는 아내가 파주로 올 때도 많았다. 심지어 차도 없이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도. 물론 그때는 그때 나름대로 너무 힘들었겠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는 얼마나 홀가분했던 시절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윤이의 매서운 울음은 언제나 나와 아내의 정신을 흔들어 놓는다.


[오늘은 괜찮아?]


시윤이가 어제보다는 좀 낫냐는 의미였다. 아무래도 친정이고, 넓은 공원에 나가서 노니까 좀 나아 보였다. 아내가 놀지는 못 해도 시윤이가 정신없이 노니까 그만큼 마주치고 얼굴 붉힐 기회 자체도 적고.


장모님이 소윤이, 시윤이와 열심히 노는 동안 아내는 서윤이 사진을 열심히 찍어서 나에게 보냈다. 사랑이야 소윤이도 시윤이도 서윤이도 다 똑같이 사랑하지만, 아니 오히려 소윤이가 1번일지도 모르지만, 누가 제일 보고 싶냐고 누군가 물으면 요즘은 단연 서윤이다. 아내를 보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보고 싶은 마음을 가득 안고 집에 가도 서윤이랑은 스치듯 안녕이니까. 그나마 스치는 시간에도 소윤이와 시윤이의 요구와 갈구에 집중하고 반응해야 하니까 아쉬울 따름이다.


아내는 나의 퇴근 시간에 맞춰 (그것보다 조금 더 빨리) 집에 오겠다고 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집에 오고 있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그냥 애들 밥 먹여서 갈까? 아예 씻기고"

"그럴래? 왜?"

"그냥. 시윤이 가다 잠들까 봐. 아예 씻겨서 가는 게 낫지 않나 싶어서. 집에 가서 밥 차려 먹이려니 막막하기도 하고. 여기서 엄청 간단하게 먹여서 갈까 싶어"

"그래. 그럼"

"우리는 이따 따로 밥 먹자"

"알았어. 그럼 나 집으로 가 있으면 되지?"

"어. 혹시 시윤이 잠들면 이따가 내가 전화할게. 로비로 나와요"

"어, 알았어"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 자유롭게 샤워를 하고, 자유롭게 소파에 앉아서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자유롭게 전화를 받고 자유로운 차림으로 로비에 나가서 아내와 아이들을 맞이하는 것으로 30여 분의 자유는 끝이 났다.


시윤이는 오는 길에 잠들지 않았다. 소윤이랑 잘 놀았나 보다. 다들 괜찮아 보였다. 소윤이도 시윤이도, 서윤이도, 무엇보다 아내도. 파주에서 출발하기 전에 시윤이가 또 징징댄다는 소식을 전하기는 했지만 그때도 아내의 말투에는 유쾌함이 묻어 있었다.


집에 들어와서도 안고 있던 서윤이를 내려놓지 않았다.


"여보. 애들 양치 여보가 시켜. 난 서윤이 안고 있을게"


그렇다고 서윤이가 오랜만에 본 아빠에게 방긋방긋 웃어주는 것도 아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재워달라고, 안아달라고 악을 쓰며 울었다. 놀라운 건 그걸 보고 있는데 짜증은커녕 자꾸 웃음이 났다. 왜 다들 막내 막내 하는지 조금씩 느끼고 있다.


서윤이 하고도 그렇지만 소윤이, 시윤이 하고도 순식간에 이별이다. 다른 날은 같이 앉아 저녁이라도 먹었지 오늘 같은 날은 그런 것도 없이 바로 취침이니까.


"소윤아, 잘 자. 사랑해. 엄청 많이"

"아빠. 저두여. 사랑해여"


"시윤아. 잘 자. 사랑해. 백 개 넘게"

"아빠아. 더도 배께 넘게 다랑한다여어"


누워서 함께 기도하고, 사랑의 인사와 함께 뽀뽀를 나누는 동안 아빠의 마음과 사랑이 전달되기를 바라고 있다. 때로는 논산 훈련소 조교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빡빡한 규율을 제시하지만.


"자, 눈 뜨지 않습니다. 눈은 꼭 감습니다. 아빠랑 눈을 마주치지 않습니다악!"


애들을 재우고 나와서 장모님이 싸 주신 밑반찬과 함께 밥을 먹었다. 시금치, 콩나물, 메추리알 장조림, 무생채, 계란야채볶음, 김 같은 밑반찬뿐이었다. 소위 '핵심 요리', 이를테면 불고기, 닭볶음탕, 돈까스 등의 주인공 요리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맛있게 먹었다. 나는 물론이고 아내까지. 장모님의 손맛이 가장 큰 요인이겠지만, 그에 못지않은 중요한 이유를 꼽으라면 당연히 아이들의 부재, 곧 거실에 남은 사람이라고는 아내와 나뿐인 '고요한' 상황.


"여보. 너무 맛있다. 애들 없이 편히 먹으니까"

"그렇긴 하네. 천천히 먹어"


저녁 식사가 끝나고도 조금 더 앉아서 수다도 떨고 그랬다. 수다 중간중간 오늘 찍은 애들 사진 보는 건 필수고.


애들이랑 순식간에 이별한 대신 아내랑 보내는 시간이 느니까 그건 좋네. 5성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게 고풍스러운 식사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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