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7(월)
소윤이가 일찍 일어나서 날 배웅했다. 어젯밤에 느꼈던 소윤이와 시윤이를 향한 그리움(같이 지내는 이에게 쓰는 게 어울리지 않지만, 그리움이 제일 정확한 표현이다)이 아침에 눈을 뜰 때도 여전했다. 그때 소윤이가 문을 열고 나온 거다.
"소윤아.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이리 와"
"아빠. 이제 가여?"
"아, 조금 더 있다가. 잘 잤어? 안 추웠어?"
"네"
소윤이는 잠깐 내 무릎에 앉아 있다가 물 마시고, 화장실도 가고, 다시 방에 들어가려다가 이렇게 얘기했다. 엄청 철이 든 어른처럼.
"아, 아니다. 아빠 가는 거 보고 들어가야겠다"
아내가 날 배웅할 때는 많은 날을, '오늘은 잘 지내려나' 하는 마음으로 걱정하곤 하는데, 소윤이가 날 배웅하니 오히려 든든했다.
'소윤이가 엄마도 동생들도, 우리 집을 잘 지키렴'
시윤이와 서윤이하고는 영상 통화로 아침 인사를 나눴다. 어제 애들이랑 너무 재밌게 놀아서 그런지 하루 종일 생각이 났다. 평소에도 그렇긴 하지만 다른 날에 비해 유독 더 그랬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특히 더 그랬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그리웠고, 서윤이는 보고 싶었다. 보고 싶은 것과 그리운 것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소윤이, 시윤이와 함께 보낸 어느 좋았던 날, 마치 어제 같은 그런 날에 아이들과 주고받았던 감정과 분위기를 다시 재현하고 싶은 게 그리움이라면 열심히 뒤집기를 하고 있을 서윤이를 얼른 집에 가서 만나고 싶은 건 보고 싶은 거고.
서윤이의 뒤집기 기술은 한층 발전했다. 이제 완전히 엎어져서 양 팔을 빼고 머리를 치켜드는 자세가 가능하다. 물론 그 무거운 머리를 오랫동안 들고 있는 건 1살 아기에게 너무 힘든 일이라 금방 낑낑대지만. 엎드릴 줄 알게 되니 침을 엄청 흘린다. 침을 많이 흘리면 이유식을 할 때라던데. 이유식의 번거로움과 귀찮음, 고됨을 익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빨리 뭔가 먹이고 싶다. 모유 아닌 그 무언가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걸 빨리 보고 싶다.
아내는 아주 오랜만에 스타필드에 갔다. 코로나 이후로는 애들을 데리고는 안 갔는데 커피 캡슐이 다 떨어져서 어쩔 수 없었다. 간 김에 소윤이와 시윤이가 계속 얘기하던 '동전 넣고 게임하는 곳'에도 가서 몇 판 시켜주려고 했는데, 없어졌다고 했다. 아쉬운 대로 식당이나 유원지 같은 곳에 가면 있는 동전 넣고 앉으면 앞뒤 좌우로 재미없게 움직이는, 바이킹을 타며 짜릿함을 즐기는 소윤이가 타고 놀 군번이 아닌 그거라도 탔다고 했다. 참, 형님(아내 오빠)도 만났다고 했다. 요즘은 형님도 소윤이와 시윤이의 눈을 피해 서윤이를 향한 애정을 내뿜고 있다. 사실상 먼저 난 두 녀석의 눈을 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긴 하지만. 엄마, 아빠는 불가피하다고 쳐도 삼촌이나 숙모, 고모, 고모부 같은 사람이 본인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건 용납하기 어려운 일일 거다. 아무리 동생이 예뻐도.
퇴근하고 차에 타면서 전화했을 때 아내는 자기도 곧 출발하겠다고 했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때쯤 다시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가 먼저 도착하겠다"
"왜? 아까 출발한 거 아니었어?"
"아, 나왔다가 그 새우 있잖아. 우리 가끔 먹는 거. 그거 사려고 PK 마켓 다시 왔어"
"아, 그랬구나. 알았어"
먼저 집에 도착해서 밥을 안쳤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아내와 아이들을 기다렸다. 언제나 달콤한 찰나의 자유를 만끽하면서.
저녁은 애들 먼저 먹였다. 아내가 사온 새우를 네 마리씩 구워줬는데 어찌나 잘 먹던지. 몇 마리 더 구워주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아까워서 그런 건 아니고, 그러면 아내와 나의 육아 퇴근과 저녁 식사가 늦어지니까).
서윤이는 열심히 뒤집었다. 뒤집고 낑낑대다 울고. 눕혀주면 다시 뒤집고 낑낑대다 울고. 뒤집기는 의지가 아니라 본능인가? 아니면 막상 뒤집히면 머리가 너무 무거워서 힘든 건가? 아무튼 눕혀 놓기가 무섭게 곧바로 뒤집었다.
아내가 혼자 애들을 데리고 방에 들어가서 재웠다. 그동안 난 저녁을 준비했다. 오랜만에 쌀밥과 밑반찬도 아니고, 바깥에서 사 온 음식도 아닌, 그렇지만 특식 느낌 가득한 감바스를 해서 먹었다.
"여보. 이런 음식은 정말 오랜만이네"
"그러게. 맛있다"
"애들도 엄청 잘 먹을 텐데"
"맞아"
애들 생각이 나긴 하지만 앞으로도 집에서 애들이랑 야식을 먹는 일은 흔치 않을 거다. 어디 여행을 가서는 모를까. 밤에 뭘 먹으면 어려서부터 건강이 나빠질까 봐 걱정이 돼서도 아니고, 잠이 부족해 건강을 해칠까 봐 걱정이 돼서도 아니다.
아내와 나의 소중한 밤의 시간을 빼앗기면 아내와 나의 정신 건강이 악화될까 우려해서 그렇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언제나 그립지만 우리의 자유로운 밤도 그에 못지않게 그립고, 서윤이는 언제나 보고 싶지만 어쨌든 봤으니까 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