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월)
휴가는 나에게도 끝이었지만, 아내에게도 끝이었다. 아내는 휴가가 끝난 첫 월요일의 느낌을 이렇게 갈음했다.
[여보. 서윤이도 휴가 끝난 걸 알지만 시윤이도 아나 봐]
순하게 자기만 하던 서윤이는 울며 칭얼대고, 얼굴 찌푸릴 일 없이 지냈던 시윤이는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울고 징징대고. 아내는 함께 잠든 시윤이와 서윤이 사진을 보내줬다. 그러면서 나의 마음을 간파한 듯 한마디를 날렸다.
[여보는 마냥 귀엽겠지? 나는 깊은 탄식이 나오는데]
아내와 남편의 육아를 향한 온도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다. 아내는 본인의 현재 상황을 이렇게도 표현했다.
[빵 욕구 폭발하네]
아내가 전해주는 건 굉장히 정제되고 다듬어진, 일종의 편집본과 같은 것이다. 실제로는 훨씬 거칠고 슬프고 화도 나는 그런 시간이다. 내가 받아보는 건 편집본일 뿐, 감독판은 아내만 알고 있다. 네춘기를 지나는 시윤이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며, 내내 인자하고 부드러운 음성과 미소로 그를 대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인가 싶은 느낌이 들 정도니까.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둘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의외로 애들도 만족이 없다.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무조건 거절만 하는 것도 안 좋은 게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수용만 하는 것도 결코 건강하지 않다. 수용과 거절을 때와 상황에 따라 적당히 구사하는 게 가장 좋다. 는 건 누가 모르나. 현실이 녹록지 않으니까 그렇지. 오늘도 아내에게 박수를.
낮에 소윤이가 갑자기 김밥이 먹고 싶다고 얘기를 했다길래 저녁으로 김밥을 사 갈지 말지를 물어봤다.
[나 하루애 가고 싶었음. 치돈 좀 양껏 먹고 싶다. 두 개 시켜서]
[가자는 말인가]
[웅 가자. 오늘 뭐든지 사 먹으려고 했음. 에너지 제로]
퇴근해서 집으로 가자마자 다시 나왔다. 비가 아주 많이 왔다. 세차게. 우리가 가려는 식당은 아주 협소한데 손님은 많은 곳이라 서윤이를 데리고 가기에 조금 부담스럽긴 했다. 서윤이 낳고는 처음이었다. 뭐 안 되면 안고서라도 먹을 각오로 갔다.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었다. 놓쳤으면 괜히 아쉬울 뻔했다.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음식을 미리 주문했다. 휴가가 끝나고 난 뒤, 첫날의 한이 담긴 공격적인 메뉴 선택이었다. 치즈 돈까스, 돈까스, 크림 파스타, 김치 우동. 새우튀김.
"너무 많은가?"
라는 아내의 걱정은 부질없는 걱정이었다. 우리는 남김없이 깨끗하게 다 먹었다. 아빠의 각오를 알아차렸는지 서윤이는 내내 나에게 안겨 있었다. 아내는 소윤이와 시윤이 챙기랴 나 챙기랴 어쩌면 나보다 더 어려운 식사였을 텐데, 우리는 모두 잘 먹었다. 나도 왼팔은 서윤이에게 내줬지만 한 팔로도 배부르게 먹었다.
외식으로 식사 준비의 수고를 피한만큼, 육아 퇴근 시간이 늦어지는 건 불가피했다. 애들을 재우고 나와서 아내와 나는 각자 지친 얼굴과 몸을 이끌고 서로를 안고 토닥이며 말했다.
"여보. 수고했어. 오늘"
"여보도. 고생했어"
서윤이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간이 되면 아무런 부침없이 자주는 게 새삼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