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화)
아내는 오늘도 시윤이의 식사 태도 때문에 마음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며 나에게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혹은 토로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온전히 시윤이한테 쏟아질지도 모르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
그래도 오늘은 내내 그러지는 않았나 보다. 오후에는 소윤이와 시윤이가 굉장히 사이좋게 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물론 이것 또한 내내 그러는 게 아니겠지만. 내가 퇴근했을 때도 시윤이는 뭔가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낮잠을 자지 않은 날은 그런 표정으로 날 맞이할 때가 더 많은 거 같다. 날 맞이하지도 않는다. 징징대는 목소리로 계속 뭔가를 얘기하는 시윤이에게, 징징대는 소리 '좀' 하지 말라는 아내의 대화(?)가 복도에서부터 들릴 때도 많다.
이미 엄마에게 일종의 훈육을 받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까지 가세하는 건 아이들을 너무 몰아붙이는 면이 있으니 그런 날은 웬만하면 품어주는 편이다. 그렇다고 아내가 세운, 명시한 규칙이나 기준을 넘어서는 것까지 받아주면 아내도 허탈할뿐더러 훈육의 일관성도 사라지니, 가끔은 아내의 바통을 넘겨받기도 하고. 얘들아, 아빠도 나름대로 고민하고 연구한단다. 그런 것 없이 막 지를 때도 있지만.
저녁에 처치홈스쿨 온라인 모임이 있어서 평소보다 빠르게 하루를 마감해야 했다. 아내는 낮부터 그러겠다고 각오를 다졌는데 웬일인지 집에 가니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직 저녁도 먹기 전이었다. 아내는 별로 밝지 않은 표정(혹은 너무 바빠서 기쁨을 상실한 표정)으로 열심히 저녁을 준비했다. 오후에 하람이를 만나서 잠깐 놀았는데 그것 때문에 예상한 것보다 좀 늦어진 듯했다. 아내의 마음이 바쁜 게 느껴졌다. 서윤이라도 방에서 곤히 자고 있어서 자유로운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에게는 좀 아쉬운 일이었다. 아침에도 못 보고, 밤에도 못 보면 하루 종일 못 보고, 내일 아침에도 못 보고. 꽤 오래 서윤이 얼굴을 못 보는 거다. 아내가 낮에 찍은 사진을, 모든 일과를 마치고 자기 전에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일단 나랑 애들만 저녁을 먹었다. 아내는 도저히 먹을 기분 아니 상태가 아니기도 했고, 시간이 촉박하기도 했다. 나는 먼저 서둘러 식사를 마친 뒤 (온라인) 회의에 참여했고, 아내는 소윤이와 시윤이를 씻겨서 재운 뒤에 참여했다. 회의에 참여하기 전(화면에 얼굴을 드러내기 전)에 내 옆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휴가 때 길고 진한 육아의 연속이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애들 얼굴 보기도 힘든 일상이 되었다. 아내가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은 정도도 아니고 다 먹고 치운 상에 행주질 한 번 한 정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