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7(목)
새벽마다 한두 번씩은 꼭 깬다. 최근 며칠은 매트리스 위에서 잤는데 아내가 수유하려고 깰 때마다 깬다(아니면 그 전에 서윤이 울음 소리에 깨는지도 모르지만). 바닥에서 애들하고 잘 때는 서로 뒤엉켜서 깼고. 눈 감고 한 번도 안 깨고 아침까지 잔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아내 앞에서 할 소리는 아니지만.
서윤이는 오늘도 내가 출근 준비할 시간에 깨서 나왔다.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아내가 마찬가지로 눈을 뜨지 못하고 손가락을 빨며 낑낑대는 서윤이를 안고 나왔다. 덕분에 서윤이 얼굴도 보고 볼따구도 만져 보고 출근했다.
이번주는 퇴근하고 시간이 유독 없었는지 소윤이, 시윤이랑 유독 시간을 못 보낸 느낌이다. 특히 시윤이하고는 제대로 얘기한 기억이 별로 없다. 가뜩이나 코로나 때문에 분위기도 흉흉하고, 날씨도 맑은 날이 없고, 태풍까지 와서 그런가 뭔가 신나는 일이 없다. 힘들기는 해도 애들이랑 뒹굴고, 뛰어야 신이 나는 건데.
아이들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영상 통화로 대신했다. 아침에 사무실에 거의 도착했을 때 한 번, 점심 시간에 한 번. 소윤이와 시윤이는 막상 통화하면 집중하지 않고 딴 짓 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그 모습 마저도 반가웠다. 서윤이도 뚫어져라 화면을 보기는 했는데 아빠를 알아보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냥 강아지 같았다.
오후에 아내에게 전화했을 때는 아내가 무척 반가워했다.
“어, 여보. 반갑네. 나 엄청 졸려서 졸고 있었거든”
“아, 그래? 뭐 하고 있었는데?”
“서윤이 수유했더니 너무 졸리네”
아내의 목소리 뒤로 소윤이와 시윤이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애들은 왜 이렇게 신났어?”
“자기들끼리 뒹굴면서 노느라고”
아내는 갑자기 소윤이와 시윤이를 제지했다. 뭔가 위험하게 놀았거나 선을 넘었거나. 이런 일은 빈번하다. 통화하다 말고 갑자기 소윤이와 시윤이를 부르거나, 엄하게 제지하거나. 익숙하다.
부지런히 퇴근했다. 뭐 게으르게 퇴근하는 날은 없지만. 서윤이는 범보 의자에 앉아 있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그 앞에서 재롱을 떨고 있었다. 동생의 웃음을 위한 언니와 오빠의 개그쇼랄까. 셋을 키우면서 보는 장면 중에 가장 흐뭇한 모습이다. 덕분에 나도 소윤이와 시윤이의 공연(소윤이는 공연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을 재미있게 관람했다.
언니와 오빠의 노력 덕분이었는지 서윤이는 밥 먹는 동안에는 울지 않았다. 거의 다 먹었을 때쯤 격렬해졌지만 바로 안아주니 진정됐다. 아내가 소윤이와 시윤이를 씻기고 재울 준비를 마칠 때까지 안고 있었다. 앉으면 울기 때문에 계속 서서 안느라 허리는 좀 아팠지만 평일에는 이 시간이 아니면 그렇게 오래 안고 있을 시간이 없다. 힘든지도 모르고 안고 있었다. 자기 온 몸의 힘을 추욱 풀고 나에게 안겨 멍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빠는 걸 보고 있으면, 왠지 나(아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것 같은 뿌듯함이 생긴다. 요즘 점점 엄마 껌딱지가 될 전조 증상(어떤 순간에든 엄마 얼굴을 보면 일단 한 번은 미소를 짓는다)이 보이기는 하지만.
소윤이와 시윤이가 괜히 안쓰러웠다.
“소윤아, 시윤아. 너네 오늘 한 번도 못 나간 거지?”
하루 종일 얼마나 답답했을까.
아내는 오늘도 소윤이가 잠들기 전에(시윤이는 거의 눕자마자 잠들었다. 저녁 먹을 때부터 이미 조금씩 졸았다), 서윤이 수유를 마치자마자 방에서 나왔다.
“소윤이는 우네”
“진짜?”
“어”
오늘은 슬픔을 참기 힘들었나 보다.
아내는 커피라도 사러 나갔다 와야겠다며 나가서는 한참 있다 들어왔다.
“여보.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아, 자연드림도 들렀어”
아내는 자연드림이나 한살림 같은 곳(매장 크기가 작은)에서도 오랜 시간을 보내는 능력의 소유자다. 특별히 살 것을 정해서 들어가지 않는 이상, 언제나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애들한테 미안하네”
“왜?”
“애들은 하루 종일 못 나갔는데 난 이렇게 나갔다 와서”
그렇게 말하고 조금 있다가 아내는 빵 봉지를 꺼내 들었다. 아까는 분명히 자연드림 얘기만 했다.
“아, 라본느도 갔다 왔는데 완전히 잊고 있었다”
아, 자연드림은 거들 뿐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