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화)
서윤이의 긴 밤잠이 아내와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스리슬쩍 찾아왔던 것처럼, 긴 밤잠이 다시 분절되는 것도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서윤이의 밤잠이 8시부터 6시까지라고 하면 요즘은 두 번을 깬다. 아내와 나는 보통 12시쯤 눕는데 서윤이는 보통 12시 이후에 두 번을 깨고. 그러니까 아내는 6시간을 자는 동안 두 번을 깨는 거다. 물론 나도 깨지만 난 눈만 뜨는 거고, 아내는 몸을 움직여 젖을 물리고. 아내와 나는 워낙 그런 걸 별로 계산하지 않지만 이가 날 때, 성장통이 있을 때 등등 여러 이유가 있다고들 한다. 아내와 나는 알고 있다. 언젠가는 다시 긴 밤잠이 온다는 걸. 그게 하루라도 빨라지길 바랄 뿐. 나에게 좋은 거라고는 밤잠을 설치는 대신 출근하기 전에 서윤이 얼굴 잠깐이라도 본다는 정도. 아, 물론 오늘은 서윤이가 엄청 기분 좋게 계속 웃어줘서 발걸음을 떼기 어려웠으니, 꽤 좋은 아침이었지만.
그 정도로 피곤하면 하루를 ‘제대로’ 보는 게 이상할 정도인데, 아내는 꽤 잘 지낸다. 내공인지 내성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아내는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아이 셋과 무너지지 않고 지내는 법’을 날마다 터득하고 있다(날마다 터지는 날도 많지만). 오늘도 중간 중간 연락했을 때 어둡지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막상 집에 와서 물어보면 꽤 화려한(?) 일이 일어난 날도 많다. 일상은 똑같으나 받아내는 힘이 세어진 게 분명하다.
원래 저녁으로 카레를 준비한다고 했는데, 아내는 저녁 준비를 하지 못했다면서 먹을 걸 사 오라고 했다. ‘이웃 사촌’도 넘고 ‘친한 언니’도 넘은, 그 이상으로 친밀하게 지낸 505호 사모님이 내일 이사를 간다.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처치홈스쿨도 같이 하니 영영 못 보는 건 아니지만, 엄청 가까이에 살며 ‘반찬을 나누던’ 사이니, 그 아쉬움이 이해는 된다. 마지막으로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갔는데 아내는 505호 사모님이 우리 집에서 나갈 때, 나와 통화할 때 울었다. 아내는 저녁을 준비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아내가 깊은 슬픔에 빠져 있었다는 건 아니고 석별의 정을 나누다 보니 시간도 훌쩍 지나고, 마음도 싱숭생숭하고 그랬다는 거다. 사실 애 셋이랑 지내면 슬픔을 묵상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먹을 김밥과 아내와 내가 먹을 햄버거를 사서 들어갔다. 서윤이는 역시나 아내 등에 업혀 있었다. 오늘도 소윤이와 시윤이를 생각해서 서윤이를 바로 넘겨 받지는 않았다. 대신 아내가 식탁에 앉아 저녁 식사를 시작할 때 받았다. 서윤이는 배도 고프고 졸리기도 해서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막 소리 높여 울지는 않았다. 불과 지난 주까지만 해도 먹을 걸 눈 앞에 갖다 대도 아무 반응이 없었는데 오늘은 햄버거를 갖다 대니까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셋이나 키웠지만 날마다 자라는 아이를 관찰하는 신비로움과 즐거움이 크다.
소윤이, 시윤이하고는 따로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다. 같이 앉아 밥 먹은 것, 씻겨준 것이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었다. 소윤이에게 미안했지만 오늘은 함께 들어가서 눕지 않았다. 아내는 먼저 들어가서 수유를 하고 있었고, 소윤이와 시윤이만 들여 보냈다.
“소윤아, 시윤아. 잘 자. 오늘은 엄마도 수유 끝나면 나오실 거야”
소윤이는 그래도 잘 수긍했다. 오늘 같은 날도 있고, 우는 날도 있고 그렇다. 그때 그때 상황을 봐 가며 훈련 아닌 훈련을 시키고 있다.
훈련은 훈련이고, 못 보니 보고 싶네. 이러니 주말을 기다리는 거고. 코로나 때문에 어디 나가지도 못하지만. 시윤아, 니가 맨날 물어보는 “아빠 오늘은 출근 안 하는 날이에여?” 라는 질문에 얼른 “응, 안 가”라고 대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