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태풍까지

20.09.02(수)

by 어깨아빠

오늘은 아예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미 아내와 서윤이가 한 몸이 되어 있었다. 깜짝 놀랐다. 아내의 몸에서 살아있는 곳은 가슴 뿐인 듯했다. 자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깬 것도 아닌 상태로 벽에 기댄 채 서윤이에게 일용할 양식을 공급했다.


수유를 마친 서윤이는 오늘도 나왔다.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아내는 두려워 했다. 그 시간에 너무 기분이 좋으면, 눕혀도 다시 자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시윤이도 깨서 나왔다.


“아빠아. 오늘 회다 안 가는 날이에여어?”

“아니. 가는 날이지”


아직 평일과 주말의 개념이 없는 시윤이.


난 베란다에 있는 커다란 욕조를 꺼내는 중이었다. 아내가 애들하고 오늘 목욕을 하기로 약속했는데, 어제 아이들에게


“엄마가 오늘 밤에 꼭 꺼내 놓을 게. 걱정하지마”


라고 장담했다.


“엄마. 그런데 엄마가 까먹으면 어떻게 해여”

“안 까먹어. 만약에 까먹으면 아빠한테 아침에 꺼내 놓으라고 하면 되지”


아내는 ‘까먹었다’. 아내 덕분에 ‘우렁아빠’가 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시윤이는 이미 봤네. 아내와 시윤이, 서윤이는 조금 있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시윤이와 서윤이 모두 조금 더 자서 아내도 달콤한 아침 잠을 더 잤다고 했다.


오후에는 욕조에서 밝은 표정으로 목욕을 하고 있는 소윤이와 시윤이의 사진을 받았다. 둘이 들어가서 앉으면 꽉 찰 정도고, 두 다리를 펴는 건 엄두도 못내는 좁은 욕조지만 우리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최선의 물놀이다. 그러고 보니 올 여름에는 물놀이를 한 번도 못 했다. 물놀이 비슷한 무언가 조차도.


요즘은 퇴근했을 때 마주하는 풍경이 거의 비슷하다. 아내는 서윤이를 업고 주방에서 부지런히 저녁 준비를 하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거실에서 뭔가 하고 있고. 이것도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시윤이가 울고 있거나 떼 쓰고 있는 장면이 좀 줄었다. 내가 들어가기 직전까지 오만 짜증을 다 내며 아내를 억울하게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눈으로 보는 게 줄기는 했다.


서윤이는 오늘도 엄마, 아빠, 언니, 오빠의 저녁 식사가 시작됨과 동시에 바닥에 눕혀졌다. 저녁 음식이 카레였기 때문에, 까짓 거 울면 한 팔로 안고 나머지 손으로 먹는 게 어렵지는 않았을 거다. 감사하게도 서윤이는 아빠의 편하고 자유로운 식사를 허락했다. 바닥에 누워서 자기 손 보며 옹알이 하고, 웃고. 이쪽 저쪽으로 뒹굴면서 웃고. 엎드려서 침 질질 흘리면서 웃고. 밥 먹을 때는 물론이고 밥 먹고 나서 씻기고 재울 때까지. 덕분에 계속 바닥에 같이 뒹굴며 놀았다(사실 부지런히 움직여서 소윤이와 시윤이를 씻겨야 했는데, 서윤이 곁을 떠나지 않았고 아내가 애들을 씻겼다).


“여보. 나 커피 좀 사다 줄 수 있어요?”

“응. 당연하지”


아내와 소윤이, 시윤이, 아내 모두 어느새 이틀 내내 집에만 있었다. 집 밖에 나가더라도 잠깐 장 보는 게 대부분이지만, 그것마저도 못한 게 벌써 이틀.


“소윤아, 시윤아. 내일은 어디라도 나가자”


라고 아내가 얘기했다. 여보, 내일 태풍 온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