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주일)
소윤이와 시윤이는 새벽 같이 일어났다. 아마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애들도 서윤이 우는 소리에 잠이 확 달아난 듯했다. 아내는 방에 없었다. 서윤이 울음소리에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여보. 왜?”
“아, 배가 아파서”
“화장실 배?”
“어, 그렇기는 한데. 뭔가 계속 아파서”
거기까지 대화를 나누고 다시 잠들었다. 다시 깼을 때도 마찬가지로 서윤이 소리가 들리기는 했는데 이번에는 옹알대는 소리였다. 옹알대면서 마치 부르는 것처럼 옹알이의 끝자락에는 우는 소리도 섞여 있었고. 아기 침대에 다가가서 얼굴을 보여줬더니 바로 옹알이를 그치고 몸을 파닥거리며 웃었다. 불렀던 게 틀림없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이미 거실로 나가고 없었다. 서윤이를 안고 거실로 나가서 서윤이를 바닥에 눕히고 나도 그 옆에 누웠다. 사실 엄청 졸렸다. 매우 이른 시간이었고. 서윤이 옆에 누워서 서윤이의 웃음과 손길을 느끼다가 잠들겠다는 생각이었다. 어느 정도는 계획을 이뤘다. 푹 잠들지는 못했지만 꽤 오랜 시간 누워 있었다. 깨면 서윤이랑 놀고 그러다 잠들고, 다시 깨면 또 서윤이랑 놀다가 다시 잠들고를 반복하다 보니 아침 먹을 시간이었다. 마침 잘 놀던 서윤이가 칭얼거렸다. 졸리다는 신호였다. 서서 안아줬더니 5분도 안 돼서 잠에 빠져들었고, 방에 들어가서 조심스럽게 눕혔다. 아내는 여전히 자는 중이었다.
애들 아침으로는 어제 장모님이 싸 주신 닭가슴살 간장 조림에 밥을 비벼줬다. 애들이 아침을 다 먹고 예배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때까지도 아내는 깨지 않았다. 지난 밤, 제대로 잠을 못 이뤘나 보다. 예배 시간 10분전쯤에 들어가서 깨웠다. 계속 배가 아프다고 했다. 많이 자고 나왔는데도 뭔가 많이 피곤해 보였다.
예배 드리고 나서 잠깐 한살림에 다녀왔다. 편하려면 나나 아내가 혼자 후다닥 다녀 오는 게 나았지만 바깥 바람에 굶주린 소윤이와 시윤이를 위해 온 가족이 나갔다 왔다. 정말 딱 한살림에만 갔다 왔다. 서윤이도 정말 오랜만에 유모차를 탔다.
점심 먹고 나서 오후에는 집에 손님이 왔다. 고작 두 가정의 만남이었지만 한 집당 아이가 셋이라 아이만 여섯이었다. 그나마 서윤이가 계속 자서 우리(아내와 나)는 덜 정신이 없었다. 함께 보낸 시간의 유익함과는 별개로 어쨌든 애들이 많고, 놀기 위해 모인 게 아니다 보니 꽤 피곤했다. 거기에 소윤이는 평소보다 태도가 안 좋았다. 시윤이는 틈만 나면 손가락을 빨고.
시윤이의 ‘손가락 빠는 문제(?)’에 관해 너무 뭐라고 하지 않기로 했었다. 약간의 허용과 함께 너그럽게 대하기로 했는데 그랬더니 얘가 오히려 더 심취해서 시도 때도 없이 빤다. 아내와 나는 ‘양성화, 합법화를 통한 감소 효과’를 기대했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정말 신기한 건 손가락을 빠는 게 행위의 목적이 아니라는 거다. 그냥 손가락만 빠는 게 아니라 꼭 머리카락 한 올을 쥔 채로 빤다. 머리카락이 없으면 어디서든 비슷한 느낌의 털을 구해서. 손에 쥔 머리카락 끝으로 코 끝을 간지럽히면서 손가락을 빤다(머리카락 한 올을 손바닥에 쥐고 따봉 자세를 한 다음, 엄지 손톱이 밑으로 가게 해서 그걸 입에 넣으면 머리카락 끝이 딱 코 끝 정도에 위치한다. 그럼 그걸로 코 끝을 살살 간지럽히는 거다. 길이가 안 맞으면 왼손으로 정교하게 머리카락을 잡아 당기며 길이를 맞추고. 난 이걸 왜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는 거지?). 보통 사람은 견디기 어려운 간지러움을 즐긴다. 너무 신기해서 눕혀 놓고 머리카락으로 코 끝을 막 간지럽혀 봤는데 아무렇지도 않았다. 나, 아내, 시윤이, 서윤이 모두 1초도 못 견디고 몸서리를 쳤다. 참으로 신기한 시윤이의 취미 생활. 아무튼 요즘은 정도가 너무 심해졌다. 다시 규제를 해야 할 거 같다.
다 마치고 나니 피곤이 몰려왔다. 아내도 나도. 그나마 서윤이가 오래, 많이 자 줘서 조금의 여력이 남아 있었다. 그러지 않고 서윤이까지 계속 안고 달래야 했으면 아내든 나든 진작에 나가 떨어졌을지도 모른다(서윤이는 사진 한 장 찍을 틈도 없이 정말 많이 잤다). 내가 설거지를 하기로 했고, 아내는 애들을 씻기기로 했다. 소윤이부터 차례대로 씻기던 아내가 시윤이를 씻기고 나오면서 나에게 말했다.
“여보. 시윤이 이마가 뜨끈한데?”
“진짜?”
나도 이마를 짚어봤는데 평소랑 다른 게 바로 느껴졌다. 그렇게 고열은 아닌 듯했다. 시윤이 상태도 멀쩡했고. 별 걱정 없이 체온계로 재봤는데 38도가 넘었다. 제일 이상한 건 시윤이가 너무 멀쩡하다는 거였다. 그냥 평소랑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시윤아. 안 힘들어?”
“네에. 안 힘들은데여어?”
시윤이에게 손가락 빨기의 위험성을 설파했다.
“시윤아. 시윤이가 자꾸 손가락 빠니까 병균들이 시윤이 몸 솜으로 들어가잖아. 그래서 지금 시윤이가 열이 나는 거야. 시윤이 열 많이 나서 아프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병원에 가야 돼. 병원에 가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엄마도 못 보고, 아빠도 못 보고, 누나도 못 보고, 서윤이도 못 봐. 시윤이가 사랑하는 사람 아무도 못 봐. 시윤이는 그게 좋아?”
“아니여”
“거 봐. 아빠가 거짓말 하는 게 아니라 진짜라니까”
“왜여어? 왜 병원에 가여어?”
“아프면 치료해야 하니까. 그러니까 손가락 빨면 되겠어 안 되겠어?”
“안 대여어”
“손가락 빨면 어떻게 된다고?”
“아파여어”
“아프면 어디 간다고?”
“병원”
“병원에 가면 어떻게 돼?”
“엄마랑 아빠랑 누나랑 더윤이 못 바여어”
“그럼 엄청 슬프겠지?”
“네”
“손가락 빨면 안 돼. 알았지?”
“네”
일단 표정으로는 심각했다. 의외로 이런 논리적인 접근이 먹힐지도 모르니까.
아내는 애들 재우러 들어가서 같이 잠들었는지 나오지 못했고, 나도 거실에 남아서 일기 쓰다 계속 졸았다.
시윤이가 걱정이다. 때가 때이니만큼. 비록 집 - 차 - 집이긴 했어도 어제 잠들어서 못 씻긴 것도 괜히 찝찝하고. 물론 아내나 나나 지난번 소윤이가 잠깐 열이 났을 때처럼, 과로(수면 부족)가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