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출근하자

20.09.22(화)

by 어깨아빠

아내와 아이들이 출근길에 동행했다. 예전에 파주로 출근할 때는, 출근 시간도 늦고 파주에 처가도 있으니 가끔 아침에 같이 나고 그랬다. 지금 회사로 옮기고 나서는 당연히 그럴 일이 없었고.


505호 사모님네가 얼마 전에 이사를 했는데 그게 내 사무실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오늘 거기를 간다고 했다. 이사도 하고 그랬으니 한 번 놀러 가는 거였는데, 엄청 이른 시간에 가기로 했다. 사실 나 때문이기도 했다. 근처에 온 김에 퇴근할 때도 같이 가면 좋은데 차 두 대로 움직이면 의미가 없고, 그렇다고 내가 아침에 대중교통을 타고 출근하는 건 너무 힘들고. 그러다 보니 아내가 내가 출근할 때 같이 나와서 나를 회사에 데려다주고, 바로 505호 사모님네로 가기로 한 거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친구(누나)네 집에 놀러 간다는 사실에, 어제부터 들떴다.


“엄마. 오늘 밤은 빨리 왔으면 좋겠고, 내일 밤은 천천히 오면 좋겠어여”


어제 소윤이와 시윤이가 자주 한 말이다. 그렇게 들떠서 그런가 오늘 엄청 일찍부터 일어났다. 알람 울리는 시간이 결코 늦은 시간이 아닌데 소윤이는 그것보다 훨씬 일찍부터 깼다. 소윤이의 소란스러움에 나도 깼다. 어떻게든 다시 잠을 청해 봤는데 결국 실패했다.


맨날 혼자 라디오를 들으며 교통 정체와 씨름하던 출근길에 아내와 아이들이 동행하니 기분이 좋았다. 오늘도 꽤 막혀서 1시간 정도 걸렸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나만 그랬다. 아내는 중간쯤부터 졸기 시작했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생각보다 긴 이동에 조금 지쳤고.


“여보. 오늘 엄청 피곤할 거 같은데”

“나? 그럴까?”

“어. 너무 일찍부터 나와 있는 거 아닌가”


아무리 친해도 어쨌든 손님이니 맞이하는 505호 사모님이나, 집 떠나면 고생일 텐데 하루 종일 남의 집에 머무는 아내나 모두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다. 오히려 아내는


“언니랑 둘이 언제 이렇게 시간이 갔냐고 얘기할 정도였다니까”


라고 말했다. 그만큼 힘든 순간 없이 하루를 보냈다는 말이었다. 일단 서윤이가 힘들게 하지 않았고(계속 울거나, 안겨 있기만 하거나) 나머지 아이들도 모두 잘 지낸 덕분이었다. 게다가 모두 낮잠도 잤다. 아내도 애들도 잘 놀고, 잘 먹다 온 듯했다.


퇴근 시간에 맞춰 아내가 사무실 앞으로 태우러 왔다. 사무실에서 가까운 어딘가에서 저녁을 먹었다. 막 울던 서윤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아기띠로 안아 주니 금방 잠들었다. 딱 먹을 동안 자 줬다. 황송하게도.


시윤이가 밥 먹다 말고 똥이 마렵다고 해서 화장실에 데리고 갔다 왔을 때 살짝 위기가 왔지만, 그래도 아주 수월하고 즐거운 저녁 시간이었다. 서윤이도 잤고, 소윤이와 시윤이도 낮잠을 잔 덕분에 최상의 상태였고.


소윤이는 그래도 아쉬운지 집에 가면 동네 산책이라도 하자고 졸랐다. 애들도 애들이지만, 사실 나도 들떴다. 소윤이의 요구에 혹해서 그럴까 싶었는데, 아내가 소윤이에게 ‘너무 늦어서 오늘은 안 된다’라고 먼저 얘기했다. 나중에 집에 도착했을 때, 역시 사람은 함부로 말을 내뱉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엄청 피곤했다. 산책을 약속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서윤이만 기분이 별로였다. 카시트에서는 계속 울고, 집에 도착해서도 나에게 안겨 있어야 울지 않았다. 아내는 소윤이와 시윤이를 씻기는 동안 계속 안고 있다가, 먼저 씻은 시윤이가 나왔을 때 바닥에 내려놨다. 시윤이가 초점책을 가지고 와서 보여 주니, 그걸 보며 웃었다. 서윤이 키우는 데 소윤이와 시윤이가 진심으로 큰 도움이 될 때가 많다.


평소와 다르게 워낙 이른 시간부터 움직인 탓에 아내와 소윤이, 시윤이는 엄청 피곤해 했다.


내가 제일 큰 수혜자였다. 출근할 때는 지루하지 않았고, 일할 때는 다른 날보다 퇴근 시간이 더 기다려졌고. 퇴근하자마자 바로 아내와 아이들을 보니 퇴근의 기쁨이 증폭됐고. 별거 아닌데, 아직도 기분이 다 좋다.


아내는 피곤해서 일찍 잔다더니 거의 한 시간째 소윤이와 시윤이 어릴 때 사진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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