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빠 혼자 가여

20.10.25(주일)

by 어깨아빠


아내와 나는 예배에 늦지 않기 위해 모든 순간에 부지런히 움직였다. 아내와 아이들이 아침 먹는 동안 커피를 한 잔 마셨다. 평소와 다르게 따뜻한 커피를, 드립백으로 내려 마셨다. 방심이었다. 커피를 마시지 말고, 씻고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아내가 머리를 감는다고 해서 일단 먼저 씻으라고 하고, 난 소윤이와 시윤이의 옷을 입혔다. 서윤이 옷도 입혔나? 아무튼 아내가 씻고 나온 뒤에는 나도 들어가서 씻었다. 갑자기 배가 아팠다. 덕분에 시간이 많이 촉박해졌다. 그래도 부지런히 나가면 늦지는 않을 시간이었다.


“소윤아, 시윤아. 신발 신어”


준비를 끝내고 막 나가려고 했는데, 아내가 믿고 싶지 않은 소식을 전했다.


“어, 잠깐. 서윤이 똥 싼 거 같은데?”

“진짜? 한 번 봐봐”

“맞네, 쌌네”


어쩜. 이렇게 정확하지. 꼭 밥 먹으려고 하면, 나가려고 하면 싼다. 어느새 서윤이의 똥에서도 고약한 냄새가 난다. 이유식을 먹고 난 뒤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히려 숨을 들이마시며


“오, 구수한데”


라고 말하기 힘들어졌다.


“헙”


하며 숨을 최대한 참게 된다. 본능적으로.


서윤이 덕분에 오늘도 늦어졌다. 역시,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추수감사 주일이라 소윤이와 시윤이는 어린이 예배에 보냈다. 배와 감을 하나씩 손에 들려 보냈다. 어린이 예배에 가는 건 엄청 오랜만이었다. 소윤이는 어린이 예배에 엄청 가고 싶어 했고, 시윤이는 누나만큼은 아닌 듯했다.


“소윤아, 시윤아. 마스크 벗지 말고 잘 쓰고 있어. 알았지?”


소윤이와 시윤이 모두 마스크를 막 벗지는 않아서 걱정이 되지는 않았지만, 혹시 모르니 한 번 더 주지를 시켰다.


처음 예배 시작할 때는 서윤이가 유모차에서 잤다. 그러다 중간에 깼는데 조금씩 칭얼거렸다. 더 심해지기 전에 달래주려고 내가 아기띠를 해서 안았다. 손가락을 입에 넣고 내 가슴팍에 고개를 파묻고 좌우로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손을 빼고 날 한 번 쳐다보고는 낑낑대고. 다시 파묻고. 다시 들고. 조금 있다가 잠들었다. 예배 끝나고 나서 차에 탈 때까지 계속 그렇게 잤다.


“소윤아, 시윤아. 예배 잘 드렸어? 오랜만인데 어땠어?”

“좋았어여”


“시윤이는?”

“더는 또끔 울었더여어”

“울었어? 왜?”


“아, 아빠 왜 그랬냐면, 시윤이가 방에 들어가기 싫다고 울었어여”

“아, 그랬어? 많이?”

“아니여 조금”

“그래서 어떻게 했어?”

“그냥 제 옆에서 같이 했어여”


예배드리고 나서 나이에 따라 반을 나누고 활동하는 시간이 있는데, 시윤이가 누나랑 떨어지기 싫어서 울었다는 말이다. 그러게, 평소에 누나한테 좀 잘 하지(잘 하는 편이지만, 더 잘 하라는 뜻이다).


시윤이는 어제도 코피를 흘렸다. 오늘 아침에는 교회 가는 길에 차에서 잠들기도 했고. 아무리 피곤해도 교회 가는 시간에 잠드는 일은 흔치 않다. 예배드리고 나서 집에 갈 때도 엄청 피곤해 보였다. 피곤해 보이는 건 소윤이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아무리 말해도 바뀌지 않는다. 으, 지긋지긋한 조기 기상.


점심으로 먹을 피자를 찾으러 다녀오는 사이, 차에서 기다리던 아내와 아이들이 말했다.


“여보. 소윤이랑 시윤이는 오늘 축구 안 따라가기로 했어요”

“진짜? 왜?”

“아, 너무 피곤할 거 같아서 안 가는 게 어떻겠냐고 했더니, 안 가기로 한 건 아니고 생각해 보겠대요”

“아, 알았어”


소윤이는 조금 더 고민을 해보고 결정을 하겠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 피자를 먹으면서 물어봤다.


“소윤아. 축구 안 가고 싶어?”

“가고 싶기도 한데 안 가고 싶기도 해여”

“왜? 가면 너무 재미없나?”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오늘은 좀 피곤하기도 해서”

“안 피곤했으면 따라갔을 거야?”

“그렇겠져?”


지난주에 너무 나랑 못 놀아서 그런가 싶어서 괜히 미안했다. 아빠랑 축구하러 가는 걸 그렇게 기다리던 녀석이 안 가도 괜찮다고 하니 괜히 섭섭하기도 하고. 졸지에 셋을 데리고 있어야 할지도 모르는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아빠. 저는 확실하게 정했어요. 오늘은 안 갈래여”


소윤이는 선언했다. 시윤이는 자기도 고민을 해보겠다고 했지만, 시윤이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누나가 안 가는데 혼자 따라 가지는 못한다. 가 봐야 심심하기만 하고.


“여보. 낮잠 좀 잘래?”

“여보. 좀 쉬어. 내가 할게”

“설거지 놔 둬. 내가 할 거니까”


도둑질도 안 했는데 오늘도 발이 저렸나.


“여보. 왜 그래”

“왜 그러긴 알아서 기는 거지”

“알아서 기긴 뭘 알아서 기어. 그냥 평소처럼 하면 돼. 평소에 잘 하는 것처럼”


어쩜 말도 그리 예쁘게 할까.


소윤이는 아내에게, 아빠가 축구하러 간 사이 뭘 할 건지를 물어봤다.


“뭘 하긴. 집도 치우고, 빨래도 개고, 청소도 하고 그래야지”

“아, 또 갈까 싶네”


소윤이 특유의 어른스러운 넉살.


축구를 마치고 왔을 때 소윤이와 시윤이는 밥을 다 먹고 씻기 직전이었다. 아내가 소윤이와 시윤이를 씻기는 동안, 나는 저녁을 먹었다. 밥 먹기 전에 얼른 씻고, 애들 잘 준비하는 건 내가 하려고 했는데 아내는 식기 전에 밥부터 먹으라고 했다. 소윤이가 씻을 때는 시윤이가, 시윤이가 씻을 때는 소윤이가 내 앞에 앉아서 말동무를 해줬다.


“시윤아. 이제 아빠랑 축구하러 안 갈 거야?”

“아빠아. 더는 어, 오느는 안 가구, 내이든 가구, 또 그 다음 내이든 안 가구. 이더케 할 꺼에여어”

“아, 번갈아 가면서?”

“네 맞아여”

“소윤아. 이제 아빠랑 축구하러 안 갈 거야?”

“아니여. 이번주에 안 갔으니까 다음주에는 가고, 또 그다음 주에는 안 가고 이렇게 할 거에여. 번갈아 가면서”


둘이 짠 것처럼 똑같은 얘기를 했다. 애들 데리고 가는 거 조금도 귀찮지 않았고 오히려 난 좋았다. 물론 가서 애들한테 신경을 쓰긴 하지만, 언제나 즐거웠다. 나는. 애들은 혹시 그게 아니었나 싶어서 미안한 마음에 계속 물어본 거다.


아내는 오늘도 애들 재우다 잠들었는지 소식이 없었다. 오늘까지 그렇게 자면, 나중에 너무 허망해 할 거 같아서, 오늘은 깨웠다. 깨서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건, 물론 없다. 다만, 잠시 육아를 끝냈다는 미미한 해방감을 느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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