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9(목)
아침에 잠깐 통화한 후로는 오후 늦게나 다시 연락을 했다. 아내는 형님(아내 오빠)을 만나 카페에 갔다고 했다. 처음 가 본 카페였는데 위치도 좀 생소했다. 아내가 보내준 소윤이와 시윤이의 모습 뒤로 멋진 자연이 보였다. 아마 도심 속에서 자연을 찾다 보니 그런 위치에 자리 잡은 게 아닌가 싶었다. 덕분에 소윤이와 시윤이는 마스크도 벗고 마음껏 뛰어놀았다고 했다.
서윤이도 삼촌 품에 한참 안겨 있었다고 했다. 더 정확한 느낌으로 표현하자면, 삼촌이 안는 걸 거부하지 않았달까. 덕분에 아내도 그나마 좀 편히 있다 온 느낌이었다. 마음이 편한 건 물론이고, 몸까지.
낯가림이 심하던 조카가 울지도 않고 잘 안겨 있으니, 형님은 한참 서윤이를 안고 있었다. 한참 안고 있다가 다시 아내에게 넘겨주고 나서
“서윤이 무겁다. 팔이 후들거리네”
라고 말했다고 했다. 소윤이랑 시윤이 때문에 작아 보여서 그렇지 이제 제법 무겁다. 한 팔로 안기에는 아주 버거워졌고, 두 팔로 안기에도 만만하지가 않다. 아내의 등이 그렇게 아픈 건 다 이유가 있다.
아내를 비롯해서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까지 ‘오빠’와 ‘삼촌’ 덕분에 즐거운 오후를 보내고 왔다. 퇴근했을 때 그게 느껴졌다. 옷은 모두 외출복 그대로였다. 서윤이가 눈에 띄었다. 맨날 실내복 차림인 건 물론이고, 외출할 때도 실내복 그대로 나가는 일이 많았다. 물론 기저귀만 걸쳐도 관심을 받을 때지만, 애나 어른이나 옷이 날개인 건 마찬가지다. 근사한, 내 취향의 옷을 입고 있으니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아내는 막 저녁 준비를 시작한 모습이었다. 돼지고기가 있었고, 아내는 그걸 막 구우려던 참이었다.
“제일 싼 부위를 사서 맛은 없을 거야. 그래도 맛있게 먹자”
아내는 맛을 걱정했지만 맛이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양이었다. 소윤이, 시윤이와 함께 먹기에는 좀 부족해 보였다. 소윤이랑 시윤이가 평소와 다르게 고기에 별로 손을 대지 않으면 모를까, 평소처럼 먹으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일단 고기에 손을 대지 않고 지켜봤다. 남으면 먹겠다는 생각으로.
소윤이와 시윤이는 매번 쌈까지 싸서 야무지게 고기를 먹었다. 나도 그렇고 아내도 거의 안 먹었는데, 고기는 팍팍 줄었다. 애들이 잘 먹는 모습만 본다고 배가 부르지는 않았지만, 배고파도 얼마든지 양보할 희생의 정신이 샘솟았다.
저녁 식사를 시작한 시간도 늦었고, 소윤이와 시윤이가 쌈을 싸 먹느라 진행도 더뎠다. 마지막으로 소윤이까지 식사를 마치고 나니 꽤 늦은 시간이었다. 아내와 나는 정신력을 동원해 움직였다. 씻기고, 갈아입히고, 치우고. 몸을 움직이는 건 물론이고 말을 하는 것도 정신력이 필요했다. 체력 고갈로 작은 일에도 짜증을 낼 위험이 높은 시간대였다. 단속을 위한 정신력이 필요했다.
애들을 재우러 들어간 아내는 꽤 한참 뒤에 나왔다. 서윤이가 바로 안 자기도 했고, 아내는 잠들기도 했고.
“잠들었어?”
“어, 살짝. 아 빵 사러 갔다 오려고 했는데”
“라본느 9시 30분까지인가?”
“응”
“대안이 없나?”
체념한 듯 보이던 아내가 나에게 말했다.
“여보. 그때 여보가 알려준 도래울 빵집이 어디더라?”
아내와 나는 인터넷 검색으로 빵집을 찾아냈다.
“10시 20분까지네. 얼른 갔다 와”
“내가 먹고 싶은 게 있는데 남아 있을까?”
“전화해서 물어봐”
아내는 바로 전화를 했다.
“아 혹시 거기 초승달 앙버터 아직 남아 있나요? 아 그래요? 아 그럼 혹시, 제가 꼭 갈 건데 그거 킵 해주실 수 있나요?”
꼭 갈 테니 다른 이에게 팔지 말고 보관해 달라며 굽신대는 아내가 귀여웠다.
“여보. 꼭 간다는 게 웃기다”
“꼭? 나 곧 간다고 했는데?”
“아, 그래? 꼭이 아니었어?”
“응 곧 간다고”
꼭이든 곧이든, 빵을 먹기 위해 귀찮음을 뚫고 열정을 향해 달리는 귀여운 건 마찬가지였다. 아내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빵을 들고 귀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