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목)
요즘은 다들 그렇지만, 아내와 아이들도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다. 어제도 오늘도. 잠깐 장이라도 보러 나갔다 오겠다고 했는데, 그럴 여력이 없었나 보다. 저녁을 먹으며 혼자 생각했다.
‘저녁 먹고 잠깐 나갔다 오자고 할까’
내 주위에 앉은 한 명, 한 명을 면밀히 관찰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당연히 많이 졸려 보였다. 소윤이는 아침에 내가 일어났을 때 깼다. 다시 자라고는 했지만 아마 안 잤을 거다. 시윤이도 누나보다는 늦었겠지만, 어쨌든 일찍 일어났을 거고. 그래도 이른 기상, 낮잠 생략으로 인한 짜증은 예전에 비하면 많이 없어졌다.라고 말하면 가끔 아내가
“여보가 오기 전에 폭풍이 다 지나갔지”
라고 말할 때도 있다. 그래서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소윤이와 시윤이는 졸려 보이긴 했지만 양호했다. 아내도 피곤해 보였지만 바닥까지 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서윤이도 기분이 괜찮았다. 사실 내가 제일 문제였다. 체력을 다 써가는 느낌이었다.
아내에게 은밀하게 파발을 보낼 기회를 엿봤다. 소윤이는 눈치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고 민감하기 때문에 섣불리 입술을 놀리면 안 된다. 아내가 어떻게 대답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애들은 모르게 아내의 의중을 파약해야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화장실에 간 틈을 이용해 공기 반, 소리 반으로 아내에게 얘기했다.
“여보호. 우리히 나갔다 올까하?”
아내는 눈짓과 몸짓을 섞어 대답했다. 동의한다는 뜻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는 말하지 않고 일단 씻겼다. 양치까지 다 하고, 갔다 오면 손과 발만 씻고 바로 누울 수 있도록. 소윤이와 시윤이가 씻는 시간은 꽤 짧다. 그 짧은 시간에 수십 번도 더 이런 생각을 했다.
‘아, 그냥 자자고 할까. 막막하고 힘드네’
아직 애들한테는 말하지 않았으니, 혹시라도 아내도 나처럼 마음을 바꾸면 얼른 따라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윤아, 시윤아. 옷 입어”
아내는 번복 없이 아이들에게 얘기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잘 때는 내복을 입는 거고, 이미 입었는데 무슨 옷을 또 입으라는 거냐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엄마. 무슨 옷을 입으라구여?”
그러다 곧 상황을 파악하고 갑자기 신이 났다.
목적지는 카페였다. 커피 한 잔 사고 오는 게 전부였다. 그야말로 바깥공기 좀 마시고 오라는 정도였다. 안타깝게도 서윤이는 카시트에 눕히자마자 격렬하게 울어댔다. 하도 자주 깨니 ‘자는 시간’이라는 의미가 무색하지만, 나름대로 서윤이가 잘 시간이었다. 언니와 오빠는 신이 났는데 서윤이는 많이 울었다. 요즘 언니, 오빠가 너를 위해 많이 희생하고 있으니 너도 이럴 때는 좀 희생해야지. 카페에서 커피 받을 때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도 잠깐 내렸다. 그때 코에 넣은 바람이 오늘의 유일한 바깥바람이었다. 기분도 내라고 쿠키도 하나씩 사 줬다.
“이건 내일 먹어. 알았지?”
“아빠. 왜 갑자기 쿠키도 사 줘여?”
“그냥. 엄마랑 아빠만 커피 마시면 소윤이랑 시윤이는 기분이 안 나니까”
잠깐의 바람과 작은 쿠키 덕분에 기분 좋은 밤을 보냈다. 무척 피곤하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