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1.05(화)
소윤이 눈에 다래끼처럼 보이는 게 생겼다. 오늘 생긴 건 아니고 며칠 됐는데 안과에 한 번 가기로 했다. 시윤이도 눈에 다래끼가 났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없어지길래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았더니 나중에는 엄청 딱딱해졌다. 뒤늦게 병원에 갔더니 이제 약으로 녹이는 시기는 놓친 것 같고 나중에 너무 불편하거나 자주 생기면, 째고 빼내야 한다고 했다. 소윤이는 그런 사태까지 가는 걸 막기 위해서 갔다.
날이 춥기도 하고 온 나라의 분위기가 뭔가 움츠러들게 만드는 때라, 애 셋과 함께 병원에 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아내는 잘 다녀왔다. 오히려 애들한테는 나들이가 됐나 보다. 약국에서 텐텐도 사고, 자연드림도 들르고.
저녁 먹으면서 서윤이도 의자에 앉혀 놓고 이유식을 같이 먹였다. 하도 일어나려고 하니까 아내가 허리 끈을 아주 바짝 조였다. 다행히 일어나지도 못했고, 일어나지 못한다고 짜증도 내지 않았다. 이유식은 엄청 잘 먹었다. 잘 먹으면 좋긴 하지만 무척 바쁘다. 서윤이한테 한 입 떠주고 나도 한 입 먹으려고 하면, 순식간에 다 먹고 더 달라고 성화다. 말은 못 하지만 괴성을 내거나 울며 재촉한다. 서윤이 덕분에 쫓기는 사람처럼 급하게 잘 먹었다. 서윤이도 오랜만에 한 끼 분량을 남김없이 다 먹었다.
서윤이는 낮에, 인생 첫 치즈도 먹었다고 했다. 한 장을 거의 다 먹었고, 조금씩 떼어주는 아내 앞을 떠나지 않고 계속 앉아 있었다고 했다. 먹을 수 있는 게 많아져서 좋다. 뭔가 오물거리는 모습이 주는 특유의 기쁨이 있다.
이번 주의 소윤이는 제비뽑기에 꽂혔나 보다. 오늘도 제비뽑기를 하자고 했다. 시윤이는 별로 재미가 없어 보이는 눈치였다. 처음에는 자기는 안 한다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합류했다. 제비뽑기를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혼자 노는 게 싫어서 그런 것 같았다. 시윤이는 내가 어쩌다가 엎드리는 자세를 했더니 잽싸게 등에 올라타며 말타기를 하자고 했다.
“시윤아. 미안. 아빠가 너무 힘들어”“아이 아빠는 진짜아. 맨날 그래여어”
“야, 아빠가 뭘 맨날 그래. 말타기도 많이 해주잖아”
“아니져어. 안 해주져어”
사실 많이 해 주는 건 아니다. 가뭄에 콩 나듯.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차라리 주말에 힘을 내어 해 주는 게 낫지, 평일 저녁에는 정말 어렵다.
어제의 일을 상기시키며, 오늘 잘 때는 어제처럼 장난치거나 눈 뜨지 말고 바로 자라고 주의를 줬다. 이를 어기면 이제 엄마와는 생이별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소윤이와 시윤이 모두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는 표정으로 심각하게 들었다.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문을 닫고 나왔다. 어제처럼 온라인 기도회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아내를 기다렸다. 기도회가 먼저 시작됐고 아내는 소식이 없었다. 잠시 서윤이의 우는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기도회가 다 끝나도록 아내는 나오지 않았다. 기도회가 끝나고 나서도 꽤 지나고 나서야 아내가 나왔다. 큰 죄를 지어 목에 칼을 차고 있다가 끌려 나온 죄인 같은 모습으로.
“여보. 고생했어”
“하아”
“서윤이 금방 잤어?”
“몰라”
“여보가 더 금방 잤어?”
“어”
아내가 나온 지 1시간이나 됐을까. 서윤이는 또 깨서 울었다. 아내는 건조기로 옮길 빨래를 정리하고 그제서야 앉아서 귤 몇 개를 까먹고 있었다. 먹던 귤을 급히 밀어 넣고 아내는 다시 어두운 세계에 입장했다. 그렇게 끝인 줄 알았는데, 웬일로 아내가 다시 나왔다. 그냥 그대로 잘 법도 했지만, 그만큼 뭔가 아쉬웠겠지.
아내가 아이들과 떨어져 홀로 보낸 시간은 고작 1시간 정도였다. 그것도 끊어서, 다 늦은 밤에. 매일 잠들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며 들어가지만 도저히 자지 않을 수 없는 그녀의 피로를 감히 어떻게 짐작하랴.
그래도 아내가 다시 나온 덕분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익한 대화도 나눴다.
서윤이는 아내와 내가 자려고 누워서 막 잠이 들랑말랑 할 때쯤 또 깨서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