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고마워하지?

21.01.13(수)

by 어깨아빠

아내는 낮에 아는 동생의 집에 다녀왔다. 나가기 직전에 통화를 했는데, 아내는 숨을 헐떡거렸다. 애 셋을 차례대로 옷 입히고 나갈 준비를 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 특히 요즘 서윤이는 옷 갈아입힐 때마다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려고 하고, 그런 자기를 잡으면 자지러지게 울 때가 많다. 나도 서윤이 옷 갈아입힐 때마다 어찌나 힘든지 모른다. 한 겨울에도 땀을 흘릴 때가 많다.


“여보. 오늘 저녁 먹고 오나?”

“저녁 먹기 전에 가자고 얘기해 놨어요”


말은 그렇게 했어도 더 늦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진짜 먼저 와 있었다. 아내는 열심히 저녁을 준비했고, 애들은 놀고 있었다. 다들 집에 온 지 한참 된 느낌이라 당연히 그런 줄 알았는데, 온 지 10분이 됐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아내가 유독 더 분주해 보였고, 저녁 준비도 아직 한창이었다.


서윤이도 함께 앉아 이유식을 먹었는데 정말 잘 먹었다. 엄청 빠르게. 조금의 지체함도 없이 떠 주는 대로 다 받아먹었다. 오늘도 내 밥을 먹을 틈을 주지 않고 속도를 내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 허겁지겁 먹었다. 아내는 입맛이 별로 없다고 했다. 아는 동생네 집에서 뭘 많이 먹기도 했지만 애들 데리고 왔다 갔다 한 게 피곤하기도 했나 보다. 오늘도 많이 지쳐 보였다.


시윤이는 가는 길에도 자고 오는 길에도 잤다고 했다. 그러니까 낮잠을 두 번이나 잔 셈이다. 오는 길에 잔 건 저녁잠에 가까웠고. 제시간에 눕힌다고 잘 리가 없었지만, 그래도 눕힌다. 우리 집의 규칙이다. 그나마 시윤이는 자기가 안 자고 있을 때, 엄마가 나간다고 해도 아주 잘 받아들이는 편이다. 매번 붙잡는 소윤이하고는 조금 다르다.


아내와 아이들이 들어간 안방에서 서윤이의 기분 좋은 옹알이가 들렸다. 수유를 끝냈는데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여보. 서윤이 소리 들림?”

“응”


“막막하구만”


아내의 카톡을 받고 얼마 안 돼서 방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조용해진 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아내는 나오지 않았다. 아내는 1시간이 지나서야 나왔다. 잠든 줄 알았는데 잠든 건 아니라고 했다. 분명히 자다 나온 얼굴이었는데, 아니라고 했다. (내) 동생이랑 카톡을 했다고 하니, 착각하는 건 아닌 듯했다.


“여보. 시윤이 아직도 안 자”

“아, 진짜? 그럴 만하지”


그 대화가 끝나자마자 시윤이가 벌컥 문을 열고 나왔다.


“시윤아. 왜?”

“쉬 마여워져여어”

“알았어. 쉬하고 들어가”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왜 안 나오지?’라고 생각하는데, 그때 나왔다.


“엄마아. 제가 실주로오…어…”


시윤이는 팬티와 바지를 올리지 않고 나왔다. 바지 앞쪽은 흥건히 젖어 있었고. 준비되지 않았는데 발사를 했거나, 조준하지 않고 발사를 했거나. 옷 갈아입게 오라고 했더니 살살 웃으면서 왔다. 방에서 나올 때도 옅은 미소와 함께 나왔다. 옷 갈아입는 동안에도 웃음과 애교를 섞어서 내보냈다. 아내와 나에게 뽀뽀 한 번씩 건네고,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갔다.


“여보. 쟤도 귀엽다”

“그러게”


소윤이는 소윤이대로, 시윤이는 시윤이대로, 서윤이는 서윤이대로. 주는 기쁨과 즐거움이 다 다르다. 물론 요즘은 막내가 너무 강력해서 거기 심취해 있기는 하지만.


나의 이런 마음을 서윤이도 알았는지, ‘기분이 안 좋을 때’ 나에게 체류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아내와 내가 자러 들어갈 무렵 서윤이가 깰 때가 많은데 그때 아내는 양치도 하고 화장실도 간다. 그동안 내가 서윤이를 안고 있어야 한다. 오늘도 그랬다. 이럴 때는 대체로 서윤이 기분이 안 좋기 때문에 엄청 운다. 기분이 안 좋다기보다는 강력하게 엄마를 찾는 거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더 많이 울면서 나왔는데, 내가 안고 있는 동안 울지 않았다. 물론 문 저편의 엄마를 향해 몸을 이리저리 꼬긴 했지만, 울지는 않았다.


‘나는 아빠가 싫지 않아요. 다만 지금 엄마에게 가고 싶을 뿐이에요’


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달까. 서윤이 귀에다 대고


“서윤아. 고마워. 안 울고 안겨 있어줘서”


라고 계속 말했다.


이게 아빠가 고마워해야 할 일이 맞니? 택시 기사와 승객의 관계랑 비슷한 건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준 것도 고맙고, 일용할 수입을 벌게 해 준 것도 고마운 것처럼 상호 고마운 관계인 건가? 넌 아빠한테 별로 고마워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