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1.27(수)
아내는 어제 깨지도 못하고 잠든 것도 억울한데, 밤새 푹 자지도 못했다. 아내는 나와 입장이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난 서윤이가 그렇게 울고 잠을 방해해도 밉지가 않다. 밉지는 않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느낌이 다르긴 하다. 잘 잔 날과 못 잔 날의 차이랄까.
아내가 아침에, 어제 내가 하고 잔 설거지에 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마움 속에 미안함도 섞어서. 퇴근하고 나면 아내를 직접 도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 중 하나가 설거지다. 거르는 날도 많고.
올해부터 교회 목장을 옮긴 아내는 오늘 처음으로 모임을 했다. 물론 온라인으로.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보냈다며 좋아했다. 무엇보다 서윤이가 자서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옆에서 조용히 자기들 할 일 했고. 온라인으로 모이니 좋은 게 이런 거다.
아내가 아이들과 먹은 점심 사진을 보내줬는데, 된장두부덮밥이었다. 아내는 냄비째 놓고 먹었다.
“나는 설거지가 귀찮아서”
그 심정, 십분 이해한다. 그릇 하나 더 씻는 게 일도 아니지만, 본능이다. 설거지거리를 하나라도 덜 만들려는 몸과 마음의 경향성. 어차피 전쟁 같은 육아, 그릇 갖춰서 먹는다고 인간 존엄이 상승하는 것도 아니고. 물론 그래도 내 마음은, 아내가 기왕이면 밥그릇에 놓고 먹는 게 좋지만 내 일이 되면 그게 안 된다. 대충 썼던 그릇 아무거나 집어서 턱턱 넣고 먹으면 그만이지 뭐.
아내는 퇴근 무렵에 전화를 해서 얘기했다.
“아, 커피가 엄청 당기네. 배달시킬까 심하게 고민 중이야”
“아, 그래? 그럼 내가 사갈까?”
“어디서?”
“윌? 임종호?”
“아니야. 됐어. 그럼 여보 그만큼 늦게 오잖아”
“그래? 알았어”
그렇게 그냥 집으로 갔는데, 아내가 날 보며 얘기했다.
“여보. 커피는?”
“커피? 여보가 사 오지 말라며?”
“아, 진짜. 내가 그랬어?”
“어, 그랬잖아. 사 올 걸 그랬네”
“에이, 아니야 됐어”
아내는 진심으로 아쉬워 보였다. 또 커피가 필요해 보였고.
“여보. 지금 가서 사 올까?”
“아니야 뭘 지금 가. 저녁 먹어야지”
“아직 안 됐으니까”
“에이 그래도 갔다 오려면 30분은 넘게 걸릴 텐데. 괜찮아”
일단 저녁을 먹었다. 서윤이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아서 제대로 웃는 걸 보지도 못했다. 소윤이와 시윤이하고는 언제나처럼 밥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아주 잠깐이지만 웃겨주기도 하고.
“여보. 진짜 커피 사러 안 가도 돼. 가지 마”
“어, 알았어”
아내는 애들을 재우러 들어가면서 이야기했다. 아내와 아이들과 헤어지자마자 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아내에게 커피 한 모금이 정말 필요해 보여서 그랬다. 다행히 우리가 좋아하는 카페 중에 9시까지 하는 곳이 있었다. 오늘은 나도 커피를 마셨다(평일 밤에 커피를 안 마신 지 꽤 오래됐다).
애들을 재우고 나와서 소파에 앉아 있는 아내에게, 뿌듯하게 커피를 건넸다.
“자, 마셔”
“여보. 7시의 나와 9시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지. 하아, 그때가 제일 힘든 거 같아”
그럴 만하지.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기운 차려. 곧 또 호출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