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우러 들어왔는데 잠들었다가 깼는데 또 재워야 하고

21.01.26(화)

by 어깨아빠

아내는 직접 돈까스를 튀겼다. 고기에 계란물 묻히고, 빵가루 입혀서. 기름에 자글자글하게. 나도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도시락을 싸서 다녔는데, 그때 내 나름대로의 자부심은 돈까스였다. 엄마가 직접 만들어서 튀겨주는 돈까스. 음식과 관련해서는 일찍이 눈을 뜬 나는, 그 수제 돈까스가 냉동 돈까스에 비해 얼마나 가치 있는 건지 그때부터 알았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그걸 알는지 모르겠다.


서윤이는 하도 울어서 배추를 줬더니 그걸 한참 뜯고 먹으며 놀았다고 했다. 지난번에도 당근을 줬더니 오랫동안 울지 않고 가지고 놀았었다. 클수록 요구 사항이 많아지니 손이 많이 가지만, 또 먹일 수 있는 것도 많아져서 수월한가 싶다가도, 먹어본 게 많아지니 달라는 게 많아지고, 그럼 또 피곤해지고. 끊이지 않는 역설의 연결고리랄까.


서윤이는 요거트에 과일과 초코볼을 넣어서 먹는 언니와 오빠를 따라, 씨를 제거한 딸기를 넣은 요거트도 먹었다고 했다. 엄청 잘 먹었다고 했다. 보지 않았지만 상상이 됐다. 요거트와 치즈는 불호인 아이들이 없나 보다.


저녁에 온라인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다. 나의 퇴근 시간과 아주 바짝 붙은 시간이라 아내는 미리 애들 저녁을 먹였다. 안 그래도 힘든 육아 일상에, 뭔가 지켜야 하는 시간이 생기면 더 고단해진다. 아내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육아의 일정을 진행시키기 위해서 애를 썼을 거고, 그녀의 노고가 고스란히 표정에 남았다.


아내는 나의 저녁밥을 차려 주는 것까지 마치려고 애를 썼다. 오늘 같은 날은 알아서 차려 먹으면 되니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를 해도, 아내는 그게 싫은가 보다. 나야 고맙지만, 안쓰럽다. 아무튼 아내는 나의 밥을 차려주고 서윤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모임이 시작하기 전에 서윤이는 재워보겠다고 했다.


아내는 수월하게 서윤이를 재우고 나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일단 급히 재우지는 않기로 했다. 온라인 만남을 시작했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식탁에 앉아 그림도 그리고, 편지도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너무 늦게까지 안 자는 건 건강에 해로우니, 모임의 중간쯤 아내가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잘 준비(소변보기, 손 씻기)를 하라고 했다.


화장실에서 갑자기 시윤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울음만 듣고도 알았다.


“여보. 시윤이 넘어졌나 보다”


아내가 화장실로 가는데 안방에서 또 다른 울음소리가 들렸다.


“여보. 서윤이도 깼네”


다행히 시윤이는 다칠 정도로 넘어진 건 아니었다. 많이 놀란 건지 아니면 졸린 시간과 겹쳐서 그런 건지 꽤 한참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엄마 품에서 마음의 위로를 얻는 게 필요해 보여서 아내에게 안긴 서윤이를 넘겨받았다. 채 나의 품에 안기기도 전에, 건네지는 그 짧은 순간부터 울음을 터뜨렸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아내에게 서윤이를 건넸다. 불쌍한 시윤이.


“여보. 서윤이가 깰 때 돼서 깬 거겠지? 시윤이가 울어서 깬 거 아니겠지?”


넘어져서 슬펐던 시윤이는 아내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다가 잠들었다. 온라인 만남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고 소윤이와 서윤이는 쌩쌩했다. 서윤이는 너무 쌩쌩해서 자꾸 노트북을 만지려고 하고, 시끄러운 소음을 만들었다. 소윤이는 조용히 앉아 편지를 썼다. 소윤이는 요즘 틈만 나면 편지를 쓰는데 매일매일 받아도 전혀 지겹지가 않다.


시윤이는 중간에 아내가 방으로 옮겨서 눕혔다. 소윤이와 서윤이는 모임이 끝날 때까지 함께했다. 그때도 서윤이는 여전히 쌩쌩해서 아내가 막막해 할 정도였다.


“여보. 막막하네. 쟤를 어떻게 재우지”


소윤이는 엄청 좋아했다. 뜻하지 않게 늦게까지 자지 않고 놀아서.


아내는 소윤이와 서윤이를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 아내는 아주 오랜만에, 나오지 못했다. 보통 잠들어도 깨서 나오곤 했는데 오늘은 내가 들어갈 때까지 깨지 못했다. 나도 자려고 방에 들어갔을 때 마침 서윤이도 뒤척였다. 아내도 살짝 깼다.


“여보. 쉿. 서윤이가 깼어”


숨죽이고 있다가 휴대폰 불빛으로 슬쩍 서윤이 쪽을 비췄는데 엎드려서 잠들어 있었다. 그때 시윤이의 발이 서윤이의 얼굴을 건드렸고, 서윤이는 완전히 깼다. 그리고 울었다. 시윤아, 이번 건 변명의 여지가 없네. 너 때문이네.


아내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더니 큰 한숨을 푹 내쉬고는 서윤이에게 갔다. 아내의 한숨은 아마도 깨어나지 못했다는, 자유로운 시간을 1분도 누리지 못하고 하루가 끝났다는 아쉬움 때문이었을 거다.


재우러 들어왔다가 깼는데 또 재워야 하는 이 출구 없는 미로 같은 현실이라니. 여보, 힘내. 곧 출구가 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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