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사라졌다

21.01.29(금)

by 어깨아빠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자기들을 꼭 깨우라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오늘 할아버지, 할머니 집(처가)에서 자기로 했다. 아침에 못 보면 내일 저녁까지 못 보니 아침에 꼭 깨워서 자기들 얼굴을 보고 가라는 거였다. 나도 나쁠 건 없지만, 곤히 자고 있는 녀석들을 그 새벽부터 일부러 깨우고 싶지는 않았다. 아쉽지만 나 혼자 애들 얼굴 한 번씩 더 보고 출근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지난주에 할머니 집에 갔다 온 날부터 오늘 이야기를 했다. 너무너무 기대가 됐나 보다. 엄마, 아빠 없이 둘만 자는 건 엄청 오랜만이기도 하다. 소윤이는 은근슬쩍 토요일에도 자고, 주일에 올 거라는 말을 장난처럼 던져 보기도 했다. 혹시나 엄마, 아빠가 그러라고 하는 걸 기대하는 듯.


아내는 내 생각보다 늦은 시간까지 집에 있었다. 애들이 보채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안 그래도 ‘언제 가냐’는 질문을 수없이 했다고 했다. 아내는 저녁까지 먹고 온다고 했다. 물론 서윤이는 데리고. 그렇게 보면 막상 ‘엄마 없이’ 보내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아무튼 아내는 저녁까지 먹고, 꽤 늦게 집에 왔다.


나도 퇴근하고 집에 들르지 않았다. 아이들이 없는 집에 굳이 들를 필요가 없었다. 차에서 빵과 우유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교회에 갔다가 집에 갔다. 차에 있는데 영상 통화가 왔다. 막 드러내놓고 내색은 안 했지만 어찌나 반갑던지. 소윤이는 편지를 써 놓고 왔으니 집에 가서 꼭 읽어 보라고 했다. 매일 느끼지만, 소윤이가 요즘 써 주는 편지가 나중에 정말 큰 위로와 추억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 가는 길에 치킨을 샀다. 아내가 미리 주문을 해 놓고 내가 찾아갔는데, 예약해 놓은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찾게 됐다. 다행히 치킨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었다.


집에 가니 아내는 혼자 소파에 앉아 통화를 하고 있었다. 서윤이는 잘 재운 듯했다. 원래 영화라도 한 편 보면서 치킨을 먹으려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 버려서 영화는 보지 않고 치킨만 먹었다. 언제나 즐거운 수다를 떨면서. 태어난 지 며칠 안 되었을 때 잠깐을 빼고는 처음으로 혼자 자는 서윤이는, 전혀 어색하거나 무섭지 않은지 아주 푹 잤다. 평소처럼 깨지 않고.


소윤이와 시윤이가 집에 없다는 게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있었어도 방에서 자고 있을 시간이니 거실에 아내와 나 둘이 있어도, 왠지 방에 소윤이와 시윤이가 있는 느낌이었다. 예전처럼 아이들을 맡기고 왔을 때의 자유로움도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어차피 3호가 있었으니. 밤 수다를 다 끝내고 자러 들어가서야 실감이 났다. 방이 아주 넓었다. 내일 아침이 되면 얼마나 어색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들이 엄마, 아빠 없이 못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애들 없이 못 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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