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그냥 뭐 좀 할 게 있어

21.03.19(금)

by 어깨아빠

서윤이는 새로운 개인기를 장착한 지 며칠 만에 발전을 시켰다. 시키지 않아도 자기 혼자 ‘예쁜 짓’을 했다. 아내가 보내준 서윤이 영상 두 개를 보고 나서 하루를 시작했다. 서윤이가 중심인 영상이긴 했지만, 소윤이와 시윤이도 있었다. 엄마, 아빠 못지않게 서윤이를 귀여워하는 두 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미소가 나온다.


오늘도 퇴근하고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교회에 가야 했다.


“아빠. 그래도 오늘은 저녁은 같이 먹져?”

“어, 그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아내에게 안겨서 기분이 안 좋던 서윤이는 이유식을 먹고 기분이 좋아졌다. 기분이 안 좋으면 이유식이고 뭐고 울기만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오히려 이유식이 기분 개선의 계기가 된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 밤은 엄마 혼자니까, 다른 날보다 더 말을 잘 들어야 한다’라며 당부를 하고 집에서 나왔다. 그래도 교회에 가는 건 ‘공적 일정’에 가깝기 때문에 죄책감(?)은 훨씬 덜하다.


예배를 드리고 아내에게 카톡을 보내 봤다. 바로 답장이 왔다. 과자라도 사 갈까 하다가 아까 아내가 빵이 있다고 한 거 같아서 그냥 바로 집으로 갔다. 아내는 파닉스 영상을 보며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나서도 파닉스 공부를 하겠다고 했는데, 엄청 집중하지는 않은 거 같다. 나랑 대화를 많이 한 걸 보면.


“애들은? 일찍 잤어? 여보는 일찍 나왔어?”

“아, 오늘도 대박이었어”

“왜?”

“소윤이랑 시윤이도 안 자고, 서윤이도 안 자는 거야. 소윤이랑 시윤이는 계속 장난치고. 서로 티격태격하고”

“어”

“그래서 너네끼리 자라고 하고 나왔거든”

“서윤이는 괜찮았어?”

“울었지. 근데 별로 심하게 울지 않더라고. 그래서 좀 더 있었는데 셋 다 그대로 잠들었어”

“진짜? 짱이네?”

“그치?”


아내의 삶의 질 향상의 핵심은, 수면 유도 시간의 단축이다. 애들 재우는데 쓰는 시간만 좀 줄여도 훨씬 고차원의 삶이 될 거다. 서윤이가 단유만 하면 내가 들어가서 재우는 것도 가능은 하다. 이론적으로는. 오히려 단유 스트레스로 더 엄마를 찾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소윤이는 세 살 정도 됐을 때나 나랑 자는 걸 시도했었다. 그건 소윤이고. 서윤이는 셋째니까. 더 빠르게 적응시켜야지.


서윤이는 언제나처럼 비슷한 시간에 깨서 울었다. 아내는 이제 다시 나오는 건 어렵다는 걸 직감하고 화장실에 들어가 잘 준비를 했다. 아내를 들여보내고 혼자 거실에 남아서 시간을 더 보냈다. 별로 한 건 없다. 그냥 소파에 앉아서 잉여로운 금요일 밤을 느꼈다. 중간에 소윤이도 한 번 깨서 나왔다.


“아빠”

“어 소윤아. 왜 나왔어?”

“그냥여. 아빠 뭐해여?”

“아빠? 그냥 뭐”

“뭐 하는 거에여?”

“그냥 있어”


소윤아,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있는 거’를 하고 있는 건데. 뭔가 하지 않고 자유롭게 흐느적대는 걸 하고 있는 거. 사람들이 왜 그렇게 불멍, 물멍 멍을 찾는지 알겠다.


“아빠. 아까 우리 엄마없이 잤어여”

“그랬어?”

“네. 서윤이도”

“그랬구나. 얼른 들어가서 자”

“아빠는 안 들어가여?”

“어. 아빠는 조금 더 있다가”

“왜여?”

“아, 아빠는 할 일이 조금 있어”

“뭔데여?”

“그냥 뭐. 그냥 있어”


그냥 조금 더 거실의 자유인으로 존재하는 거. 그거 좀 더 하고 들어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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