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24(수)
아침부터 시윤이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아”
“어, 시윤아”
“아빠아. 왜 집에 누나 선물만 계속 많아지는 거에여어?”
“어? 누나 선물이 너무 많아서 서운해?”
“네”
“시윤이도 왜 그런지 알기는 하지?”
“네”
“왜?”
“누나 생일이라서어”
“그래. 시윤이 생일은 언제인지 알아?”
“네. 사월 이십칠일”
“그래. 우와 얼마 안 남았네”
“아닌데에. 많이 남았는데에”
아내 친구가 소윤이 선물이라며 보내준 가방이 도착했다고 했다. 소윤이 생일을 기점으로 드문드문 여기저기서 소윤이 선물을 받았다. 시윤이 입장에서는 충분히 서운할 만하다. 이제 시윤이도 누나가 왜 선물을 받는지도, 곧 자기도 그런 위상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당장 눈앞에서 빈부 격차가 느껴지니 그럴 만하다. 뭐 엄청 슬퍼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실망스럽고 속상한 감정의 복합이랄까. 곧 너의 생일도 다가오니 그때를 기다리라고 하기에는, 왠지 시윤이 생일 때는 이만큼 선물이 많이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
낮에는 놀라운 일이 있었다. 아내가 소윤이 공부하는 거 봐주는 동안 시윤이랑 서윤이가 안방에 들어갔다. 아마 둘이 마주 앉아 손을 빨았던 것 같다. 그러다 서윤이는 기저귀 뭉치를 베고 잠들었고 시윤이는 문이 아닌 베란다를 통해 거실로 들어왔다. 동생이 잠든 걸 보고 평소에 엄마가 하던 대로 따라 한 거다. 애가 셋이면 첫째, 둘째가 막내를 키운다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다섯 살이 두 살을 재우다니.
원래 퇴근하면서 참크래커와 쌍쌍바를 사기로 했다. 참크래커는 내가 애들 먹을 걸 무단으로 먹어서 보상하는 차원이었고, 쌍쌍바는 지난번에 (내) 동생 집에 갔을 때 먹기로 했는데 못 먹고 온 게 있어서. 깜빡했다. 다행히(?) 소윤이와 시윤이도 잊었는지 언급이 없었다.
퇴근하고 잠깐 집에 들렀다가 바로 나왔다. 일을 보고 들어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참크래커와 쌍쌍바를 샀다. 시윤이를 위한 선물을 아주 작은 거라도 뭐든 고르고 싶었는데 정말 마땅한 게 없었다. 아쉽지만 그냥 나왔다. 대신 집에 돌아와서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짧은 사랑의 쪽지를 써서, 참크래커 위에 뒀다. 얼마 전에 소윤이가 아내에게 써 준 편지의 내용을 오마주 했다.
“소윤아. 아빠 딸로 태어나 줘서 너무 고마워”
“시윤아. 시윤이가 아빠의 아들이라 너무 좋아”
아내는 놀고 온 남편을 위해 떡볶이까지 만들어 줬다. 심지어 막 가스레인지 불을 켜자마자 서윤이가 깨서 들어갔는데, 젖을 먹이고 다시 나와서 만들어 줬다. 정말 황송한 대접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