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31(수)
어젯밤에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왔는데 동네 근처의 하천을 따라 벚꽃이 예쁘게 핀 걸 발견했다.
“여보. 거기 벚꽃 엄청 예쁘게 폈던데. 애들이랑 언제 한번 가면 좋겠더라”
아내는 바로 오늘 실천에 옮겼다. 아는 언니한테 받을 게 있어서 만나는 김에 아예 거기서 보기로 했다고 했다. 애들 데리고 소박하게 벚꽃 구경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거다. 무엇보다 날씨가 기가 막혔다. 낮에는 좀 더울 정도로 해가 쨍쨍했고 공기도 깨끗했다. 아무튼 꽃놀이하기에는 딱 좋은 날이었다. 내가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좋은 장소를 알려줬다는 것에 만족했다. 아내와 아이들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이 시국에 동네에서라도 꽃을 볼 수 있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퇴근했을 때 아내는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어? 여보?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지?”
아내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아이들과 즐겁게 보내고 있었던 걸까. 아내는 내가 빨리 퇴근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육아에 몰입하고 있었다. 다른 날 같았으면 저녁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야 할 집이, 굉장히 고요하고 평안했다.
나는 바로 나가야 했고, 애들도 점심을 아주 늦게 먹어서 배가 고프지 않았다. 서둘러 저녁을 차려야 한다는 압박이 없다 보니 저녁 시간이 된 줄도 몰랐을 거다. 아내는 주먹밥으로 간단히 저녁을 먹이겠다고 했다.
서윤이는 오늘도 퇴근한 아빠를 향해 보조개가 푹 파일 정도의 깊은 웃음을 보내줬지만 나에게 오지는 않았다. 일부러 떨어져서 장난치느라 그러는 거 같기도 했고. 아무튼 웃기는 엄청 잘 웃었지만 다가가면 멀어지고 다가가면 멀어졌다.
아내에게 아이들을 맡기고(혹은 떠넘기고) 홀로 나가는 발걸음은 언제나 가볍지 않지만, 그래도 나갔다(누가 보면 억지로 나가는 줄 알겠다. 그건 아님). 그래도 오늘은 꽃을 보고 와서 그런지 아내에게서 봄의 활력이 느껴졌다. 아내의 연기력이 날로 발전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나갔다 돌아와서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잠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었다. 아내가 나중에 확인하라고 카톡을 하나 보냈는데 깜짝 놀랐다. 퇴근해서 주차장에 차를 대고 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차에 조금 더 앉아 있다가 들어가는 남편이자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실제로 보기도 했고. 시윤이가 한창 클 때는 나도 자주 그랬고. 오늘은 그런 상황도 아니었고 조금도 거리낄 게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뜨끔했다.
아내는 식탁에 앉아 뭔가를 먹고 있었다. 웬만한 건 내가 대충 봐도 뭔지 바로 알아차리는데 오늘의 ‘그것’은 굉장히 생소했다. 뭘 먹고 있는 건가 유심히 봤는데도 몰라봤다.
“여보. 이건 뭐야?”
“여보. 나 다코야키 배달시켜 먹음”
“진짜? 갑자기? 먹고 싶어서?”
깜짝 놀랐다. 그 조그마한 다코야키 하나도 배달을 해주는 것에, 다코야키를 배달시켜 먹는 아내의 추진력에. 그러고 보니 시윤이를 임신하고 배가 잔뜩 불렀을 때, 오키나와에 갔었다. 그때도 아내는 다코야키를 엄청 맛있게 먹었다.
그때는 임신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그냥 다코야키를 많이 좋아하는 거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