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01(목)
오늘은 하루 종일 아내가 뭔가 괜찮아 보였다. 물론 직접 본 건 아니고 전화 목소리를 근거로 추정했지만, 괜찮냐고 물어봤을 때도 굉장히 밝고 가볍게 괜찮다고 하는 걸 보면 연기는 아닌 듯했다.
“여보. 오늘 밤에 나갔다 올래? 기분 좋을 때도 나가야지. 맨날 기분 안 좋을 때만 나가지 말고”
아내는 따로 답이 없었다. 퇴근하고 나서도 애들이랑 놀고 챙기다 보니 따로 물어볼 시간도 없었고 아내도 나에게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나는 모종의 교감이 있었다. 나도 ‘내보내기 위한’ 움직임이었고 아내도 ‘나가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모든 면에서.
저녁은 연어 덮밥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종류를 불문하고 익히지 않은 음식을 먹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생연어를 과연 잘 먹을지 궁금했는데 역시나 엄청 많이 먹지는 못했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로 문장을 시작하는 걸 보니, 즐길 만큼 맛있는 건 아니었나 보다. 아내가 담아준 연어를 남기기도 했다. 덕분에 아내랑 내가 배 터지게 먹었다.
밥을 다 먹고 내가 소윤이와 시윤이를 씻겼고 아내는 서윤이를 챙겼다. 물론 아내가 챙기고 싶어서 챙겼다기보다는 몸 어딘가에 서로 다른 극의 자석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서윤이가 아내에게서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그랬지만. 방에 들어가서 책을 읽어줄 때 서윤이는 이미 마지막 수유를 마친 뒤였다. 가장 좋은 건 마지막 수유를 하면서 잠드는 거지만 오늘은 여건이 안 됐다.
불을 끄기 전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던 서윤이는, 불을 끄고 아내가 나가자 한 10초쯤 어리둥절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고는 울기 시작했다. 아내는 거실로 나갔고 내가 아내를 대신해 서윤이 옆에 누웠다. 서윤이는 계속 내 몸을 타고 넘어가려고 했다. 울기는 했는데 그 울음에 뭔가 독기와 힘이 빠진 느낌이었다. 한 세 번 정도 내 배 위로 올라가려는 서윤이를 다시 자기 자리에 눕히기를 반복했더니, 갑자기 포기하고 손가락을 빨며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는지 아닌지는 보지 못했지만 아무튼 엄마를 찾아 나가기를 포기한 건 분명했다.
“여보. 나 대기 중인데”
“가”
불시의 상황을 대비해 밖에서 대기 중인 아내를 완전히 내보냈다.
이렇게 또 한걸음 발전했다. 아직 잠들지 않고 정신이 온전한 서윤이를 아내 없이 재우다니. 자유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이제 여보 더 일찍 나가도 되겠네”
“여보. 괜찮아? 여보. 좋은 거 맞지?”
“어? 어. 어. 그럼”
아내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분명히 좋은 일이다.라고 믿고 있다. 서윤아, 이제 아빠랑도 많이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