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02(금)
이제 서윤이는 꽤 잘 걷는다. 그렇다고 걷는 게 주된 이동 방법은 아니고 아직은 기어 다니는 게 훨씬 많지만. 한 열 걸음 정도는 걸어가기도 한다. 아직은 턱을 넘는 기술이 없다. 바닥과 매트 정도의 낮은 단차에도 걸려 넘어진다. 가만히 멈춰 있을 때는 서 있을 때도 많고. 조만간 또 확 늘지 않을까 싶다.
내일이 서윤이 돌잔치(가족 모임)하는 날이라 소윤이가 서윤이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를 받는 사람은 서윤이인데 감동은 아내와 내가 받았다. 짧은 문장 속에 소윤이가 서윤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한편으로는 시윤이가 평소에 얼마나 서운하고 아쉬울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편지라 응축됐겠지만 그런 마음이 평소에도 다 티가 날 거다. 시윤이는 또 그런 걸 아무렇지 않게 잊는 성격이 아닌 감성보이고. 엄마와 아빠에게 언제나 아기이고 싶은 것처럼 누나에게도 언제나 동생이고 싶겠지.
아내는 아이들과 사랑을 채우려면 어떻게 해주는 것이 좋은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어쩌다 그런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소윤이는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 주는 것’, 시윤이는 ‘더 많이 안아 주는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했다. 사실 소윤이의 주장은 다소 억울한 면이 있다. 아내가 항상 의지를 가지고 기다린 건 아니지만(잠든 거지만) 어쨌든 소윤이가 잠들고 나온 적이 훨씬 많다. 압도적으로. 한 열 번이면 일곱, 여덟 번은 그럴 거다. 그런데도 그게 아쉽다니. 아내랑 내가 말을 그렇게 해서 그런 것 같다.
“오늘은 엄마가 안 기다리고 서윤이만 재우면 바로 나오실 거야”
말만 이렇게 하고 소윤이가 잠들고 나서도 한참 있다 나온 게 얼마나 많은데. 앞으로는 말을 바꿔야겠다. 아니면 수치를 들이대며 현실을 알려줘야 하나. 아무튼 소윤이는 재워주러 들어온 사람이 먼저 나가는 게 참 싫은가 보다.
시윤이의 주장은 아주 합당하다. 시윤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많이 안기지 못한 인생이었다. 어렸을 때(정말 어렸을 때도)는 애매하게 어린 누나 때문에, 좀 크고 나서는 너무 어린 동생 때문에 엄마의 품을 많이 파고들기 어려웠다. 한 번씩 아기처럼 대하듯 장난을 치면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가 다 이런 거다.
아내와 내가 사랑을 아끼는 건 아니다. 사랑이 한정적이지도 않고. 사랑은 무한하다. 체력이 유한할 뿐.
아내는 자기도 많이 안아달라고 했다. 평소에 안아주면 바쁘다고 튕겼으면서. 아니란다. 많이 안아달란다. 그냥 장난으로 하는 말의 느낌은 아니라서, 마음에 잘 새기고 사랑의 결핍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나 정도면 스킨십과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인데?라고 생각하는 건 오만하고 위험한 생각인가?).
서윤이가 오늘은 늦게까지 안 깨고 잤다. 깨도 그러려니, 안 깨도 그러려니 한다. 대중이 없다. 주식 그래프 같은 녀석이다. 돌 지나면 좀 나아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