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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 Jun 21. 2023

[PROLOGUE 1]
같은 도시를 다시 찾는다는 것

나의 첫 번째 덕질, 타이베이


    마침내 타이베이행 티켓을 샀다. ‘도대체 얼마 만이야?’하며 지난 여행을 곱씹다 보니 그 사이 4년이 흘러있었고 어느덧 7번째 타이베이 여행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왜 그렇게 자주 가요?”

    “거긴 뭐가 그렇게 좋아요?”

    “타이베이에서 유학이라도 했었어요?”

    “중국어 잘해요?”


    같은 도시를 수차례 반복해서 찾았다는 걸 알릴 때마다, 이런 질문도 반복해서 따르곤 했다. 심지어 타이베이 사람들조차 눈을 동그랗게 뜨곤 “도대체 왜요?”라고 의아한 듯 물어댔다. 그럴 때마다 “그냥 가면 마음이 편해요.” “그냥 사람들이 친절해서요.” “그냥 음식이 잘 맞는 것 같아요.”라면 얼버무리듯 대답하는 내가 스스로 민망해, 언젠가부턴 자주 간다는 사실을 잘 알리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7번째라니. 이건 조금 지나치지 않은가.


    더 이상 ‘그냥’이라는 말로 내 마음을 얼버무리는 건 무리인 때가 온 것 같다. 내가 왜 이토록 이 도시에 끌리는지, 이젠 정말 이유를 고심해 볼 때가 온 거 아닐까?



    나의 첫번째 덕질


    30대에 접어든 지금까지, 내 인생에는 덕질 이력이 없다. 새로운 아이돌 그룹이 쏟아져 나왔고, 어디서든 인터넷을 할 수 있었고, 게다가 여중, (여고에 가까운) 예고까지 나와 한마디로 ‘덕질하기 좋은 환경’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그럼에도 나는 덕질을 하지 못했다.


    스스로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이라고 여기며 살았지만 누군가의 덕질에 비하면 한없이 가볍고 얄팍하기 그지없는 마음들이었다. 그래서 늘 덕질을 동경했다. 그 마음의 순수함과 뜨거움이 부러웠다. ‘나는 무언가를 깊이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인 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품은 채 살다 보니 어느새 덕질을 못한다는 건 나의 큰 콤플렉스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최근 타이베이에 대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오래도록 타이베이를 그리워하면서, 타이베이에 대한 책을 읽고, 타이페이 여행 다큐멘터리를 반복해서 보고, 타이베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고, 누군가의 타이베이 여행 소식을 반가워하게 되는, 그런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왜?“에 ”그냥“ 하고 답해버리고 마는, 그런 마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덕질의 순수함과 같은 마음인 듯했다.


    게다가 ‘이런 나, 누군가 부담스럽게 여기진 않을까?’하며 가끔 눈치를 보게 된다는 점, 그러면서도 ’몰라! 나도 내 마음을 멈출 수가 없는걸!’하며 다시 열정을 불태우게 된다는 점도 덕질의 속성과 닮지 않았나...?


    그렇다. 마침내, 오래도록 선망해오던 덕질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나의 첫 덕질 대상은 ‘도시’가 되었다.





   그래서, 다시 타이베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찾고 싶었다. 하필이면 이 도시를, 이렇게까지 사랑하게 된 이유를. 그래서 다시 타이베이에 왔다. 그리고 이곳의 크고 작은 골목들을 구석구석 걸으며 수많은 ‘이유’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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