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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 Oct 15. 2023

상냥한 아침 정찬
<사해두장대왕>

@사해두장대왕 (四海豆漿大王)

조금은 게을리 보내도 좋을 여행지에서의 아침. 나는 부지런히 친구의 단잠을 깨워 보채기 시작했다. 잠이 덜 깬 친구를 데리고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또우장 가게. 이렇게 유난스러운 건 아침밥을 거르지 않는 습관 탓이기도 하지만, 친구에게 꼭 맛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또우장으로 대표되는 대만식 아침 식사.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가면 가장 그리워지는 음식인 만큼, 그 맛을 친구와 함께 나누고 싶었다.





”너에게 꼭 맛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외식 문화가 발달한 대만인 만큼, 아침 식사 역시 식당에서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장 사랑받는 아침 메뉴는 대만식 맑은 두유인 또우장. 함께 판매하는 밀가루 음식인 요우띠아오, 딴삥 등을 더하면 아침 한 끼로 더할 나위 없다. 한국에 된장국, 일본에 연어구이가 있다면, 대만 사람들의 아침엔 바로 이 또우장이 있다.


타이베이에서 아침 산책을 나서면 따스한 기운이 도는 또우장 가게를 어느 골목에서나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른 새벽부터 도시의 아침을 깨우기 위해 부지런히 불을 밝힌 또우장 가게들. 주택가엔 가족 단위 손님들로,, 대학가엔 등교하는 학생들로, 또 도심엔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비는 그곳에선, 대만 사람들에게 언제나 사랑받는 아침 식사 메뉴들을 맛볼 수 있다.


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유명한 가게들도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현지인에게 좋아하는 또우장 식당이 어디인지 물어보곤 한다. 특히 숙소에 체크인할 때, “근처에 맛있는 또우장 가게 있어?”라는 질문은 나의 단골 멘트. 타이베이 사람이라면 단골 또우장 식당 하나쯤은 있는 법이니까.





또우장과 요우띠아오


가장 클래식한 조합은 달콤한 또우장과 요우띠아오. 바삭하게 튀겨낸 가벼운 밀가루 빵인 요우띠아오는 얼핏 꽈베기처럼 생겼지만 단맛이 없어 또우장과 더욱 잘 어울린다. 맛도 모양도 단순해 보이지만, 요우띠아오의 맛으로 또우장 가게의 실력을 이야기할 정도로 아침 식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릇 가득 담겨 나온 또우장에 길쭉한 요우띠아오를 과감하게 푹-적셔 먹어보자. 폭신한 빵이 또우장을 머금어 입 속으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시엔 또우장


소금과 식초로 간을 하고 요우티아오와 샹차이(香菜, 고수)를 올린 따뜻한 또우장. 식초에 몽글몽글 응고된 두유 때문에 꼭 순두부를 먹는 듯한 기분이다. 부드럽고 순한 맛 일색인 또우장 가게에서 꽤 화려한 맛을 내는 메뉴이기도 하다. 식감도 맛도 낯설지만, 간간한 또우장과 고소한 요우띠아오, 향긋한 샹차이의 조합이 매력적이다.




딴삥


쫄깃한 밀가루 전병에 달걀을 넣고 말아 낸 딴삥 또한 놓칠 수 없는 메뉴. 달걀을 기본으로 다양한 재료를 조합하기 때문에 주문서엔 다양한 딴삥 메뉴가 쓰여 있다. 또우장 식당은 대부분 현지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기에, 사진이나 영어 메뉴가 없는 곳이 많다. 주문서 상단에 있는 딴삥을 주문하면, 보통 치즈나 햄 같은 무난한 재료를 곁들인 딴삥을 맛볼 수 있다. 가끔 도전 정신을 발휘해 주문서 하단에 쓰인 딴삥을 주문해 보는 것도 재미! 물론 그 재료의 정체를 영원히 알 수 없을 때도 있지만 말이다.





이번엔 중산역 근처에서 오래 일해온 대만 친구에게 추천받은 또우장 식당으로 향했다. 중산역 인근의 <사해두장대왕>. 출근 중인 직장인들도 북적이는 틈에, 편안한 차림으로 온 동네 어르신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기대감이 높아졌다.


또우장 식당에 들어선 우리는 핸드폰에 저장해 둔 딴삥 사진과 주문서의 한자를 눈으로 더듬더듬 비교해 가며 주문했다. 긴가민가한 마음에 가게 아주머니에게 핸드폰을 보여주었더니, 주문을 기다리던 다른 손님과 내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한참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사진 속 딴삥에 들어간 재료가 토론의 주제였을 것. 두 사람의 토론 끝에 나의 메뉴가 결정되었다. 옆에서 멀뚱히 기다리던 나는 "시에 시에-" 감사 인사와 함께 계산을 마쳤다. 그리고 늘 그렇듯 의문을 가지고 메뉴가 나오길 기다린다. 


‘오늘 내가 먹게 될 운명의 딴삥은?’






사해두장대왕 四海豆漿大王

No. 29, Chang'an W Rd, Dato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3 ‣ Goole map


중산역과 타이베이 메인역 사이에 위치한 또우장 식당. 매일 아침 6시부터 문을 여는 <사해두장대왕>은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곳으로, 맛도 가격도 ‘로컬 그 자체’. 이른 아침부터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빌 때도 많지만, 바쁜 아침을 맞이하는 현지인들이 많은 만큼 금방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주문이 까다로운 다른 또우장 식당과 달리, 한국어와 영어 메뉴판이 있다는 것도 큰 장점. 또우장과 딴삥, 무떡, 샤오롱바오부터 각종 찐빵, 판투안, 밀크티, 대만식 샌드위치 등 대표적인 대만 조식 메뉴들을 두루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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