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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 Jul 13. 2023

연륜으로 만든 커피
<펑다카페이>

@Fong-da Coffee (蜂大咖啡)

    굳이 서울과 비교하자면 명동거리와 닮은 시먼(Ximen, 西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활기는 이 지역의 큰 장점으로 여겨지지만, 나는 그 활기가 반갑기는커녕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차분한 분위기를 더 편하게 여기는 나 같은 이에겐, 조금 과한 활기참이랄까. 게다가 쇼핑객과 여행자들이 두루 모여드는 상업 지역이니만큼, 언뜻 몰개성이라는 딱지가 자연스레 어울리는 곳처럼 보였다. 이 지역에 대해 잘 몰랐던 나는, 타이베이 곳곳의 매력 넘치는 골목길을 두고 번잡한 시먼 지역을 찾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가 시먼 지역을 다시 찾게 된 건, 언젠가 여행 잡지를 통해 알게 된 한 카페 덕분이었다.



하루를 북돋워 주는 고소한 온기


    추적추적, 조용히 비가 내리는 일요일. 아침 식사를 겸하기 위해 찾은 펑다카페이(Fong-da Coffee, 蜂大咖啡)는, 1956년부터 시먼에서 장사를 해온 연륜 넘치는 가게. 그 역사를 생각하면, 어쩐지 카페보다 ‘다방’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른 아침 문이 굳게 닫힌 상점가를 지나며 ’문을 안 연 건 아니겠지…?‘ 하는 불안이 들 때쯤. 홀로 따뜻한 기운을 내뿜는 펑다카페이가 나타났다. 나는 조심스럽게 가게 안을 기웃거렸다.


    입구에 놓인 유리 진열장에는 투박한 모양의 옛날식 다과가 잔뜩 쌓여있고, 벽면에는 이미 제 역할을 다한 지 오래된 듯한 낡은 커피 용품과 기구가 잔뜩 걸려있었다. 그 아래 옹기종기 모인 테이블들은 이미 손님으로 만석. 커피와 요깃거리로 아침 허기를 달래는 할아버지, 할머니 손님들은 이미 여러 해 이곳을 찾은 듯 더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머물고 있었다.



    홀 안쪽으로 들어서자, 복잡한 틈새에 겨우 자릴 비집고 서 있던 로스팅 기계가 돌돌 거리며 콩을 볶기 시작했다. 수더분한 차림에 멋없는 면장갑을 낀 아저씨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기계 앞에 섰다. 로스팅 용품들도 정체불명의 낡은 나무와 종이를 덧댄 것들로 가득. 흔히 커피 로스터리를 방앗간에 빗대곤 하지만, 이곳이야말로 그 비유에 딱 어울리는 곳이었다. 직원의 안내를 기다리며 기계 곁에 서 있으니 어느새 따뜻한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곧 고소한 냄새가 온 가게에 번져나갔다.


    자리를 안내받은 나는 아침 식사가 될 만한 것들을 주문했다. 마요네즈 바른 빵에 햄, 달걀이 든 클래식한 샌드위치가 먼저 테이블에 올려졌다.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한입 베어 물려 하니, 곧 털거덕- 소릴 내며 묵직한 카푸치노 잔이 서빙되었다. 


    그렇다면 먼저 커피부터 꼴-깍. 그 한 모금에, 곧장 방글방글 미소가 새어 나왔다. 


    로스팅 기계에서 번져 나오는 따뜻함과 다정하게 공간을 메우는 말소리들. 기대 이상으로 맛있는 카푸치노. 이 모든 것들이, 나른한 아침을 이겨내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전해주었다.




느긋하게, 하염없이


    가게를 나서며 유리 진열장에 있던 쿠키를 몇 개 골랐다. 진열장 옆에서 꾸벅꾸벅 졸던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한참 불러 깨운 후에야 살 수 있었다. 할머니는 미안한 기색이라곤 없이 태연하게 쿠키를 꺼내 주었다. 느긋하고 하염없는 그 움직임에, 할머니가 옷장에서 내어주는 과자를 기다리던 어린 날이 생각났다.


    고심하며 세 가지 쿠키를 골랐다. 다른 기대감으로 맛본 쿠키는 세 가지 모두 똑같은 맛이 났다. 나는 어쩐지 그 사실이,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펑다카페이는 그런 곳이었다.


    테이블은 맡아준 종업원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돌아서니, 조용히 흩날리던 비가 꽤 굵어져 있었다. ‘이쯤이야, 뭐 어때!’ 나는 세찬 빗줄기에 개의치 않고 다시 길을 나섰다. 





펑다카페이 (Fong-da Coffee, 蜂大咖啡)

No. 42, Chengdu Road, Wanhua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8   ‣ Goole map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라고 이야기되는 카페 Fong-da Coffee는 1956년 문을 연 가게. 낡은 간판이나 세월을 품은 인테리어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커피에 대한 연륜이 만만치 않다. 에스프레소 음료와 사이폰 커피, 더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내린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샌드위치, 토스트 등 간단한 요깃거리와 서양식 디저트, 대만식 다과가 함께 마련되어 있고, 직접 로스팅한 원두도 구입할 수 있다. 이른 아침엔 비교적 한산한 편이지만 오후가 되면 커피를 마시거나 원두와 다과를 구입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기도 하니, 여유를 가지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Tip ①

입구에 있는 유리 진열장에 다양한 다과들이 준비되어 있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으니 여러 가지를 골라 시도해 보는 재미가 있다. 매장 내에서 커피와 함께 먹고 싶다면, 입구에서 다과를 따로 구입해서 들어가면 된다.


Tip 

샌드위치나 토스트 같은 식사 메뉴는 아침 시간에만 판매된다. 이곳에서 식사를 겸하고 싶다면 서두르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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