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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운오리새끼 민 Oct 26. 2018

한신에게 천하삼분론을 주장한 괴통

실패한 참모

괴통은 한나라 한신의 참모로 한신을 도와 제나라를 정벌하였으며, 한신에게 천하삼분론을 제안하여 한신에게 독립을 권유했던 사람이다. 한신이 만약 괴통의 말을 들었으면 괴통은 참모로써 장량, 소하보다 더 중국 역사에 명성을 떨쳤을 수도 있었으며, 중국의 역사가 바뀌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한신이 유방의 명을 받들어 위나라, 조나라, 대나라 등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제나라로 공격할 때였다. 역이기가 유방에게 자신이 제나라 왕을 설득시켜 싸우지 않고도 제나라를 받치겠다고 하였다. 유방은 이를 받아들여 역이기를 제나라로 보냈다. 역이기가 제나라의 왕을 설득하여 제나라는 싸움 없이 유방의 손에 들어가는 듯했다. 

그러자 괴통은 한신에게,

"주군, 제나라가 지금 유방의 손에 들어간다면 모든 공은 역이기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모든 역경을 해쳐가며 쌓아왔던 주군의 공은 한순간에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한신이 그 말을 듣고 걱정이 앞섰다. 그렇다고 뾰족한 묘안이 없었다. 

"그럼 어쩌란 말이냐, 그렇다고 유방의 말을 거역하고 제나라를 칠 수 없는 노릇이고..."

"한나라 왕께서 주군에게 제나라 공격을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데 무슨 걱정이십니까? 한낱 세 치혀를 앞세운 유생에게 모든 공을 넘기실 겁니까?"

그제야 한신은 자신의 공이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여 아무 방비도 없던 제나라를 공격하여 손쉽게 얻게 되었다. 

괴통은 한신이 공명심이 강한 사람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공명심을 이용하여 제나라를 공격하도록 설득한 것이다. 하지만 이 일로 유방은 한신을 더 의심하게 되었다. 자신이 분명 제나라 공격을 미루라고 하였는데 이를 어기고 공격을 한 결과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만약 괴통의 말을 듣지 않고 한신이 제나라를 공격하지 않았다면 유방으로부터 한신이 의심을 계속 사지 않았을 수도 있고, 천하삼분론의 명분도 흐려졌을 것이며, 한신이 제나라 왕으로 봉해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괴통의 말을 듣고 유방의 명을 어긴 이상 한신은 끝까지 괴통을 말을 들었어야 했다. 


괴통은 더 나아가 한신에게 유방에게서 독립할 것을 권유하며 천하삼분론을 제시하며 제왕의 야망을 심어 주었다. 

"지금의 형세는 유방, 항우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형국입니다. 주군이 둘 중 어느 한나라를 돕지 않는다면 둘 다 위태로운 형국입니다. 주군께서 지금 제나라의 왕이 되셨으니, 이제 제나라를 기반으로 하여 안정을 취한 후 양국의 형세를 보면서 후에 천하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괴통은 오직 한신만이 지금의 난국을 풀 수 있는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신은 그럴 위인이 못됐다. 그는 진평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다. 진평도 야망은 있었지만 우두머리가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니 듯 한신 또한 공명심은 있었지만 자신이 천하를 호령하고자 하는 인물은 아니었던 것이다. 한신은 괴통에게 유방과의 인연을 내세워 신하로서 자신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어 준 유방을 배신할 수 없다고 하였다. 

"한왕이 나를 지금껏 귀하게 대우하고 있는데 어찌 내 이익을 위해 그를 버릴 수 있겠소? 그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오."

"주군, 과거 지난날의 역사를 잊지 마십시오. 과거 월나라 문종은 구천을 도와 패자로 만들었지만 결국 죽임을 당했습니다." 

괴통은 문종의 예를 들며 지금 독립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유방으로부터 토사구팽 당할 것이라고 하며 설득해 보았지만 유방이 그럴 사람은 아니라고 하며 괴통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 주군의 능력은 한왕을 능가하며, 이는 곧 한왕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공이 뛰어나 천하를 뒤덮으면 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미 왕의 능력을 뛰어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인물을 가만 둘 왕은 없습니다." 

"내가 충과 신의로 한왕을 섬기는데 그럴 없을 것이오."

한신은 다시 한번 거절하였다. 

"하늘이 준 기회를 버린다면 오히려 나중에 벌을 받게 됩니다. 기회가 왔을 때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후에 더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괴통은 다시 한신을 설득하였다. 한신이 다시 머뭇거리자 괴통은 다시 말했다. 

"아무리 하루에 천리를 가는 천리마라도 달리지 못하면 느린 말이 천천히 가는 것만 못한 법입니다. 지금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괴통은 한신이 빨리 결단을 내릴 것을 재촉하였다. 하지만 한신은 망설이다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한신이 유방은 하늘이 내린 인물이라고 했는데 사실 하늘이 내린 인물은 없다. 단지 하늘이 내린 기회를 유방은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을 뿐이고 한신은 그것을 저버렸을 뿐이다. 


괴통은 더 이상 한신을 설득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목숨이라도 부지해야겠다는 생각에 미친척하며 한신 곁을 떠났다. 


괴통은 처음 한신을 봤을 때는 군사적인 재능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정무적인 감각도 뛰어나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또한 공명심도 대단하여 야망도 클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냥 군사적 재능과 공명심만 있는 것을 알고는 참모로서 한신은 위험한 존재라고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와 같이 있다 보면 언젠가 자신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기에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한신 곁을 떠났던 것이다. 

한신이란 인물에 기대를 걸고 세상의 뜻을 펼쳐보고자 했던 괴통의 주군 선택은 결과적으로는 실패를 했다. 어진 새는 나무를 가려 둥지를 튼다고 했다. 괴통이 한신의 그릇됨을 보고 더 이상 한신에게 기대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한신을 떠난 것은 그나마 참모로서 현명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괴통이 한신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설명할 때, 장량이나 가후처럼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간접적이거나 우회적으로 설명하였다면 한신도 생각을 달리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장이와 진여, 구천과 문종 등의 사례를 들며 한신을 설득하였지만 이것으로는 정무적 감각이 떨어지는 한신을 설득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오히려 자신을 계속 설득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었을 수 도 있다. 


참모는 리더를 보면서 리더에 맞는 대화법을 해야 한다. 유방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받아들이는 스타일이었지만 직접적인 화법으로 말할 때는 불편해했다. 그래서 유생들의 직언에 대해서는 짜증을 내며 그들과의 대화를 싫어했다. 자신이 교육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한 콤플렉스도 있었겠지만 잘난 체 하는 유생들이 싫었던 것이다. 장량은 그래서 항상 유방에게 물어보는 형식을 빌려 유방과의 대화를 이끌었으며 결국 그의 말은 다 받아들여졌다. 


위나라 가후가 조조에게 후사를 논할 때 했던 방법도 바로 조조 자신에게 물어보는 식이었다. 식견이 뛰어난 사람조차도 자신에게 직접적인 표현은 부담스러울 때가 있는 것이다. 


괴통은 훗날 한신이 죽고 나서 유방에게 사로잡혔다. 유방은 괴통이 한신에게 독립을 권하고 자신을 배반하라고 한 죄를 물어 죽이려 하였다. 괴통은 유방에게 난세에 서로 적이었다 하여 상대방을 죽이려 한다면 수많은 인재들을 죽여야 할 것이며, 이들이 유방에 귀의하려 하지 않고 죽기로 싸운다면 유방의 목숨 또한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자기를 살려주는 것이 곧 인재를 모으는 것이라고 설파하여 생명을 보전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유방의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였던 그의 기개는 참으로 대단하다 할 것이다. 설령 한신을 버리고 떠났지만 끝까지 자신의 주군으로 섬기고 그의 장례까지 치러준 괴통은 성공한 참모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참모로서 두 주군을 섬기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사례인 거 같다.


PS : 성공의 기회가 코 앞으로 왔는데 그 열매를 보지 못하는 리더가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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