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일 월요일(춘분 2일 전)
김찬민 부장은 상황실 스크린을 통해 아우얀 테푸이에 멈춰 있는 용암의 흔적을 관찰하면서 다이몬의 움직임도 살폈다. 얼마 전까지 지구를 초토화시킬 것 같던 다이몬의 움직임도 지금은 한풀 꺾인 듯했다.
무 대륙의 융기로 인한 피해는 나비효과처럼 태평양 연안 지역을 넘어 동남아, 유럽, 아프리카 등 저지대 지역으로 옮겨갔다. 네덜란드의 저지대 지역이 바닷물의 범람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이태리의 베네치아와 동남아시아의 해안가 수중 마을들 또한 모두 침수 피해를 입었다. 물 빠짐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침수지역의 회복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때 아우얀 테푸이로 이동했던 용암들이 지상으로 솟구쳐 오르는 것이 보였다. 수 억 년 전 폭발 이후 처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용암의 분출은 갈라진 계곡 틈을 헤집고 뿜어져 나왔다. 용암은 앙헬 폭포마저 삼켜버려 붉은 물줄기가 흘러내렸고 주변 숲도 모두 파괴시켰다. 김찬민 부장이 강태석 소장에게 연락했지만 연결이 안 됐다. 몇 번을 시도해도 안됐다.
‘용암 분출이 푸른악령들의 귀환을 의미하는 걸까? 그러지 않고서야 화산지역도 아닌 곳에서 용암이 분출할 리가 없어. 그렇다면 지구방위기사단과 강태석 소장은?’
그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불안해졌다. 마지막으로 모스부호로 강태석 소장에게 연락했다.
‘아우얀 테푸이에서 용암 분출.’
“대간, 보호막을 앞으로 밀면서 전진해 보자!”
도담의 말에 대간이 보호막을 앞으로 밀었다. 동굴 안을 철통 같이 지키던 병사들이 서서히 뒤로 빠졌다.
“병사들이 뒤로 물러나고 있어.”
앞쪽을 계속 주시하던 수리가 말했다. 그때 폭탄이 터진 듯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천장에서 흙이 떨어졌다.
“뭔가 심상치 않아.”
이든이 불길한 눈으로 말했다.
“어떻게 하지? 곧 무너지겠어.”
토리가 천장을 보며 말했다.
“저 안에 푸른악령들이 있는 거지?”
푸르미르가 이든에게 물었다.
“맞아! 그러니 병사들이 우리를 공격해 왔겠지.”
“저들을 쫓아가 보자. 푸른악령들에게 갔을 거야.”
백호가 앞장서려 하자 도담이 막았다.
“함정일 수 있어.”
땅은 계속 흔들렸다. 그때 앞쪽에서 뜨거운 공기가 밀려왔다.
“이상해. 더 이상 푸른악령들의 기운이 안 느껴져.”
이든이 눈을 감고 말했다.
“아우얀 테푸이에서 용암이 분출했다고 하네요.”
강태석 소장이 모스부호 신호를 보고 말했다.
“뭐라고요?”
대간이 강태석 소장을 보았다.
“피해! 용암이 몰려오고 있어.”
토리가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붉은 용암이 흘러오고 있었다. 대간이 방어막으로 용암의 흐름을 막았다. 용암은 더 흐르지 않고 멈췄다. 하지만 곧 천장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더 지체하면 위험해. 빨리 모여!”
매디가 모두를 아우얀 테푸이 정상으로 이동시켰다. 곧이어 땅 속 동굴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아우얀 테푸이 정상은 온통 뜨거운 용암으로 가득했다. 강물이 흐르던 곳에 용암이 흐르고 있었다. 깊게 폐인 골짜기도 솟아오른 용암으로 가득 찼다. 지구방위기사단이 동그랗게 둘러섰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무언가가 날아왔다. 솔찬이 튕겨 내지 않았다면 그들 중 누군가는 용암 아래로 떨어졌을 것이다.
“푸른악령들이 깨어났어!”
대간이 말했다. 저 멀리 악마의 계곡 위쪽에 푸른악령들과 그의 부하들이 도열해 있었다.
“맨 앞에 있는 자들이 푸른악령들인가요?”
강태석 소장이 대간을 보며 물었다.
“맞아요.”
“얼굴은 사람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생김새는 고양이 상이네요.”
강태석 소장이 멀리 있는 푸른악령들을 망원 렌즈로 살펴보며 말했다.
“아마 그럴 겁니다. 우리 측에 끼지 못해서 다이몬에 붙었으니까요?”
토리가 말했다.
“정말로 신화 속에서 십이지신에 끼지 못한 동물이 고양이가 맞나요?”
“신화가 아니라 사실입니다.”
강태석 소장의 말에 토리가 답했다.
“가온누리님이 지상의 문을 관장하는 동물들을 선발한다고 했을 때, 고양이 밑에서 수련을 받던 열한 명의 동물들이 자신들이 하겠다고 나섰죠. 그래서 고양이가 이들을 이끌고 가온누리님 앞에 갔어요. 그런데 가온누리님을 만나기 직전 무슨 영문인지 갑자기 고양이가 자리를 비웠죠. 때마침 나타난 가온누리님이 한 명이 부족한 것을 알고 구석에서 잠자고 있던 저에게 수문장을 해 볼 생각이 있냐고 물어서 얼떨결에 한다고 한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된 거예요. 뒤에 나타난 고양이가 이를 알고 분통을 터트렸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어요. 가온누리님도 고양이의 간절한 마음을 알기에 후에 결원이 생길 경우 1순위로 선발하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결원이 생길 기미가 보이지 않자 고양이는 다이몬에게 붙게 된 거죠.”
“당신들의 스승이었다면 푸른악령의 무술 실력도 뛰어나겠네요.”
강태석 소장의 말에 대간이 옆구리를 쿡 찔렀다. 백호가 강태석 소장을 곁눈으로 보며 말했다.
“한때 우리를 가르쳤던 스승이었으나, 우리는 가온누리님에게 새로운 무술을 터득하였고 더 강력한 힘과 무기를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푸른악령들에게 지금껏 한 번도 진적이 없어요.”
강태석 소장은 푸른악령들의 모습을 자세히 살폈다. 푸른악령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의 얼굴 주변으로 검은 털이 있었고, 미간에서부터 입 주변은 흰색 털이 있었다. 양 볼에는 수염이 있었다. 머리부터 몸 전체에는 검은색과 회색의 털이 띠 줄을 연결해 놓은 듯 몸을 휘감고 있었다. 그 옆의 다른 푸른악령들의 모습도 조금 차이는 있었으나 형제처럼 비슷했다.
태양이 어둠을 뚫고 저 멀리 탁상형 산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태양빛에 평평한 산 정상은 붉게 물들어 갔으며, 그 빛 때문에 병사들이 불길 속에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싸움에 앞서 크게 함성을 지르며 창으로 땅을 치고, 최대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하람, 소장님과 어서 여길 떠나.”
대간이 말했다. 하람이 강태석 소장을 데리고 아우얀 테푸이에서 내려왔다. 병사들이 하람을 추격하려 했으나, 알찬이 그들을 가로막고 모조리 용암 속으로 밀어 넣었다. 푸른악령들과 병사들이 대오를 정비했다. 지구방위기사단도 일렬로 늘어선 채 그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대략 병사들 5천에 기마병 1천, 마차가 한 500대 정도 있어 보였다. 곧이어 화살비가 쏟아졌다. 대간이 방어막으로 화살들을 막았다. 기세가 오른 병사들이 불나방처럼 앞뒤 안 가리고 물밀 듯이 달려왔다. 대간이 방어막을 풀었다. 기마부대도 좌우 측면에서 달려왔다. 그들은 능숙한 솜씨로 말 위에서 화살을 쐈다. 화살이 양쪽에서 날아왔다. 쏟아지는 화살을 막는데 한계가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