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 스핑크스와 피라미드의 수수께끼를 풀다

by 미운오리새끼 민

3월 19일 화요일(춘분 1일 전)

안식처로 온 이후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사방이 온통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시간을 가늠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구방위기사들은 개인 정비를 하고 있었다. 모두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긴장감과 비장함이 묻어 있었다. 부상이 심각했던 토리도 몸을 풀고 있었다.

이든은 여전히 메모지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이든은 결론에 닿을 듯하면서도 닿지 않자 조급해 졌다. 미로 찾기처럼 목표에 다다랐다고 생각되는 순간 길이 막혀 되돌아가야 하는 느낌이었다. 꼬여있는 실타래처럼 머리가 복잡해졌다. 머리를 쥐어짜 봤지만 그런다고 해결되지 않았다.

대간이 이든의 옆구리를 툭 치며 말했다.
“강 소장이 곧 오니 너무 골머리 썩히지 말고 좀 느긋하게 기다려봐.”
“나도 못 푸는 걸 왜 자꾸 그 사람이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거야?”
이든이 대간을 째려보며 말했다.
“우리가 여기 모일 수 있었던 것도 강 소장의 도움이 컸어. 너 말처럼 하늘과 연결된 길이 그 쪽지에 있다면 강 소장이 해석할 수 있을 거야.”
“이건 우리의 언어야. 인간들은 모르는 내용이라고.”
대간의 말에 이든이 반박했다.

“우리의 언어이지만 고대 인간의 언어이기도 해. 그리고 우리가 해석 못하는 것은 그 안에 숨겨진 다른 내용이 있어서야. 우리는 글을 알고 있지만 내용을 읽지 못하고 있는 거야.”
푸르미르가 옆으로 다가와서 이든이 들고 있는 쪽지를 가져가며 말했다.

“쓰여 있는 대로 답이 있는 거지 글에 내용이 있다고 하는 건 뭐야?”
솔찬이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다.
“글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야. 그 행간을 읽을 줄 알아야 해. 이든은 글만 읽은 거지 그 속 내용을 읽은 것이 아니야.”
“내가 글을 못 읽는다는 거야?”
이든이 벌떡 일어나 푸르미르가 갖고 있는 쪽지를 뺏으려 했다. 푸르미르가 이든의 손을 살짝 피하며 자신의 손에서 쪽지를 놓지 않았다.

“진정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이 글 안에 숨어 있다는 거야.”
푸르미르가 이든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 나쁘네.”
이든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이러다 싸움 나겠다. 네가 잘 못했다는 게 아니야.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거지. 그걸 인간에게서 도움받자는 거야. 강 소장이 곧 도착하니 좀 쉬고 있어.”

대간이 이든에게 다정히 말했다. 푸르미르가 이든에게 쪽지를 주었다. 쪽지를 받은 이든이 잠시 동안 가만히 있었다. 옆에 있던 솔찬이 이든의 어깨를 토닥이며 쉬라는 표정을 지었다.


대간은 아지트를 나왔다. 하늘에는 새벽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저 멀리 하얀 불빛의 점들이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그는 직감적으로 하람과 강태석 소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불빛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다가갔다. 가까이 갈수록 점은 크게 보이며 물체의 윤곽이 보였다.

“대간!”
하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람과 강태석 소장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몸은 괜찮니? 다친 곳은 없고?”

하람이 대간의 품에 안겼다. 하람은 눈물이 쏟아졌다. 대간이 하람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리고 눈으로 강태석 소장과 인사를 나눴다. 강태석 소장의 눈에도 물기가 촉촉이 적셔 있었다.

“그때 함께 오지 못해서 죄송해요.”
대간이 하람과 떨어지며 미안한 표정으로 강태석 소장을 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죠?”
하람이 대간을 보며 물었다.
“자, 이쪽으로 가시죠?”
대간이 웃음으로 하람에게 말을 건네고 강태석 소장을 이끌고 아지트로 갔다. 동쪽 하늘 끝 지평선이 붉게 빛나며 새벽어둠도 서서히 걷혀갔다.

대간이 하람과 강태석 소장과 함께 지구방위기사단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자 잔나비가 먼저 나와서 맞아 주었다.

“괜찮니?”
“네, 아무 이상 없어요.”
하람이 잔나비와 포옹을 했다. 강태석 소장은 멍한 얼굴로 연신 주변을 둘러보았다. 피라미드 내부에 이런 공간이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었다. 피라미드와 관련하여 오래전 연구차 왔을 때 내부를 구경했지만, 그때는 이집트 당국의 철저한 보호와 감시 아래 한정된 곳만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내부 깊숙한 곳까지 보여주지 않았기에, 아니 어쩌면 그들도 이런 장소가 있는지 파악 못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의 몸에 전율이 흘렀다.

“소장님이 고생을 많이 하네요.”
매디가 와서 인사를 했다. 강태석 소장은 그제야 지구방위기사단의 얼굴이 보였다. 그들을 보니 울컥했다.
“소장님, 도와주실 일이 있어요.”
강태석 소장이 감정을 추스르기도 전에 대간이 그를 이끌고 이든에게 데려갔다. 긴장이 풀려서 다리에 힘이 빠진 상태라 하마터면 이든 앞에 다가갔을 때 넘어질 뻔했다.
“이든, 그 쪽지 보여줄 수 있어?”

이든은 강태석 소장을 한번 훑고 나서 대간에게 쪽지를 줬다. 대간은 웃으며 강태석 소장에게 쪽지를 주었다.
“이든이 하늘의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이 쪽지만으로는 해석이 어려워요. 혹시 가능할까요?”

강태석 소장은 쪽지를 받아 천천히 살폈다. 지구방위기사들이 그의 주변으로 모였다. 쪽지에는 다양한 기호와 숫자, 그리고 여러 별자리들이 어지러이 적혀 있었다. 그는 이든과 대간을 번갈아 보며 쪽지를 살펴보았지만 별자리들을 나열해 놓은 것에 불과했다. 그것을 뭔가 연계시키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이것은 그냥 별자리를 나타내는 표시 아닌가요?”
강태석 소장이 흘러가듯 말했다. 지구방위기사들은 그의 말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들의 눈빛을 보자 부담감이 확 밀려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결할 수 없었다.

“별자리를 나타내는 것이라면 언제를 말하는 거죠?”
이든이 강태석 소장에게 쪽지를 받으며 물었다.
“글쎄요. 피라미드가 건설될 당시 이곳에서 바라본 하늘의 별자리니 4천 년 전 정도는 되겠죠.”

이든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흘낏 대간을 보며 강태석 소장에게 물었다.
“왜, 피라미드가 4천 년 전에 건설되었다고 생각하죠?”
“네? 그건······.”

강태석 소장은 갑자기 주먹으로 뒤통수를 맞은 듯 멍 해졌다.
“일반적으로 이집트의 대피라미드는 쿠푸왕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건설된 시기를 4천 년 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죠. 하지만 다른 일부의 의견은 대피라미드가 2단계에 걸쳐서 만들어졌으며, 그 시기 또한 4천 년 전이 아니라 그 이전에 건설되어 대피라미드가 쿠푸왕의 무덤이 아니라는 설도 있어요. 혹시 스핑크스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요?”

“스핑크스와 대피라미드는 어떤 연관관계가 있나요?”
강태석 소장의 말에 하람이 물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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