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핑크스는 피라미드와 함께 건설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지. 그런데 스핑크스가 만들어진 시기를 대략 1만 2천 년 전쯤이라고 주장하는 설이 있어. 그 근거로 스핑크스 몸에 나타난 침식 흔적을 말하는데, 이것은 다량의 비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그런 비가 이집트에 내린 시기를 1만 2천 년 전으로 학계에서는 판단하고 있어서 스핑크스가 만들어진 시기를 그 이전으로 보고 있는 거야. 따라서 대피라미드도 그 이전에 만들어졌다고 보는 거지. 물론 대피라미드가 2단계에 걸쳐서 만들어졌다면, 최초 1단계는 1만 2천 년 전에 만들어졌고, 이후 쿠푸왕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어서 4천 년 전에 스핑크스나 대피라미드가 만들어졌다고 단정 짓기는 힘든 거야.”
“다른 원인에 의한 침식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바람에 의한 침식도 있고요?”
하람의 물음에 강태석 소장이 말했다.
“물론 그런 추측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 혹시 이곳에 들어오면서 스핑크스 모습을 봤니?”
하람은 곰곰이 생각했다. 대간을 만나 너무 기뻐서 스핑크스를 제대로 못 봤었다. 그냥 스쳐 본 기억으로는 스핑크스의 얼굴만 잠깐 생각이 났다.
“얼굴 밖에 본 기억이 없어요.”
하람이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강태석 소장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하람이 본 게 스핑크스의 전부일 겁니다.”
그의 말에 모두들 웅성거렸다.
“스핑크스의 몸 전체가 지상에 나와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왜냐면 모래 바람 때문에 몸 대부분이 묻혀 있어요. 얼굴 아래는 사막의 바람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는 거죠. 그래서 바람에 의한 침식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보는 겁니다. 또한 바람에 의해 침식이 일어났다면 침식 흔적이 옆으로 나 있어야 하는데 스핑크스의 몸에 난 흔적은 수직입니다. 바람이 하늘에서 땅으로 불지 않는 이상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의한 침식이라고 하는 것이며, 그렇게 판단하니 비가 왔던 시기가 1만 2천 년 전이 되는 것이죠.”
“스핑크스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걸 대피라미드와 연관시키는 건 너무 억지 아닐까요? 설령 2단계에 걸쳐서 만들어졌다고 할지라도 꼭 1만 2천 년 전이라고 하는 이유는 뭐죠?”
솔찬이 궁금한지 물었다.
“이든에게 직접 들어보면 어떨까요?”
강태석 소장이 이든에게 공을 넘겼다. 모두들 이든에게 시선이 쏠렸다. 잠자코 강태석 소장의 말을 듣고 있던 이든이 깜짝 놀라 주변을 바라봤다. 이든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피라미드가 1만 2천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과, 우리가 다이몬과 싸웠던 마지막 시기가 그쯤이었고, 이후 인간의 문명이 멸망했던 시기라는 것 빼고는 확인된 게 없어. 한 가지 의심이 가는 건 별자리하고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거야. 그렇다면 마지막 다이몬과 싸움 이후 열렸던 하늘의 문을 찾을 수 있어.”
이든이 쪽지를 보며 말했다. 쪽지에는 이든이 연관관계를 찾기 위해 써 놓은 흔적들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모든 시선이 강태석 소장에게 쏠렸다.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이든을 보았다.
“이든이 아는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강태석 소장이 웨어러블 컴퓨터를 켜고 홀로그램을 천장에 비췄다. 그리고 하늘의 별자리를 보여 주며 별자리 하나를 가리켰다.
“저기 표시된 별자리를 보세요. 저 별자리는 물고기자리입니다. 현재 춘분 때마다 떠 있는 별자리죠. 이든의 메모지에 쓰여 있었던 별자리입니다. 몇 년 후에는 물병자리로 바뀔 겁니다.”
“왜, 별자리가 바뀌는 거죠?”
하람이 물었다.
“전에 김찬민 부장이 말했던 세차운동이라고 들어 봤었지?”
하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1년에 한 바퀴씩 돌고 있죠. 하지만 그냥 도는 것이 아니라 팽이가 좌우로 흔들리며 돌 듯이 지구도 흔들거리며 태양 주위를 돌고 있죠. 이것을 세차운동이라고 해요. 이 세차운동의 영향으로 열두 개의 별자리들이 72년마다 한 번씩 춘분 때마다 바뀌게 되어 있죠.”
그때 갑자기 이든이 벌떡 일어나며 강태석 소장의 말을 잘랐다.
“아, 그렇다면 1만 2천 년 전에 이곳에 떠 있던 별자리는 사자자리였어.”
강태석 소장이 홀로그램을 통해 1만 2천 년 전의 별자리를 보여주었다.
“맞습니다. 1만 2천 년 전에 이곳에서 보였던 별자리를 바탕으로 스핑크스가 만들어진 거죠.”
모두들 탄성을 질렀다. 이든도 맞춰지지 않던 퍼즐 조각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스핑크스의 얼굴은 왜 사자의 얼굴이 아니죠?”
“처음엔 사자 얼굴이었는데 나중에 파라오의 얼굴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어요.”
강태석 소장의 말에 솔찬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핑크스가 있는 곳은 매일 밤 떠오르는 별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죠. 그리고 특정한 시기가 되면 사자자리와 마주 보게 되어 있죠. 거울을 보듯 자신의 얼굴을 떠오르는 별을 통해서 바라보는 것이죠. 하늘의 지도에서 보듯이 오리온자리 옆에 사자자리가 있어요. 이곳에 있는 피라미드들은 지구에 오리온자리를 형상화한 것이고 스핑크스는 바로 사자자리를 표현한 거죠.”
“그런데 하늘에서 두 별자리의 위치와 지구의 위치가 좀 다른데요?”
토리가 홀로그램에 나타난 두 개의 화면을 보며 말했다.
“맞아요. 그래서 흔히들 혼동을 하죠. 사실 피라미드를 건설할 때 하늘의 별자리를 지상에 똑같이 재현하고 싶어 했죠. 그런데 피라미드 옆에 나일 강이 가로막고 있었죠. 그래서 하늘의 별자리와 같은 위치에 스핑크스를 세울 수가 없었어요. 하늘의 모습을 지구에 구상하려던 그들의 꿈이 사라지려 할 때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죠.”
강태석 소장이 잠시 뜸을 들였다. 방안에 침묵이 흘렀다. 모두들 강태석 소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강물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면 어떻게 될까요?”
한참 내용에 몰입한 상황에서 뜬금없는 질문에 모두들 당황했다. 그때 잔나비가 머리카락을 넘기며 말했다.
“나의 모습이 비치지.”
“맞았어요. 나일 강을 거울로 만들어 버린 거죠. 그렇게 되면 하늘의 모습과 똑같은 배치를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즉, 나일 강에 비치는 스핑크스를 생각해 낸 거죠.”
강태석 소장은 홀로그램을 통해 스핑크스가 나일 강에 비친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게 되자 하늘의 모습과 지구상의 모습이 일치하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모두들 탄성을 질렀다.
“이렇게 해서 하늘의 모습을 지구상에 재현할 수 있었어요. 흔히들 이집트를 ‘천국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과 우리가 찾고자 하는 하늘의 문과 어떤 연관이 있죠?”
마음 급한 악도리가 강태석 소장의 말을 잘랐다.
“피라미드 주변을 좀 더 확대해 볼게요. 그리고 하늘의 별자리도 조금 더 넓혀 보겠습니다.”
홀로그램을 통해 지상과 하늘의 화면이 더 넓게 펼쳐졌다. 파리미드 주변을 확대하자 아부지르 지역에 있는 태양 신전의 오벨리스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하늘에는 밀키웨이 은하의 중앙이 들어왔으며, 그 중심에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있었다. 지구방위기사단은 그 별을 보자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저건 가온누리님을 상징하는 별이야!”
“우리의 고향 별!”
그 소리에 강태석 소장의 눈이 커졌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