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수요일(춘분 날)
“벌써 일어나신 거예요?”
“잠이 오질 않네. 좀 더 자. 태양이 뜨려면 아직 좀 남았어.”
“저도 긴장 되서 잠이 안 와요.”
하람이 일어나 강태석 소장 옆에 섰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금성이 새벽을 알리고 있었다. 호수의 물결은 잔잔했다. 회오리바람이 몰아치던 어제저녁과 달리 사막 주변과 아부심벨에서는 침묵만 흐르고 있었다. 지구의 이상 변화 탓에 관광객들도 신전을 지키는 사람들도 없었다. 지구방위기사단이 신전 주변으로 모였다. 하람과 강태석 소장도 신전 쪽으로 걸어갔다.
“이제 곧 태양이 떠오르겠죠?”
푸르미르가 상기된 표정으로 물었다.
“네, 조금 있으면 떠오를 겁니다.”
강태석 소장이 지평선을 보았다. 지평선과 맞닿은 하늘이 서서히 붉게 물들었다. 모두들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소장님, 정확한 위치가 어디죠?”
이든이 신전 안의 람세스 2세 석상을 보며 물었다. 강태석 소장이 웨어러블 컴퓨터를 켜고 태양이 람세스 2세 석상을 비추는 영상을 보여줬다. 태양은 람세스 2세 석상을 정확히 비추고 있었으며, 람세스 2세 이마 쪽에서 빛이 반사되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그것은 하늘과 람세스 2세가 교감을 하는 장면 같았다.
“이때가 하늘 문의 열리는 시기 같아요.”
강태석 소장이 동영상을 보며 말했다.
“태양이 떠오르고 있어!”
신전 밖에서 토리가 말했다.
“어서 준비들 해.”
이든이 지구방위기사단을 불러 모았다. 모두 람세스 2세 석상 앞에 섰다. 하람과 강태석 소장은 그들을 비껴서 신전 안쪽에 자리 잡았다. 긴장감이 흘렀다. 모두들 상기된 표정이었다. 태양이 지평선 위로 떠올랐다. 그런데 태양 빛이 신전 내부를 비추지 않았다.
“태양이 떠오르고 있는데 왜 이곳으로 햇빛이 비추지 않죠?”
이든이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당황하기는 강태석 소장도 마찬가지였다. 영상에서는 태양이 떠오르면서 신전 내부를 비추는 모습이 있었다. 그는 빠른 화면으로 다시 보았다. 동영상에 있는 모습이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날짜가 틀렸나 싶었지만 오늘이 춘분이 맞았다. 그리고 화면 속의 날짜도 춘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모든 게 맞아요. 그런데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어요.”
강태석 소장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손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으며,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날짜와 장소가 맞는 겁니까?”
푸르미르가 다급히 물었다. 강태석 소장은 날짜와 장소를 다시 확인하다 갑자기 숨이 멎는 듯했다.
“여기가 아닙니다.”
그의 말에 모두들 어리둥절했다.
“여기가 아니라니요?”
대간이 석상 앞에서 나와 강태석 소장에게 갔다. 태양은 지평선 위로 반쯤 올라와 있었다. 모두들 안절부절 어쩔 줄 몰랐다. 강태석 소장의 손놀림이 더없이 분주히 움직였다.
“지금 뭘 하고 있는 겁니까?”
대간이 소리치며 물었지만, 강태석 소장은 웨어러블 컴퓨터를 연신 작동하고 있었다. 쉴 새 없이 홀로그램 속의 화면이 변환되면서 태양의 위치와 아부심벨의 위치, 그리고 호수가 서로 교차하며 움직였다. 마침내 화면에서 호수 아래 잠겨 있는 아부심벨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든이 물었다.
“이건 뭐죠?”
“제가 잊고 있었던 게 있었어요. 지금의 아부심벨 신전은 댐을 건설하면서 1968년에 이곳으로 이전해 왔어요. 그 전에는 저 호수 아래에 있었죠. 따라서 지금 이 시각 이곳에는 태양이 신전 안을 비추지 못하는 겁니다.”
강태석 소장이 빠르게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백호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신은 이미 반절은 나가 있었다. 태양은 이제 거의 지평선 위로 올라왔다.
“아부심벨이 최초에 있었던 자리에서 하늘의 문이 열리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것마저 안 되면 길이 없어요.”
“물속 신전의 위치가 하늘의 문이 열리는 곳이라는 거죠?”
이든이 물음에 강태석 소장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시간이 얼마나 있나요?”
토리의 눈이 초초해 보였다.
“태양이 거의 지평선 위로 올라섰으니 길어야 10분 정도입니다.”
“시간이 없어. 어서들 저 지도 속 위치로 이동해야 해.”
악도리가 먼저 신전을 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곳에 가더라도 태양 빛이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어요.”
강태석 소장의 말에 모두 돌아섰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조금 전에는 물속 아래라고 하더니 이제는 그곳에 태양 빛이 영향을 미칠 수 없다니요?”
대간도 안절부절못했다.
“태양 빛은 물과 닿으면 굴절을 해요. 따라서 강물 아래 저 위치에 가더라도 태양 빛이 실제 비추는 곳은 그곳이 아닐 수 있어요.”
“영영 하늘의 문은 못 찾는 건가요?”
매디가 체념한 듯 물었다.
“댐을 없애 버릴까?”
알찬이 창을 들고나가려는 것을 푸르미르가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
“가능한 방법은 없나요?”
도담의 얼굴에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실현 가능한 얘기인지는 몰라도 태양과 과거 신전 내부를 비추는 거리를 직선으로 가정하고 태양빛이 호수 표면에 맞닿는 지점이 하늘의 문으로 가는 길목이라면, 그 호수 표면 위에 지구방위기사단이 서 있으면 가능할 겁니다.”
대간이 자신없는 말투로 말했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으면요?”
수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묻자 백호가 다른 지구방위기사단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소장님 말도 일리가 있어. 지금 우리는 뭐라도 시도를 해야 해.”
“맞아요. 이러면서 시간만 허비할 필요가 없어요.”
하람도 나서며 말했다.
“좋아, 한 번 해보자. 매디 우리를 빨리 그곳으로 안내해줘.”
이든이 매디에게 말했다. 지구방위기사단이 손을 잡고 빙 둘러섰다. 매디가 눈을 감고 중얼거리자 모두들 사라졌다. 하람과 강태석 소장은 아부심벨 신전 위 언덕으로 올라갔다. 태양은 이미 지평선 위로 완전히 솟아 있었다.
“이제 얼마나 남은 거죠?”
“글쎄, 2분도 안 남은 거 같은데.”
하람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강태석 소장도 까치발을 한 상태에서 목을 빼고 호수 주변을 살폈다.
“왜, 지구방위기사단 모습이 안 보이죠?”
하람이 두 손을 잡고 안절부절 못했다. 강태석 소장도 초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태양빛에 색깔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에서 어떻게 비추는지 확인이 안 되니 나도 답답하구나.”
“설마 벌써 하늘의 문을 통해서 올라간 건 아니겠죠?”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강태석 소장은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그들이 하늘로 올라갔었기를 간절히 바랐다. 호수는 숨이 멎은 듯 잠잠했다. 햇빛을 받은 물은 황금빛 색깔을 띠며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