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 다이몬과 푸른악령들과의 마지막 일전

by 미운오리새끼 민

김찬민 부장은 차현민 팀장이 깨우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의자에 앉은 채 잠깐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랫동안 잠을 자고 있었다. 그는 강태석 소장과 하람이 아우얀 테푸이를 무사히 빠져나가 지구방위기사단을 만났다는 소식에 안심이 되었다. 무엇보다 지구방위기사단의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불의 고리 주변 화산의 움직임이나 쓰나미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아 지구의 상황도 차츰 안정을 찾고 있었다.

“부장님, 피곤하시면 당직실에서 좀 쉬고 오세요.”
김찬민 부장이 구부정한 자세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마디마디 온몸이 쑤셨다. 그는 자신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으나 그래도 자리를 비운다는 것이 불안했다.

“난 괜찮아. 차 팀장이나 좀 쉬어.”
“전 한숨 자고 왔어요. 상황이 좀 소강상태로 접어든 거 같죠?”
차현민 팀장의 말에 그는 스크린을 봤다. 그의 시선이 무 대륙으로 향했다. 무 대륙도 변화가 없었다.

‘푸른악령까지 돌아왔으니 이제 남은 것은 다이몬 밖에 없어. 다이몬마저 돌아온다면 지구는 정말 암흑의 시대로 돌아갈까? 푸른악령들은 막지 못했지만 다이몬은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해. 하지만 어떻게 막지?’

김찬민 부장은 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 그는 지구자기장과 황도 각의 변화를 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책상 위에 있는 지구본이 보였다.

‘지구가 저 지구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내가 세상을 정상적으로 돌려놓았을 텐데······. 춘분이 시작되었는데 왜 아무 변화가 없지? 예상대로라면 춘분 시기에 자기장의 변화가 더 심해져야 하는데 푸른악령들이 깨어난 이후 오히려 더 조용해. 과학자들의 말이 틀린 걸까?’

그는 혼잣말을 하며 지구자기장의 변화를 살폈다. 그때 강태석 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소장님, 잘 계신 거죠?”
김찬민 부장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네, 저희는 잘 있어요. 그쪽 상황은 어때요?”
“별다른 변화는 없어요. 이대로 조용히 지나갈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럴 리가요? 오늘이 춘분이잖아요. 이쪽은 벌써 변화가 있었어요.”
“네? 정말요?”
김찬민 부장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화면상에는 변화 흔적이 없었다. 그런데 강태석 소장은 이미 춘분의 변화를 느꼈다고 했다.

‘잠든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김찬민 부장이 급히 차현민 팀장을 손짓으로 불렀다. 그리고 화면을 2시간 전으로 돌려서 빠르게 훑었다. 지축과 황도 각, 그리고 자기장도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눈빛이 흔들거렸다.

“지구상에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는데 그곳만 변화를 보이고 있다니 무슨 말씀인가요?”
“지구방위기사단이 하늘의 문을 통해서 가온누리님에게 힘을 얻어 왔어요. 이제 다이몬과 싸울 일만 남았어요.”
강태석 소장이 웃으며 말했다.

“자세히 알려주세요. 하늘의 문은 뭐고 지구방위기사단이 가온누리의 힘을 얻어 왔다는 것은 무슨 말이죠?”
“얘기하자면 너무 길어요.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그런데 다이몬도 그렇고 지구에 변화가 없는 건가요?”
“네, 아무 일도 없어요. 소장님, 근데 간략하게라도 말해 주세요. 답답해서 못 견디겠어요.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가요?”
김찬민 부장의 속이 타들어 갔다.

“그럼, 간략히 말씀드릴게요. 지구방위기사단이 하늘과 통하는 문을 발견했어요. 그 문을 통해서 가온누리님을 만났고, 전보다 더 강력한 힘을 얻어 왔어요. 이제 다이몬과 푸른악령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할 겁니다.”

“그렇다면 진짜 신이 존재한다는 건가요? 직접 보셨어요?”
“저도 보지는 못했어요. 다만, 지구방위기사단이 갔다 온 것만 압니다.”
그의 얼굴에 아쉬움이 나타났다. 지구방위기사단이 하늘의 문을 통해 신을 만나고 왔는지 알 수 없었다.
“어디로 가는 거죠?”
“무 대륙으로 갈 겁니다. 그곳 지하에 다이몬과 푸른악령들이 있어요.”
“무 대륙 아래에 다이몬이 있다고요? 지금 거기엔 수많은 과학자와 연구자들이 조사 발굴 작업을 하고 있어요.”

김찬민 부장이 스크린에 무 대륙을 확대하며 말했다.
“거기에 왜 사람들이 가 있죠?”
강태석 소장의 목소리에서 여유로움이 사라졌다.
“그야 새로운 대륙이 솟았으니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죠.”
“지금 상황이 어떤지 모르고 죽을 수도 있는 곳에 가 있다는 겁니까? 아우얀 테푸이에 연구자들이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인가요? 대단한 사람들이네요. 거기가 어디라고······. 그들은 전쟁터 한복판에 있는 거나 같아요.”

“그게 다 인간의 호기심 때문이죠.”
강태석 소장의 목소리가 격양된 것과 달리 김찬민 부장의 목소리는 작았다.
“어서 빨리 그들을 무 대륙에서 탈출시켜야 해요.”
강태석 소장의 말이 다급하게 들렸다.
“무 대륙 지하에 다이몬이 있다고 어떻게 확신하죠?”

“태평양은 날짜 변경선이 지나는 곳이죠. 지구에서 춘분이 시작되는 첫 번째 곳이기도 하지만 가장 마지막 곳이기도 해요. 다이몬과 푸른악령들은 마지막 춘분 일출을 위해 그곳에 모여서 지구자기장의 변화와 황도 각을 변화시킬 겁니다. 그렇게 되면 태양에너지가 지구로 유입될 것이고, 그것이 다이몬에게 가면 다이몬은 엄청난 에너지를 얻어 강력한 힘을 갖게 되겠죠. 그렇게 되기 전에 막아야 해요.”

“소장님 말씀처럼 태평양은 춘분이 시작되는 첫 번째 장소입니다. 그렇다면 왜 다이몬은 그 시작점에서 지구자기장의 변화와 황도 각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을까요?”

“그것까지는 모르겠어요. 그 보다 무 대륙에 있는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일이 중요해요. 시간이 없어요. 무 대륙에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다이몬과 푸른악령들이 움직일 겁니다. 지구방위기사단은 그전에 그들을 막아야 한다고 했어요.”
강태석 소장이 조급해졌다. 김찬민 부장이 일출 시간을 계산했다.

“길면 8시간이고 짧으면 6시간 후에 무 대륙에 태양이 떠요. 그 안에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되는데, 그들을 어떻게 설득시키죠? 과연 우리말을 믿을까요?”
김찬민 부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믿게 해야죠. 아니면 거짓말이라도 해서 그들을 탈출시킬 방법을 찾아야죠.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다 죽어요.”

“알겠어요.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김찬민 부장은 전화를 끊고 고민에 빠졌다.

‘작은 섬도 아니고 거대한 대륙에 있는 사람들을 6시간 안에 어떻게 대피시키지? 그냥 철수를 해도 수일은 걸려. 그보다 이 상황을 어떻게 말해야 믿을까?’
그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켰다.
“김찬민 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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