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보호자

11.

by 미운오리새끼 민

의사가 어머니에 대해 재활치료가 필요하다고 하여 정수는 어머니를 재활병원으로 옮겼다. 어머니는 전보다 의식은 뚜렷하지 않았지만, 의식이 돌아오면 어머니는 집에 가기 위해 힘든 재활치료를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정수야, 나 집에 가면 안 되니? 집에 좀 보내줘.”

어머니는 정수를 볼 때마다 정수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정수도 어머니의 부탁을 들어 줄 수 없었다.

“어머니, 여기서 걸을 수 있어야 집에 갈 수 있어요.”

“아무리 해도 안 돼.”

어머니는 그리고 울음을 터트렸다.

“나 여기서 죽는 거니? 나 여기다 두고 너희들끼리 뭐 하려고? 너도 여기 사람들과 다 똑같은 거지?”

어머니는 정수에게 처음에는 애원을 하다 나중에는 협박에 가까운 말을 하였다. 그날 사고 이후 치매는 더 빨리 가속화 됐다. 의사는 몸의 기력도 약해진 상황에서 어머니의 상태가 좋아진다는 것은 점점 희망에 가깝다고 했다.

“어머니께서 자해를 시도했어요. 병원에 오셔야 할 거 같아요.”

간병인의 긴급한 연락에 정수는 급히 휴가를 내고 병원으로 향했다. 어제도 한바탕 소란이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이순녀, 이름처럼 순했던 어머니였다. 누구하나 이제껏 해코지를 하거나 때려 본 적이 없는 착한 분이었다. 오히려 누구에게 모함을 당하거나 싫은 소리를 들을 때도 어머니는 그냥 꾹 참고 지냈던 분이었다. 그런 어머니가 이곳에 온 이후로 점점 성격이 변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간병인도 수시로 바뀌었다.

어머니는 편안히 잠을 자고 있었다. 병원에서 신경 안정제와 수면제를 투여했다고 했다. 어머니의 한쪽팔과 다리는 침상에 묶여 있었다.

“어머니의 행동이 점점 도를 넘고 있습니다. 같이 병실을 쓰시는 분들 불만도 많고요. 병실을 따로 쓰시던지 다른 곳을 알아보셔야 할 듯합니다.”

의사가 병실로 와서 정수에게 말했다.

“여기 아니면 어디로 가라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런데 저렇게 묶어 놓아도 되나요?”

정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화가 나서 당장이라도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가고 싶었다. 곳곳에 멍든 자국이 보였다. 묶인 팔과 다리 주변에는 얼마나 심하게 움직였는지 피멍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감성일 뿐이었다. 자신이 약자가 된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으로서는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안 그러면 소리 지르고 자해하려고 하고 간병인을 때리고 해서 이 방법이 아니면 어머니를 저희도 케어 할 수 없습니다.”

의사는 너무 단호하고 냉정했다. 정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는 안정제와 수면제로 하루하루 의지하며 살아갔다. 그리고 이제는 정수나 수현이가 찾아가도 어머니는 심한 말을 서슴없이 했다.

“너희가 아버지 죽여 놓고 나도 그렇게 죽이려고 하는 거지?”

“너희들 그럼 못써. 자식이 돼서 부모가 이렇게 됐다고 여기 놔두고 너희들끼리 잘 살 거 같아?”

“정수야, 나 좀 데리고 가 줘. 여기 너무 무서워. 저 아줌마가 나 때리고 그래.”

“니가 많이 힘들겠다. 내가 빨리 죽어야 하는데 …….”

어머니는 정수와 같이 있어도 기분이 오락가락 했다. 정수는 그런 어머니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정수에게는 어머니가 아직도 울타리와 같은 존재였다. 아버지도 없는 상황에서 정수가 힘들 때 어머니는 그나마 자신이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정수는 홀로 계신 어머니를 위해서 찾아 간다고 했지만 사실은 일상생활이 힘들고 지칠 때 어머니는 여전히 정수에게 유일한 휴식처였다. 어머니가 걱정하는 것을 알기에 정수는 어머니 댁에 가서 아무 말없이 있었지만, 그냥 어머니와 함께 있으면 맘이 편해지고 위로가 됐다.

정수는 아기가 된 거 같은 어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어머니 가시면 전 이제 누구를 의지하며 살아가야 할까요?’

정수는 뼈밖에 안남은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가녀린 손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정수는 어머니의 얼굴을 다시 살폈다. 어머니는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이 없이 누워 있었다.

“어머니가 오늘은 괜찮으신 거 같아요.”

정수는 주치의를 만나서 말했다.

“치매라는 게 기억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게 아닙니다. 가끔씩 정상적으로 돌아올 때가 있어요. 그래서 보호자들이 환자가 회복됐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죠.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앞에 있는 가족도 못 알아보는 경우도 있어요. 어머니도 그런 현상 중의 하나일 겁니다. 문제는 그 이후 더 안 좋은 예후들이 많다는 겁니다.”

“무슨 말씀인지?”

정수는 의사를 유심히 바라보며 물었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 자신의 상태를 보고 처지를 비관하여 자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사는 꽤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머니도 그런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말인가요?”

“단정 지을 수 없지만 그럴 수 있다는 겁니다.”



“누나 어머니 집으로 모실까?”

정수는 집 앞에서 누나에게 전화를 하며 말했다.

“왜? 병원에서 또 뭐라고 하니?”

“아니, 그냥 어머니가 불쌍해서. 저렇게 묶여 있는 것도 그렇고, 혼자 계시는 것도 그렇고.”

정수가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집에 오신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잖아. 어차피 혼자 계셔야 하고.”

수현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내가 가족 돌봄 휴가를 내볼까 해.”

정수가 힙겹게 말을 꺼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니가 너무 고생하는 거 아냐?”

수현은 정수의 마음을 알면서도 차마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뭐 인생에 한 번 있는 일인데, 좀 나도 이참에 쉬어 가고.”

“올케랑은 얘기 된 거니?”

“아니 이제 가서 말하려고.”

정수는 머뭇머뭇 거리며 말을 했다.

“니가 그렇게까지 생각한다면 뭐 상관은 없지만 올케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

“어머니도 계속 집에 가고 싶어 하시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볼까 해.”

“니가 고생이지, 내가 도와줄 수도 없고. 나도 시어머니 아프신데 잘 챙기지 못하면서 우리 엄마 챙기는 것도 미안하고.”

“아냐. 누나도 사정이 있는 거 다 아는데. 괜찮아.”

“너 혼자 고생하는 거 보면 미안해서 그렇지.”

정수는 갑자기 울컥 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생각 말고. 알았어. 그럼 나중에 다시 연락해.”

“그래 괜히 무리하지 말고. 너 혼자서 결정하지 말고 올케랑 잘 상의해서 결정해.”

‘괜찮겠어요? 마음만 갖고 되는 일은 아닙니다. 보호자님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중간에 다시 돌아오시는 게 환자에게는 더 큰 충격일수도 있습니다. 가족들과 잘 상의해 보세요.’

정수의 머릿속에 의사가 한 말이 계속 맴돌고 있었다.

‘정말 잘 한 결정일까?’

정수는 아파트 입구에서 더 이상 걸음을 떼지 못하고 주저주저 했다. 하늘을 쳐다봤다. 달도 없는 밤하늘이 검게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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