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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로의 통일 후 명예롭게 물러났던 장량

아름다운 거리의 참모

by 미운오리새끼 민

장량을 최고의 참모로 뽑는 이유는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먼저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그 상황에 맞는 전략을 구사할 줄 알았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즉, 임기응변식의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전체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중요한 순간에도 장량은 빠른 판단을 할 수 있었으며, 상대를 설득시킬 줄 아는 능력, 그리고 전체를 조망하며 일을 추진했기에 장량은 유방을 최후의 승자의 위치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장량은 유방이 항우를 물리치고 황제에 등극하자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고 판단하고 유방에게 물러날 것을 청했다. 유방은 장량을 만류하였지만 장량의 뜻은 완강하였다. 그리하여 유방으로부터 봉읍 1만 호만 받고 유후에 봉해졌다.


장량은 더 이상 한나라에서 자신의 역할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없더라도 이미 나라 살림은 소하가 책임지고 있었고, 통일 이후 외세에 의한 공격이 당분간 없는 상황에서 군사적으로도 자신의 활용가치는 크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오히려 내부 권력 다툼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누구나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그 결과에 따른 보상심리가 있다. 그 보상심리가 기대 이상이거나 기대에 충족하면 큰 문제가 없는데 기대 이하이거나 자신보다 못한 사람이 더 많은 보상을 받았을 경우 그에 따른 실망감이 찾아온다. 그리고 이는 실망을 넘어 불만을 나타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자연스레 리더와 조직에 대한 반감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집단들이 처음에는 조직의 하나의 목표를 위해 힘을 합쳤더라도 그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과 반목이 생기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이렇듯 목표 달성 또는 위기 극복 이후 조직은 더 극심한 내홍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장량은 이런 상황인식이 정확했던 것이다. 자신이 남을 경우 소하와 역할이 비슷해질 수 있었으며, 그렇게 될 경우 소하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까지도 생각했을 수 있다.

결국 둘 중 하나는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때 장량의 결정은 지금 자신이 물러나는 것이 명예롭게 물러나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또한 과거 중국 역사를 통틀어 나라를 세운 후 비참하게 생애를 마감한 참모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장량은 과거 문종이나 오자서 등이 토사구팽 당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 상황을 잘 파악하고, 전체적인 상황 속에서 거기에 맞는 처신을 할 줄 아는 장량으로서는 향후 자신의 역할은 끝났음을 알고 있었다. 장량은 직감적으로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은 결국 자기를 죽음으로 이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장량은 한나라가 세워진 후 정치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으며, 후계 문제로 여후가 장량을 찾아와 유방을 설득해 줄 것을 부탁했을 때에도 세자에게 좋은 스승을 붙이면 될 것이라는 자문만 해주고 말았다.


이런 현실적인 판단이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철저하게 자신의 몸을 낮추며 살게 만들었다. 장량의 장점은 절제된 말과 행동으로 자신의 감정을 다스렸으며, 불편함 마음이 있을 때에도 이를 표현하지 않고 견뎌내는 평정심이 있었다. 그렇기에 한나라 초기 각종 반란과 모반에 연루되지도 않았고, 한신이나 영포, 번쾌처럼 토사구팽 당하지 않을 수 있었으며, 다른 공신들이 자신의 업적을 과시할 때 장량은 조용히 물러나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참모로서 전체의 상황과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은 조직의 안위와 자신의 안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에서 장량은 누구보다 정무적 감각이 뛰어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전체를 조망하며 세부적인 사항까지 살필 줄 아는 참모가 역사에 오래도록 기록될 수 있는 최고의 참모로 남는 것이다.


PS : 조직에서 내가 떠날 때가 됐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그런 경우는 언제인가요? 아니면 언제쯤 이 조직에서 떠날 때가 될 거라고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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