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속에 변화 발전을 이루는 블라인드 리더의 능력

조명받는 블라인드 리더란

by 미운오리새끼 민

조직이 내외부의 위협요인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은 리더의 입장에서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즉, 평화로운 시대라는 의미이다. 그만큼 그를 보좌하는 참모진이 안정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안정기라고 해서 항상 안정적인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사회나 갈등과 다툼의 여지가 있는데 안정기에도 이를 잘 관리한다는 것이고, 새로운 인재들을 끊임없이 수혈하여 조직이 점진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인재 수혈도 없고, 새로운 목표 창출이라는 계획도 없다면 조직은 곧 매너리즘에 빠져 유야무야 사라지게 된다. 또한 안정기에는 조직 내 파벌 간의 활동이 더 활발히 진행되어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이는 조직의 위기 상황에서는 각각의 파벌들이 힘을 합쳐서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펼치지만, 위기 상황이 극복되고 나면 자신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려고 하는 마음과, 새로운 일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에서는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결국 조직이 와해되거나 또 다른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위기관리보다 안정기에 조직을 변화 발전시키도록 노력하는 참모가 더 어려울 수 있다.

중국의 최초 통일국가인 진나라가 망하고 유방의 한나라로 통일된 이후 초기 권력이 안정적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국가 통치이념인 유교가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숙손통이라는 유학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숙손통은 때에 따라서 인재들을 지원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나라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일 예로 숙손통에게는 그를 따르는 유생 제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은 기회가 오면 언제든지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숙손통은 초나라와 싸움을 하고 있던 시기에는 그들을 천거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보다 하찮다고 생각하는 시정잡배나 싸움꾼을 유방에게 천거하여 불만이 점점 쌓여 갔다.
“스승님, 스승님은 왜 저희보다 못한 사람들을 천거하십니까?”
제자들이 이런 말을 하자 숙손통은 제자들에게 다독이며 말했다.
“지금은 전시 상황이라 전쟁터에서 유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또한 유방에게는 이미 많은 참모들로 가득한데,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면 너희들이 할 일이 있을 것이다.”

숙손통의 판단은 정확했다. 그리고 그의 이런 생각은 평화가 찾아오면 자신과 제자들의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람마다 그 쓰임새는 분명 있다.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평화로운 안정기에 나라를 잘 다스리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공신 세력들이 토사구팽 당하는 상황에서도 숙손통과 그의 제자들이 안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숙손통의 통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유생들을 싫어했던 유방이 한나라의 통치이념으로 유학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도 숙손통과 그의 제자들이 벼슬을 얻어 정계에 진출함으로써 가능했으며, 이후 창업하는 나라마다 유학이 통치이념으로 자리를 잡는 계기가 되었다.

안정 속에 변화를 이루어 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안정기에 조직 내에서 복지부동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조직이 안정적으로 잘 가고 있는데 괜히 새로운 사업이다 뭐다 해서 그것이 실패로 갔을 경우 조직을 한순간에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이 하던 업무라도 충실히 하려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여 나서지 않는 경우도 있다.

원나라의 야율초재는 칭기즈칸 사후에도 정복이 한창이던 시기에 오고타이 칸에게,
“하나를 시작하는 것은 한 가지 해로운 일을 제거하는 것만 같지 못하고, 한 가지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은 한 가지 일을 줄이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라고 하여 정복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지키고 유지시키는 것이 더 중요함을 일깨워 제국의 시스템 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하였다.

리더는 꾸준히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한다. 그것이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리더가 됐을 때 자신만의 업적을 이루기 위해 뭔가 일을 벌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꼭 조직의 발전을 위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것을 하다가 기존의 것까지 잃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 이건희 회장이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적이 있었다. 이건희 회장이 자동차를 매우 좋아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삼성은 자동차 사업에서 막대한 손해를 봤고 결국 손을 땠다. 당시 여러 가지 말들이 있었지만 자동차 사업이 여러 협력업체 및 장기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결과가 이루어지는데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나타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됐건 이로 인해 이건희 회장은 삼성차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삼성생명 주식을 팔아야 했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사업으로 인해 다른 것을 잃게 된 것이다.

참모는 리더가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할 때,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것이 이로운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잘 유지 관리하는 게 바람직한지를 항상 유념해서 리더를 보좌해야 한다.

한편 칭기즈 칸은 야율초재에게 국가 전반에 대한 업무를 맡기었다. 그는 국가의 정신적,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였다. 우선 법과 제도를 정비하였으며, 유교를 바탕으로 하는 통치체계와 그동안 세금을 걷지 않던 몽골 민족에게 조세 등 사회 전반의 국가 운영 시스템을 확립하였으며, 유목민족에게 농업의 중요성을 알려 농업을 장려하였다. 유목국가 시스템을 대제국의 시스템으로 변모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사실 말이 시스템의 변화이지 작은 구멍가게 운영하던 방식을 대형 매장의 운영방식으로 변화를 준 것과 같은 것이었다.

야율초재는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기관을 설치하였으며 중앙집권적 통치체계를 통해 지방의 구석구석까지 황제의 통치가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또한 한족의 통치 제도를 받아들여 한족들이 원나라에 귀의하여 살아갈 수 있게 함으로써 인재의 수혈과 반란세력을 잠재우는 효과를 발휘하였다.

야율초재는 몽골의 관습에도 변화를 주었다. 유목국가였던 몽골은 말이나 가축을 키우며 살아갔기에 가축의 먹이가 풍부한 땅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부족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어졌다. 따라서 정복한 땅을 차지하는 게 목적이었지 그 지역의 백성을 차지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정복한 나라의 백성들이 귀의하지 않으면 모조리 죽이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야율초재는 정복의 목적이 땅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땅과 백성을 모두 얻기 위한 일임을 설명하고 이들이 계속해서 그곳에서 살 게 하는 것이 원나라를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임을 설명하였다. 이후 항복하지 않는 백성을 죽이는 제도는 폐지되었다. 이처럼 그는 시류를 읽고 그것에 맞게 자신의 발언을 할 줄 아는 참모였다. 그러기에 정복 지역의 백성을 죽이는 몽골의 관습을 바꿀 수도 있었던 것이다. 야율초재가 없었다면 유목국가였던 몽골은 원나라로의 대제국으로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혼란의 시기를 마감하고 안정적인 사회로의 진입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제도들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새로운 시대에는 거기에 맞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조선 창업 후 정도전은 고려 사회가 조선으로 빠르게 정착하기 위해 국가 시스템 개조에 박차를 가했다. 그는 민본, 위민 사상을 통치이념으로 하는 민본 개혁을 단행하였다. 그래서 제일 먼저 단행했던 것이 농지 개혁이었다. 즉, 백성들의 생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백성이 편한 나라를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또한 능력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기관을 설치하였으며, 시험을 통해 능력 위주의 관리를 선발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들이 책임 있는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왕권은 제한하고, 신하들에게 실권을 부여하고자 하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책과정에서부터 다양한 의견수렴을 하고자 언로를 개방하였으며, 오늘날 부정청탁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듯이 그 시대에도 간관과 사헌의 기능을 강화하여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고자 하였다. 정도전이 권력의 다툼 과정에서 단명을 한 것은 조선 전체로 봤을 때 안타까움이 있지만 그가 조선 초기에 만든 각종 제도들이 후에 조선왕조 500년 역사 동안 꾸준히 유지되고 이어졌으니 그의 정책적 안목은 실로 대단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PS : 회사의 대표나 부서장이 바뀌게 될 경우 자신의 스타일로 조직을 이끌려고 하는 마음이 강하다. 그 출발이 바로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이다. 일할 사람은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일은 조직 내 반발과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 이때 참모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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