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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Oct 14. 2020

경기 유랑 연천 편 3-3(망향 비빔국수)

민통선 끝 동네

아무리 좋은 풍경, 아름다운 경치를 즐겨도 결국 배고픔의 유혹은 피할 길이 없다. 연천 하면 떠오르는 맛집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연천에서 군부대 생활을 했던 친구의 말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군부대 앞의 맛집 망향 비빔국수로 떠나보기로 했다.
워낙 체인점이 많기도 하고 (심지어 우리 집 앞에도 있다.) 입소 전에 훈련소 앞에서 먹었던 식당의 음식이 정말 맛없었던 기억도 있고 해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국방색의 낡은 간판부터 시작해 급하게 서둘러서 증축한 듯한 흔적들과 목욕탕 의자들이 여기가 맛있는 집이란 증명을 해주고 있어 다시 한번 기대감과 함께 서둘러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여기는 국숫집인 만큼 회전율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앉은자리의 번호를 미리 알고 나서 계산대에서 번호를 말해주고 선불을 해야 한다. 일단 기본으로 비빔국수를 주문하고, 주변을 돌아보니 대부분 사람들이 만두를 먹고 있길래 왠지 만두 맛도 괜찮은가 싶어서 추가로 주문했다. 주문도 하니 조금 여유가 생겨서 주변 사람들을 관찰해 본다. 군부대 앞의 맛집답게 군인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고, 현지인의 모습도 꽤 눈에 띄었다. 오랜 기간 사랑받는 연천의 대표적인 식당이란 사실을 실감 나게 해 주었다.

비록 현재는 전국 각지에 지점을 가질 정도로 흔하게 찾을 순 있지만 본점의 포스는 확실히 다르다. 비빔국수는 주문한 지 5분도 안되어서 금방 나왔고, 확실히 다른 비빔국수와는 다르게 상추와 오이의 크기가 정말 남달랐다. 영화 강철비에 나왔던 정우성이 먕향비빔국수를 게걸스럽게 먹던 장면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젓가락으로 한입 먹자마자 깔끔한 야채수와 비빔의 매콤함의 조화가 어쩜 궁합이 이렇게 잘 맞는지 모를 정도였다. 면발은 너무 쫄깃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부르트지도 않는 적당함이 었으며, 양념에 잘 배어있었다. 첫맛은 상쾌했지만 뒤에 오는 알싸한 매운맛까지 더해지니 젓가락질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반쯤 면을 먹을 무렵에 만두가 드디어 우리의 식탁으로 합류하였다. 그냥 겉보기에는 평범한 만두이지만 비빔국수와 함께 먹으니 서로의 단점은 감쳐주고 장점을 극대화한 맛이었다. 만두는 다른 만두보다는 심심한 맛이지만 비빔이 그만큼 잘 스며들어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처럼 사르르 녹아내렸다. 면이 없어지니 이번에는 김치의 맛에 조금 더 집중해보기로 했다. 식감이 정말 아삭하고, 양념과 따로 놀지 않으면서 매운맛의 감동은 여전했다.

행복한 시간은 10분이 안돼서 끝났고, 나도 모르게 한 그릇 더 외칠 만큼 국수 맛의 감동은 끝날 줄 몰랐다. 가야 할 길이 멀기에 언제까지나 식탐을 부릴 순 없기에 여기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식혜를 깔끔하게 마시며 그 아쉬움을 한번 씻어내 본다. 맛도 있었지만 연천의 역사와 전통이 깃들어 있었기에 그 맛이 더해지지 않았나 한다. 앞으로도 지역민의 사랑도 많이 받고, 프랜차이즈화 되었지만 본점만큼은 그 맛이 오랫동안 유지되길 바라면서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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