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고이는 울림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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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이 없는 길에 잡초는 쉬이 무성해진다.
겹겹이 쌓이는 시간은
생각보다 쉽게 기억을 덮는다.
정오를 지나 내리꽂는 볕은
어쩌면 어두운 구석보다 시력을 빨리 지운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소리라는 것은
귀를 타고 들어와 머리를 덮고, 다시
폐로 내려와 한 번의 깊은 호흡을 통해
온몸을 휘감는다.
그리고는 육체의 이름으로 가지런히 모여있는
세포 하나하나에 그 울림을 전한다.
그것은 매우 빠른 속도이지만 느낄 수는 없다.
남아있는 우리의 모든 이야기들은
어쩌면 그 울림이 곳곳에 퍼진 흔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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