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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외의 Dec 05. 2021

모스&키토씨



“아직 신혼같아.” 모스씨와 키토씨는 소문난 잉꼬부부다. 아줌마들이 모여 모스, 키토 부부 얘기를 할 때면 부러움을 사지만 마지막엔 늘 ‘아직 애를 안 가져서 그런가?’ 수군거리다 끝난다. 다만, 아줌마들은 키토씨가 병에 앓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다. 키토씨의 기력은 하루하루 눈에 띄게 쇠약해지고 있었다. 축 쳐진 날개에 힘없이 앓아 누워있는 키토씨를 간호하던 모스씨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을 개탄한다. ‘키토씨가 없다면 혼자 살아갈 자신이 없어. 결국은 우리 부부는 둘 다 이 세상 떠나 주의 곁으로 가겠지’ 생각하자 모스씨는 아득하다. 모스씨는 키토씨를 일으켜 앉힌다. 키토씨의 가녀린 어깨를 붙잡고 모스씨는 무거운 입(침)을 뗀다. “혹시나 주의 부르심을 받는다면 이 세상 떠나기 전, 우리의 2세라도 남겨야 하지 않겠소?”


모스씨와 키토씨는 이슬이나 식물의 즙을 주식으로 살아가지만, 아이를 가지려면 사람 피를 통한 영양분 섭취를 해야만 가능했다. 키토씨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며, 본인을 위해 다른이의 몸을 해하고 피를 챙기는 것은 엄청난 중죄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미뤄왔다. 모스씨도 머리로는 인지했지만, 신앙보다 키토씨를 향한 사랑이 우선이었다. 그날 밤, 잠든 모스씨의 옆에서 키토씨는 손을 모으고 무릎 꿇는다. “주여, 정말로 이 방법뿐입니까.”


다음날 밤, 힘없이 누워있던 키토씨는 왠지 모를 사명감과 모성애가 솟아났다. 키토씨는 어느 때보다 힘찬 날갯짓으로 잠이 든 지민씨에게 다가간다. 키토씨는 자는 그녀의 팔에 안착해 조심히 침을 꽂았다. 흡혈하는 동안 피가 차오르는 만큼 죄책감도 함께 차오른다. 다음 날, 키토씨는 이렇게 개운하게 일어난 적이 있었나 싶다. 날갯짓해도 숨이 안 차고 침은 더 강하고 빳빳해졌다. 한 번만 더 흡혈하면 우리 아이가 세상 빛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 한쪽이 뭉클해진다. 모스씨는 그런 키토씨를 보고 있자니 감사함과 미안함이 교차한다. 키토씨의 밝아진 안색과 그녀의 희생에 뒤돌아 눈물을 훔친다.


이튿날 밤, 지민씨가 잠자리에 들자 모스씨의 응원을 받으며 키토씨는 날아올랐다. 이번엔 지민씨 손목에 안착해 단단해진 침을 꼽는다. 모스, 키토 부부의 2세를 위하여 마지막 흡혈에 힘을 가한다. 피가 반 이상 차오르는 중, 키토씨는 어젯밤 본인이 흡혈한 자리에 십자가 형상을 본다. 키토씨는 꽂아둔 침이 빠질 정도로 놀라 휘청였다. ‘이렇게 십자가를 보이시다니…’


키토씨는 두려움에 도망치다 날개에 힘이 풀려 지민씨의 볼에 주저앉았다. 윙윙 울며 손을 모으고 회개 기도를 시작한다. 키토씨의 눈물은 멈출 줄 모르고 더 크게 윙윙 울어댔다. 윙윙대는 모깃소리에 잠에서 깬 지민씨. 본인의 뺨을 찰싹 때린다. 지민씨의 뺨에는 성스러운 키토씨와 붉은 피가 남는다.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느니라
[야고보서 1:15]






(click) 모스&키토씨 Short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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