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건 싫어서
술잔을 부딪힌다. 오래 기다려온 순간. 코에 닿는 알코올 향기와 혀끝에 잠깐 머무는 단맛이 기분 좋다.
맞은편에 앉은, 오랜만인 친구는 오늘도 덤덤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러다가 흥미 있는 주제를 던지면 미간을 찌푸리고 또 그 버릇을 꺼낸다. 이럴 때면 늘 반복되는 행동. 손톱 옆 살을 뜯는 버릇.
처음엔 가끔 그러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만날 때마다 그 손은 천천히 움직여 결국 그 애의 입으로 향했다.
손끝에 매달린 흰 피부들이 앞니에 뜯겨 입속으로 사라진다. 이날은 이상하게 그 장면이 길게 느껴졌다. 항상 봐왔던 행동이 오늘따라 눈에 걸린다. 참다 참다 말을 꺼내고 말았다.
“야, 너 그거… 손톱 옆에 살 좀 뜯지 마.”'
내 말이 끝나자마자 어중간한 곳에서 그 애의 손이 멈췄다. 어정쩡한 자세 그대로 고개만 들고 내 얼굴을 가만히 보더니,
“보기 싫어?” 하고 묻는다.
나는 왜인지 보기 싫은 것은 아니어서 쉽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 보기 싫다기보다 그저 신경이 쓰인달까.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바라만 보자 그 애는 내 반응만 보고 결론을 낸 듯 고개를 두세 번 끄덕였다.
“버릇이야.”
짧은 목소리.
그 애는 목 언저리에 있던 손을 내리는 것 대신 다시 위로 올려 살을 뜯어내 손바닥 위에 올렸다. 잘 보이지도 않는 그 조각을 입으로 가져갔다.
“너… 그거 먹는 거야?”
친구는 별생각 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먹지.”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런데 그 애는 무심하게 이어 말했다.
“뱉으면… 버려지는 거잖아.”
친구는 다섯 손가락을 뻗어 다섯 개의 끝을 한 번 쓱 바라보더니 말을 골랐다.
“뱉은 건 결국 바닥에 떨어지고, 밟히고, 더러워지겠지. 그게 싫어.”
그 말을 하는 그 애가 너무 덤덤해서 다들 그런 거라고 착각할 뻔했다. 그 애는 여전히 차분한 표정으로 조각난 살을 삼킨 뒤 말을 이어나갔다.
“그게 더러워진다고 생각하면 나도 그렇게 되는 것 같아. 그럴 바엔 그냥 먹는 게 낫지. 내가 나를 먹어서 다시 내가 되는 게 나아.”
그 말 끝엔 침묵이 안주가 된다. 친구는 다시 소주 한 잔을 천천히 털어 넣었고, 나는 그 손가락 끝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술잔을 든다. 약간 벌어진 피부 사이로 새 살이 돋아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