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2226 베트남 하노이&하롱베이
“여기, 이거. 사고 난 거.”
뚜엔의 쇄골 아래에는 긴 상처 자국이 있었다. 손가락 두 마디는 되었다. 피부색과 엇비슷해진 것이, 사고가 난 것이 예전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이게 오토바이 사고로 다친 거야?”
“응. 큰 사고. 바늘, 꿰맸어.”
“그 뒤로도 오토바이 타?”
“당연하지.”
뚜엔은 싱긋 웃었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안 타면, 힘들어. 그런 말도 덧붙였다.
베트남에서 하노이의 거리를 보기 전이었다면 뚜엔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 거다. 중학교 아이들도 등교할 때 모터사이클을 탄다거나,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이 있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다. 오토바이 가득한 하노이의 도로를 찍은 사진도 봤다. 그래도 그저, 아 저렇구나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풍경을 직접 봤을 때의 압도감이란.
처음 발을 내디딘 하노이의 길거리에서 내 눈을 한참이나 못 박아 둔 것은 이국적인 건물도, 좌판에 늘어선 맛있는 음식들도 아니었다.
오토바이였다.
사거리에 신호가 들어온 순간 일렬로 멈춰 선 수십대의 오토바이는 ‘하노이 특공대’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을 듯했다. 오토바이가 돌진하는 거리 한복판을 재빨리 건너는 사람들 뒤에서, 나는 한참을 멀거니 서 있기만 했다. 그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중에는 보다 못한 뚜엔이 내 손을 붙잡고 함께 건너 주었다.
“멈추면 안 돼. 멈추면 더 위험해.”
뚜엔의 말에 눈을 질끈 감고 건넜다. 그건 사진을 보거나, 이야기로 들어서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오토바이 진짜 좋아하는구나.”
내 말에 뚜엔이 자신의 상처를 보여 준 것이다.
그 상처와 뚜엔과의 짧은 대화.
곰곰이 되집었다. 나를 압도했던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단순히 수십대의 오토바이가 달려들까 무서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내게는 위험하게만 보이는 그 무질서가,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라는 것. 그 간극이 선명하게 머리를 쳤다.
멈추면 더 위험하다.
그 말은 베트남에서 돌아온 후에도 한참이나 내 귀에 달라붙어 있었다.
유진 [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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