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원 둘러보기. 아홉번째.
사람들이 투덜거렸다. 뭐야, 여기. 아무것도 없잖아.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뱅밀리아 사원에는 도드라진 건축물이나 조각을 볼 수는 없다.
왕이 어머니를 위해 지었다는 이 사원은, 아마 아름다웠을 것이다. 연꽃 연못이라는 뜻의 이름에 어울리는, 우아한 사원이 아니었을까.
이제는 상상해 볼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뱅밀리아 사원은 원래 모습을 알아보기 어렵게 무너져 내려 있으니 말이다.
뱅밀리아는 폐허가 되어 가고 있는 사원이다. 자연적으로 무너져 내린 부분들과, 내전 중 파손된 부분들이 뒤섞여 있다. 사원 곳곳에는 지뢰가 있던 곳을 표시하는 팻말이 세워져 있기도 하다.
뿌리가 덩굴처럼 엉켜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덩굴을 잡고 하늘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잭크와 콩나무’처럼 말이다. 위로 올라가면 무언가, 숨겨진 성이 나오지는 않을까. 그 성 안에는 황금을 낳는 닭은 없어도, 반짝반짝 빛나는 꽃등 하나쯤은 숨어 있을 것만 같다.
무너져가는 돌과 이끼. 그것뿐이다.
그것뿐인 풍경이 참 조화롭다.
뱅밀리아 사원을 찾았을 때, 비가 내렸다. 빗물이 떨어지는 바닥은 미끄러웠다. 우산을 쓴 사람들은 앞으로 걸어가기에 바빴다.
한시간이나 걸려서 왔는데 뭐 이렇담. 빗소리는 불평하는 목소리를 바닥에 가라앉혔다.
잠깐 걸음을 멈췄다.
바닥에 고였던 소리들까지도 주변에 남게 되지 않을 때까지 서 있었다.
돌은 돌로 돌아가는구나.
주변을 보고 있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돌과 흙으로 만들어진 건물은 무너지면 자연으로 돌아간다.
철로 만들어진 건축물의 뼈대와는 다르다. 철의 골조가 무너져 내린 모습이 자연에 녹아 들어가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그럴 수는 있을까. 그 모습이 아름다울지 아닐지는 다른 문제로, 아무래도 그럴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무너져 내린 것. 아무것도 없는 것을 폐허라 부른다면.
폐허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참 좋다는 것을.
뱅밀리아 사원에서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