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가상현실
술 마신 다음날 새벽, 비몽사몽 어둠 속에서 탁자 위에 있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달콤하고 시원했다.
다음날, 그 물은 이런저런 그릇 헹구고 난 물이라는 걸 알았다.
어릴 적, 엄마가 고깃국 한 그릇을 주셨다. 맛있게 먹었다. 다 먹고 나서 빈 그릇을 어느 식당에 가져다주라고 하셨다. 가져다주었다. 개고기 파는 식당이었다.
맨땅에서 50센티미터 폭으로 두 선을 그어놓고 그 사이로 걸으라면 걸을 수 있다.
수십 층짜리 건물 꼭대기 난간에서 걸으라고 하면 못한다.(바람이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뇌를 100% 통제할 수 없다.
우리의 뇌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한다.
가짜 웃음과 진짜 웃음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웃으라고 하는 거다.
가상현실도 뇌를 속일 수 있다. 뇌는 속는다.
오히려 그래서 상상력을 동원한 심리치료가 가능하다.
불안, 공포증을 심상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VR회상요법을 통한 치매 예방, 완화 프로그램도 있다.
가상현실을 통해 뇌가 속을 정도로 좀 더 리얼하게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면,
즉, 현실에 가까울 정도의 경험을 뇌가 할 수 있게 한다면,
개인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미래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아주 생생하게 볼 수 있다면 어떨까?
가상현실을 통해서 말이다. 꿈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비약해서 말하자면,
상상이 현재와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거다.
나는 설거지 한 물을 마시고도 달다고 느꼈다.
우리가 생각을 하는 걸까? 그저 생각이 나는 걸까?
현실이 꿈일까, 꿈이 현실일까
진리란 무엇일까?????
어제가 부처님 오신 날이었는데.... 해골물의 원조(?)이신 원효대사께서 요즘 세상을 보면 뭐라 하실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