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풀어가는 죽음학 이야기] / 영화 "히말라야"
“죽음의 순간, 곁에 있어 준다는 것”
- 영화 <히말라야>, 감독-이석훈, 2015
죽어가는 순간, 아이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죽음학 강의시간에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미국의 한 주택가 자신의 집 근처에서 놀던 아이가 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교통경찰이 곧 출동했지만 아이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아이의 엄마는 뒤늦게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했고 숨진 아이를 부둥켜안고 울부짖었다. 잠시 후 사고에 대해 묻는 아이의 엄마에게 경관은 자신이 파악한 사고 경위를 설명한 후 한 가지를 덧붙였다. “제가 도착했을 때, 아이는 아직 살아있었습니다. 저는 아이 곁에 있었고, 죽어가는 순간에 아이에게 이런저런 따뜻한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비록 아이는 말을 할 수 없었지만, 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을 겁니다. 죽어가는 순간, 아이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엄마는 여전히 통곡했지만, 아이가 죽음의 순간에 혼자이지 않았다는 것과 그런 따뜻한 마음과 얘기를 전해준 경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동료가 쓸쓸히 죽어가지 않도록 곁에 있어주겠다는 마음. 그 숭고하고도 아름다운 마음이 초인적인 힘과 자신의 생명까지도 내어 놓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영화 <히말라야>에서는 조난을 당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생사를 무릅쓴 한 산악대원의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에서 사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황정민(엄홍길 역)의 말처럼 그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정확히는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이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아니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떠난 ‘희생의 길’이었던 것이다. 영하 40도의 기온에 해발 8천6백 미터가 넘는 험준한 길을 헤치고 동료에게 달려갈 수 있었던 건 그야말로 초인적인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렇게 했을까? 그리고 그런 초인적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죽어가는 동료를 혼자 버려둘 수 없다는 마음, 그런 건 아니었을까? 동료가 쓸쓸히 죽어가지 않도록 곁에 있어주겠다는 마음. 그 숭고하고도 아름다운 마음이 초인적인 힘과 자신의 생명까지도 내어 놓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결국 동료를 구하러 간 그 대원은 조난을 당한 동료 곁에서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이타주의와 희생은 어쩌면 인간의 여러 본능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 행동은 죽어가는 인간을, 사랑하는 그 누군가를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에 혼자 있게 할 수는 없다는 숭고한 정신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간혹, 화재 현장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가족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들거나 물에 빠진 가족을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가 안타깝게도 살아 나오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가족이건, 이웃이건, 그 어떤 관계이던 사람이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건 숭고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타주의와 희생은 어쩌면 인간의 여러 본능 중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 행동은 죽어가는 인간을, 사랑하는 그 누군가를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에 혼자 있게 할 수는 없다는 숭고한 정신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