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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Sep 06. 2020

"세 아들의 전사 통보"

[영화로 풀어가는 죽음학 이야기]/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세 아들의 전사 통보"

-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1998, 감독-스티븐 스필버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원인이 되는 외상(Trauma)은 죽음이나 심각한 신체적 손상을 초래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말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전쟁이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군인들이 겪는 PTSD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개인과 가족, 그리고 사회에 깊은 고통과 상처로 남는다.     

이런 이유로 실제로 많은 심리검사가 전쟁을 전후해서 개발되었다.


이런 이유로 실제로 많은 심리검사가 전쟁을 전후해서 개발되었다. 최초의 집단용 지능검사인 Army Alpha와 Army Beta는 1차 세계대전(1914~1918)에서 군인선발을 위한 심리검사로 사용되었다. 최초의 성격검사라 할 수 있는 Personal Data Sheet도 1차 세계대전 당시 이상 행동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대표적인 투사 검사인 Rorschach(로르샤하) 잉크 반점 검사(1921년)와 그림카드를 보여주고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하는 Murray(머레이)의 주제 통각 검사(1935년) 등 500개 이상의 심리검사가 1차 세계대전 이후에 개발되었을 정도이다.      

출처 : 스미스 소니언 매거진

지금도 가장 널리 사용되는 웩슬러 지능검사는 1939년 최초의 성인용 개인 지능검사로서 Wechsler-Bellevue(웩슬러-벨뷰) Scale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되었다. 검사를 개발한 웩슬러는 1차 세계대전에서도 징집자에 대한 심리검사를 진행한 심리학자로 벨뷰 정신병원에서 일하기도 했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다수의 참전자들이 사회로 복귀하면서 개인의 심리적 불안이 가족과 사회적 관점에서도 연구되면서 가족치료가 발달하기도 했다.      

왜 8명이 1명을 구하러 가야 하죠?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1998>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 네 명의 형제 중 세 명이 전사한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군(軍)은 아직 살아 있을 막내 제임스 라이언을 전장에서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영화는 한 명(라이언)을 구하기 위해 여러 명의 군인들이 희생될 수 있는 이 모순된 명령을 수행하는 부대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초반, 위에서 설명한 세 명의 아들에 대해 전사 통지를 받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장면이 나온다. 나는 지금도 이 장면을 수많은 영화들 중 가장 연출이 잘 된 장면 중 하나로 꼽는다.      

슬픔은 때론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다.


드넓은 평원 야트막한 언덕 위로 집 한 채가 보인다. 그 집으로 이어지는 좁은 시골길에 군용 차량 한 대가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다. 집 안에는 중년의 한 여인은 설거지를 하기 위해 싱크대 앞에 서 있다. 싱크대에서 고개를 들면 창문 너머로 그 외길이 보인다. 설거지를 하던 여인은 무심결에 창문 너머를 본다. 차량 한 대가 집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려니 하고 다시 설거지에 집중하던 여인의 손길이 멈춘다. 무슨 생각이 들었던 걸까? 다시금 천천히 창문 너머를 응시한다. 차가 자신의 집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집으로 가까워져 올수록 군용 차량임이 분명해 보인다. 여인은 무엇인가 직감한 듯 현관문 쪽으로 서서히 걸어 나간다. 그녀의 표정은 굳어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 차량이 자신의 집 앞에 멈춰 서고 차에서 내린 정복 차림의 군인과 검은 복장의 사제가 모자를 벗으며 자신에게 다가온다. 여인은, 어머니는... 엄마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 자리에 서서히 주저앉는다. 사제가 그녀에게 다가와 조용히 손을 잡는다. 여기까지다. 지금 봐도 참 탁월한 연출이다. 슬픔은 때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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